우리나라 클래식 애호가들 성향을 보면
상대적으로 유럽에 비해 오페라 애호가 비중이 적은 편인 것 같은데
여러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언어장벽, 길이, 공연관람기회 등)
요즘에는 집에 따로 AV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두시간 넘는 시간동안 귀로만 듣는다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죠.
더구나 퀄리티 높은 공연을 위해서는 제작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공연관람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구요.
하지만 오페라 역시 지금과 똑같은 인간이 똑같은 감성을 갖고 과거에 만들었던 예술작품이고 지금 자주 공연되는 작품들은 그 중에서도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은 수작들입니다.
오늘날 기술발달과 더불어 일반 대중들까지 확장되어 향유되는 예술장르로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크 고전시대에는 귀족들이, 낭만주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계층들이 즐겼던 오페라가 오늘날의 영화하고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하고, 마치 과거의 명작영화를 본다는 느낌으로 즐기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더구나 스크린 안에, 정해진 완제품으로 박제된 영화와 달리 오페라는 가수나 연출에 따라 자유도까지 확보되어 있으니 같은 작품이라도 여러가지 버젼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의 영화 장르처럼 신파 멜로(라보엠), 치정살인극(카르멘), SF판타지(니벨룽의 반지) 등등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감성은 비슷합니다. 고전문학을 오늘날 읽어도 감동을 받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좀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
제 경험과 여타 의견들을 고려하여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래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며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조금 예외적이었던 것이 20대 때 말러, 브루크너, R.슈트라우스(관현악작품한정)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들과 비슷한 과인 바그너의 오페라를 가사도 내용도 모른채 도취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좋아서 그냥 귀에 꽂고 듣고 다녔습니다.
이쪽계통(독일후기낭만주의) 좋아하시는 분은 바그너부터 입문하셔도 됩니다만... 그렇게 하지 마시고,
우선 베르디와 푸치니부터 들어보시기 권합니다.
저도 본격적으로 다양한 오페라 듣기 시작한 때가 30대 초반인데(저 역시 오페라는 늦게 시작)
푸치니의 라 보엠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부터 시작했습니다.
특히 푸치니의 중기 걸작 세 편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이 세 편은 오케스트레이션도 멋지지만 특히 킬링포인트 아리아는 푸치니 특유의 정신이 아득해지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길이도 딱 적당하고 스토리도 짜임새있는게 마치 예술성 대중성 다 잡은 오늘날의 웰메이드 상업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친숙하고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가 흐르는 비제의 카르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극적 긴장감이 뛰어난 리골레토 등
우선 푸치니, 베르디를 중심(비제의 카르멘 포함)으로 입문하면 딱 좋습니다.
의외로 모차르트 오페라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스토리의 베르디 푸치니의 오페라에 비해 길이도 길고 내용도 복잡해서 진입장벽이 조금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정도 낭만주의 오페라를 섭렵하고나서 다음으로 모차르트, 바로크로 넘어가거나 바그너, R.슈트라우스로 넘어가면 됩니다.
(바그너는 끝까지 적응 못하시는 경우도 있음. 길이도 길고 내용도 장황함. 대신 한번 빠져들면 계속 그것만 들음)
그리고 감상의 방법
1. 혼자 부분부분 아리아 중심으로 듣다가 공연장 또는 동호회 모임에서 전체 듣기
2. 집에 AV시스템을 장만하셔서 영상물을 구입하는 방법
저는 2번을 추천합니다만, 본격적으로 마음잡고 하시는게 아니면 쉽지 않겠죠ㅎㅎ
(중요사항 : 반드시 한글자막 있어야 함!)
입문하기 좋은 작품 목록
푸치니 라보엠, 나비부인, 토스카 -> 비제 카르멘 ->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 모차르트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이 정도 섭렵하시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취향대로 꽂히는대로 쭉쭉 진도가 나갈겁니다.^^
...
이런 의미에서 다같이 12월 21일 라보엠 공연 GoGo!
https://youtu.be/-Dtouh3p0qc?si=1j3WP9oeETsybLyz
첫댓글 한글자막<---이게 젤 중요한듯 ㅎㅎ
프랑스의 오페라가 뮤지컬로 발전된겁니다. 과거의 오페라는 지금의 뮤지컬과 같이 대중예술이였던거죠
무대미술 무대의상 춤 노래 연기 대본
대구에 오페라하우스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종합예술을 즐길수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특히 기획공연은 완성도가 기대이상이라 항상 반하고 옵니다.
기회되실때 즐기세요~^^
역시 오페라는 공연으로 봐야 그 진가를 알죠. 대구부심 - 우린 오페라하우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