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4일 금요일
친구와 이웃과 함께 꿀같은 한여름밤 둘째 날
야영 둘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루종일 물놀이와 물총 놀이로 피곤했던 아이들.
어제 일찍 잠이 들었는지 새벽부터 깨어나 웅성 웅성 소리가 납니다.
"선생님 아직도 자요?"
오전 6시. 늦잠 자길 좋아한다는 현아는 일찍부터 일어나 저를 깨웠습니다.
"다른 광활 선생님들 다 오셨어요. 얼른 일어나요~"
피곤한 몸을 일으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커다란 가마솥 앞에서 열심히 불을 피우고 있는 수용 오빠와 려원이
아침부터 열심히 뛰어다니는 창하 우찬 정현 민준이
반가운 얼굴, 다슬 언니 경화 김동찬 선생님
그리고 우리 야영 아이들. 모두 이른 아침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메뉴를 따로 차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된장 국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가마솥에 파 송송, 국수를 촤르륵, 된장을 듬뿍 넣은 국수.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돕니다.
어서 먹어보라고 직접 떠주시는 할머니의 된장 국수.
정재가 궁금했는지 크게 한 입 떠먹었습니다.
"어? 의외로 맛있네?"
밖에 나와서는 못먹는 음식이 많다던 정재.
할머니의 된장 국수는 맛있다며 한 그릇 가득 담아 먹습니다.
정재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친구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한 그릇 가득 퍼주시는 된장 국수를 맛있게 나눠먹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대접해주고 싶다며 이른 아침부터 요리하신 할머니. 고맙습니다.
정재에게 된장 국수를 떠주시는 조순녀 할머니
짜잔 맛있는 국수예요
민아네, 주은이네 조에서는 폴폴 김이 나는 밥으로 맛있는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민아네는 고추 참치, 주은이네는 마요네즈 참치를 넣었습니다.
아침부터 많이 배고팠는지 김이 나는 뜨거운 밥을 비닐장갑으로 집어서
동글 동글 굴린 다음 미리 준비해놓은 참치를 넣어 입으로 쏙 가져갑니다.
두 조의 밥 냄새를 맡은 다른 조 친구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마음을 알아챘는지 려원이가 예쁘게만든 주먹밥을 친구들 입에 넣어줍니다.
주연이 가연이도 동글동글 빚은 주먹밥을 입 속에 넣어줍니다.
마치 어미 새가 아기 새 모이주듯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한 입에 쏙 주먹밥을 넣고 "음~ 맛있어" 음미하면서 먹습니다.
함께 먹고 즐길줄 아는 야영 친구들. 참 고맙습니다.
밥을 먹고 오늘의 일정을 의논하기 위해 야영팀이 모였습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물놀이를 하기로 했는데
몸이 피곤한 친구들도 있고, 일찍 내려가야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도 일찍 먹었으니 오전에 정리해서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자기가 잔 텐트는 각자 접으며 어제 작성했던 텐트 내용물 표를 보며 챙겼습니다.
폴대, 텐트, 돗자리, 고정핀 하나 하나 살펴보며 챙깁니다.
오늘 잔 텐트가 친구가 부탁해서 빌린 텐트인만큼 찢어지지 않게 조심합니다.
서로의 물건을 챙기고, 소중히 할 줄 아는 야영팀. 멋집니다.
꼼꼼히 확인하고 정리한 텐트 물품 표
민준이 지훈이가 가져온 박스들을 모았습니다.
하나 둘 사용한 박스를 모으니 양이 꽤 됩니다.
그냥 버리지 않고, 철암에서 종이를 모으시는 할아버지 댁에 가져다드리기로 했습니다.
박스를 구실로 동네 할아버지와 인사와 감사를 나눌 수 있습니다.
텐트를 정리하는 경화와 창하
우리가 사용한 쓰레기를 줍고, 텐트를 정리하고 나니
아이들이 가득했던 할머니 집 마당이 텅 비어 보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잤구나...' 마당을 보니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이른 아침부터 승규네 부모님이 트럭을 끌고 찾아와주셨습니다.
첫 날 아침, 둘째 날 아침. 승규네 부모님께 큰 도움을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승규네 트럭에 하나 둘 짐을 싣고 아이들이 올라탑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할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도 아쉬운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래 꿈나무들. 즐거웠어. 조심히 내려가고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할머니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효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건강하고, 속 썩이지 말라고 하십니다.
"저는 집에서 엄마 안마도 해드려요, 설거지도 잘 해요, 빨래도 해요!"
누가 누가 효도를 잘 하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의 눈가가 반달이 됩니다.
할머니께서 이틀동안 아이들을 살펴주신 것처럼, 부모님께도 잘 하기를 바랍니다.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며 철암 도서관을 내려왔습니다.
저 멀리 내려가는 아이들을 향해 두 손을 펼쳐 흔듭니다.
아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멀리 멀리 갈 때까지 손을 함께 흔듭니다.
1박 2일 조순녀 할머니 댁에서의 꿀같은 한 여름밤.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단순히 힐링을 하러 가는 야영이 아닌
동네 할머니 댁에서 동네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간 야영.
이번 여름 방학.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꿈나무들~ 조심히 내려가~
할머니를 꼭 안아드리는 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