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교육! 화성교육!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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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구를 떠나는 날이다.
2050년, 이제 티핑포인트를 지난 지구는 열폭주로 인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야 말았다.
IPCC에서 지구의 온도를 1.5도 낮추자고 하다가 2도를 올리자고 수정하는데 몇일의 회의가 더 걸렸는데, 정부와 기구들의 이기적인 비협조로 이모양이 되고야 말았다.
화성이주로켓을 타기 위해서 이동하는 고속열차에 올랐다.
다행인 것은 화성이주로켓 기지가 한반도에 건설되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도 한몫했지만, 그나마 기후변화에 대응한 노력을 인정받아 우주센터 유치를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우주선을 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드디어 이주센터에 도착했다.
탑승수속을 밟기위해서 줄을 서다 보니 옆에는 유엔대학의 야마구치 원장도 보인다.
그동안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많이 노력한 분이다.
그 옆에는 남종휘박사도 보인다.
2023년에 만났을때에 15년 만에 고국인 한국으로 귀국했다 했엇지~.
그동안 공부하면서 지구를 살리느라 너무 바쁘게 전세계를 다녀서 고국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런데, 오늘, 이 역사적인 탑승을 위해서 여기로 온 것이다.
또, 반가운 얼굴도 보인다.
박은경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세계물포럼 의장, 통영 RCE 이사장으로서 그동안 지구의 물과 공기, 자연과 인간,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오신 분이다.
이런분들도 여기에 온 것을 보면 지구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 확실하다.
그 뒤에 보니, 작은 거인 남정희 RCE 사무국장도 보인다.
이제 탑승동으로 이동하는 트램을 탄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화성에 대한 기대가 반이라면, 지구를 잃은 슬픔이 나머지 절반이다.
나는 평생을 교육에 몸담으면서 지구를 살리는데 얼마나 기여를 했을까?
과연 살기 좋은 미래를 위해서 가르쳐 왔던 것인가?
지금 내가 지구를 떠나면서 가진 짐은 딸랑 가방 하나뿐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많았지만, 내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Need, 내가 필요했던 것과 Want, 내가 원했던 것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34평의 아파트,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내 자가용 두 대, 퇴직후에 농사를 하겠다고 사 두었던 땅, 그리고 집안 가득 채우고 있던 수 많은 가재도구들....
이제 떠나려 하니 막상 챙겨갈 것은 없다.
그동안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 온 거지?
옷장속에 가득 있던 여러 벌의 옷과, 아내가 사용하던 요리기구들도 이젠 안녕이다.
드디어 화성으로 가는 로켓이 보인다.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서 검색을 거치고,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거친후에야 로켓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승무원들이 줄을 서서 인사를 한다.
그런데, 기장의 모습은 지구인이 아니다.
화성인이다.
생김새는 다소 기괴하고 이상하지만, 번역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인사말은 다소 엉뚱하다.
유익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이런 내용같은데. 참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오라는데, 정작 자신들의 화성은 과거에는 지구만큼이나 좋았었단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서 맞이하는 숭무원이 있다.
최재림씨다. 과거에 내가 교단에서 가르칠때에 RCE 동아리를 했던 학생인데 어느 듯 우주선의 1등 항해사가 되었다 한다.
그렇다. 스웨덴에는 그레타툰베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최재림이 있다.
부모가 ‘재물재’ 자에 ‘수풀림’ 자를 써서 이름을 지었는데, 재물이 수풀처럼 많아지라고 지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었다.
지금은 재물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제자의 성장에 감개가 무량하다.
드디어 엔진이 굉을을 울리며 로켓이 출발한다.
잠시 높은 압력을 겪고 나니 이내 무중력상태가 되었다.
안전벨트를 풀고 창가로 가서 멀어지는 지구를 본다.
푸른 행성도 아니며, 초록빛도 사라지고 누런 모습이다. 온 세계가 짙은 황사에 묻힌듯하다.
어쩌다 우리 지구가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경고는 많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자연과 동물들이 지르는 비명과, 경제적으로 가난한 제3세계 국가 시민들이 외치는 신음을 애써서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인 듯이,,,
현재의 나는 아직 문화생활과 풍요를 누릴 자유가 있다고 위안하면서 버텨온 것이다.
언젠가 이러한 비극의 다음차례가 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잠시 눈을 감았다.
침묵이 흐른다.
“화성에 도착할 시간입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우주선 기내에 울려 퍼지는 스피커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이제 화성의 모습이 점차 가까워진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던 모습과 별 다를 바 없지만, 지구인들이 건설한 각종 인공 구조물들이 보인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참 대단하다.
남극과 북극에도 기지를 세우고 심해를 탐험할 기술까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주에 이렇게 대단한 이주기지를 건설할 기술까지 보유한 것을 보면 위대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화성이주도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주 오래전, 아들 3형제가 어릴 때 잠자기 전이면 언제나처럼 머나먼 꼴뚜기별 이야기를 해주곤 했었다.
“저 멀리 우주에 꼴뚜기 별이 있었어요.......누가 살았을까요?”
“꽃게와 꼴뚜기요~”
이렇게 이야기를 엮어서 가던 그 시절에는 우주는 도전의 대상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주는 도피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이 착륙했다.
모두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자리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는 사람들은 역시 국적이 한국이었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세계시민이 되어서 단일 행정부 아래 살고 있지만,
저 사람들은 뭐가 저리 급할까?
지구에서는 먼저타겠다고 서두르더니, 화성에 내릴 때는 또 먼저 내리려고 안달이다.
세계시민이 되었음에도 원래의 모국 습관은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만약, 이 이주로켓에 타야할 자격을 갖춘 국가 사람들을 고른다면 어느나라가 되어야 할까?
가장 지구를 적게 오염시키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살아온 사람들, 지금의 지구를 망친 국가가 아니라 살리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어느나라에 가장 많이 살았을까?
나는 히말라야 산맥의 부탄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은 거의 이 로켓에 탑승하지 못했다. 이 또한 참 아이러니 하다.
인천국제공항과 비슷한 절차로서 밀폐된 셔틀버스를 타고 화성입국심사를 받았다.
우스꽝스런 입국심사관의 질문중에 하나는 “당신은 왜 화성으로 이주해 왔습니까?” 이다.
여기 온 사람들의 목적과 이유는 궂이 물어보지 않아도 다 알텐데....
그리고, 환경과 기후보존, 에너지절약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았다.
인생의 목적을 묻는 듯한 철학적인 내용도 있었다.
화성에서 앞으로 어떤일을 할것입니까?
화성이주민으로서 어떤자세로 살것입니까? 등..
그런데, 꽤나 까다로울줄 알았던 입국심사가 생각보다 쉽게 끝이나서 괜히 긴장했었나 싶었다.
우리 앞서 많은 이주민들이 거쳐갔었기에 뉴스에서 보던 것처럼 아주 까다롭던 입국심사는 초창기 이주민에게나 했던 모양이다.
공무원들은 어디서나 그렇듯이 일에 지쳐서 입국심사원의 역할도 대충 형식적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이 탑승했던, 박이사장, 유엔대학 원장 야마구치, 남종휘박사, 남정희사무국장을 또 만났다. 우리는 이미 같은 주거공간으로 공간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긴강감은 풀어지고 이제 과거를 잊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기 일보 직전이다.
화성우주센터에서 자기부상 트램을 타고 거주구역으로 향하면서, 모두 상기된 표정이다.
우리는 버리는데 참 익숙한가 보다.
이제 지구의 일은 잊고 모두 화성에서의 새 삶을 기대하면서, 수다와 재잘거림이 시작되었다.
인간의 장점은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던 생물종들은 모두 멸종되었지만, 우리 인간은 빠르게 지구의 대표 종이 되었다.
오직하면, 인류세 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런데, 이제껏 지구의 연대기에서는 단일 종으로 최상위 표식자가 되었던 생명체가 멸종하지 않은 예가 없었다.
공룡도 그러했다.
그 종의 무게총량이 제일 많은 종이 항상 멸종해 왔던 것이다.
그나마 공룡은 개체 수는 많아도 최소한 단일종은 아니었다.
그런데, 인간은 상호 생식이 가능한 단일종으로서 지구전체 종 무게총량이 최고였다.
인간종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오죽하면 지구상의 포유동물중에서 80%를 식량으로 사용하는 가축으로 기를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인간이 지구에서 멸종하는 것은 정해진 운명이었다.
이제 드디어 우리의 거주구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트램의 문이 열린다.
화성땅이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아메리카 서부대륙에 내리는 기차에서 희망을 찾던 개척자의 심정이랄까?
떨린다. 기대된다.
잠시 눈을 감았다.
희망의 땅 화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어째서 주위가 소란하다.
응? What? 고레??
무슨일이지?
눈을 떴다.
아니!.....이건!.......
충격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내 눈앞의 화성의 모습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다시 눈을 감았다.
이건 아니야, 이건 꿈이야, 이럴 수는 없어.
살포시 눈을 떠본다.
1회용 물병, 플라스틱 쓰레기, 사발면 포장지, 신문지, 그리고, 쓰다 버린 생활폐기물........
이럴 수는 없다.
이 풍경은 지구에서 익숙하게 보던 모습인데........
여기 화성에서도 지구와 똑 같은 모습이......
아~~~~~
바꿔야 할 것은 환경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