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랍오니 (선생님)
요한복음 20:16
夫死者滅盡精神, 凡地上食生之記憶, 都屬埋沒, 卽地上之愛, 地上之悲, 卽消磨盡矣. 夫亡不復憶愛妻, 父沒亦不復念愛子, 然生者之念頭有不能忘去, 或見幽靈之顯, 皆無確答, 今耶蘇釘死後, 從前之記憶依然不變, 如懸鏡于空中, 姸媸幷照, 馬利亞前日習聞主音聲而葬主, 요셥墓不復聞誓咳音聲永閟, 徒望聖京之碧空, 雲影悠悠而已也. 今哭立墓外, 向겟셰마늬園(겟세마네동산)而往, 意外有呼馬利亞之音聲, 來擊耳朶, 馬利亞亦曰, 랍오니乎? 此刹那間問答之聲, 和自然空氣而互聞, 由此觀之, 愛永遠不滅也. 愛之强力勝於死亡, 愛若成團, 則死不能崩壞也. 馬利亞從前若泛然從主, 主雖呼之, 不辨何聲. 馬利亞之心上, 愛的精神凝結不滅, 有物不能間, 有人不能隔, 聲入心通, 如鳴鶴在陰其子和之, 鼓鐘于內聲聞于外矣. 今諸君之應試亦然, 若不愛科目, 亦不能答也. 口不能言랍오니也. 體府洞少李翊寧君, 看証不備工夫, 臨試只祈禱, 不喜應試云, 豈非明証耶? 使工科不忘于心, 而念玆在玆, 有呼直答矣. 信主亦然, 主不死顯現于信徒之心者何也? 亦愛之故也. 今世之死亡, 消却一切之記憶, 而主則古今不變, 常答信者之問, 是爲吾人之大啓也. 無論何事, 非愛則忘, 愛國者能忘國乎? 愛友者能忘友乎? 孟子曰 義理之悅我心, 如芻豢之悅我口也. 亦此意也.
대개 죽음은 정신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입니다. 땅 위에서 먹고 사는 기억이 모두 매몰되는 것입니다. 곧 이 땅에서의 사랑, 이 땅에서의 슬픔이 바로 소멸되어 없어지는 것입니다. 남편이 죽으면 사랑하던 아내를 다시 기억하지 못하고, 아버지도 죽으면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잊어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때로는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고 하지만 모두 확실한 대답은 못합니다.
지금 예수께서는 못 박혀 죽으신 뒤에도 앞서의 기억이 조금도 변함이 없으시어 마치 거울을 공중에 매어달아 놓은 것처럼 곱고 미운 것을 다 비추어줍니다.
마리아가 지난 날 주님의 음성을 익히 들었으나 주님을 장사지내었고,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에는 다시 더 기침 소리나 훈계하는 음성이 들리지 않고 영원히 닫혀버렸습니다. 그저 성경聖京(예루살렘)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만이 유유히 떠갈 뿐이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을 향하여 가서 무덤 밖에서 울고 섰다가 뜻밖에 마리아를 부르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습니다. 그러자 마리아도 역시 ‘선생님(랍오니)여!’ 하였습니다. 이 짧은 순간에 문답하는 소리가 자연의 공기를 타고 서로에게 들렸습니다. 이로써 보건대, 사랑은 영원하여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의 강한 힘은 죽음을 이겼습니다. 사랑이 만일 서로 뭉치면 죽음도 그 사랑을 무너뜨릴 수가 없습니다.
마리아가 종전에 만일 평범하게 주님을 따랐었더라면 주님께서 비록 불렀어도 무슨 소리인지 분간을 못하였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마음에는 사랑의 정신이 한데 엉겨서 없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는 물질이 갈라놓을 수가 없고, 사람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소리가 들리자 마음이 서로 통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저 <역경易經>에 “우는 학이 깊숙한 곳에 있어도 그 새끼는 금시 알고 화답한다[鳴鶴在陰其子和之]”라고 하여 신속한 반응을 나타내었고, <시경詩經>에 “궁 안에서 종을 치지만 그 소리는 밖에 들린다[鼓鐘于內聲聞于外]”라고 하여 서로의 반응이 확실함을 표현한 것과 같습니다.
지금 제군들이 시험에 응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만일 공부할 과목을 사랑하지 않으면 역시 답을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마리아처럼 신속하게 입으로 ‘선생님!’하고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체부동에서 젊은 이익녕(李翊寧) 군이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간증을 할 때 ‘공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여 시험 중에 다만 기도만 하고 시험에 응하기를 싫어했다’고 한 것이 바로 분명한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만일 공부할 과목을 마음속에 잊지 않고 생각하고 간직하고 하였더라면 문제가 나가자마자 곧바로 답을 썼을 것입니다.
주님을 믿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주님께서 죽지 않고 신도의 마음속에 환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이 또한 사랑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사망은 일체의 기억을 소멸하는 것이지마는 주님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늘 신자들의 물음에 대답을 해 줍니다. 이는 우리들에게 큰 깨우침이 됩니다.
어떤 일을 막론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잊어버립니다. 애국자가 나라를 잊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벗을 사랑하는 자가 벗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맹자孟子>에 이르기를 ‘의리(義理)가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은 마치 소나 돼지고기가 내 입을 즐겁게 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는데 이 역시 사랑을 뜻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