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나쁘기만 한 걸까
‘룸곡’이라는 글자를 180도 회전하면 ‘눈물’이 된다. ‘커엽다’의 ‘ㅋ’은 ‘귀엽다’의 ‘ㅜ’를 왼쪽으로 길게 빼서 ‘ㄱ’에 딱 붙인 모양과 놀랍도록 닮았다. 마찬가지로 ‘띵작’은 ‘명작’이라는 글자와 모양이 닮아 있다. 룸곡, 커엽다, 띵작. 이렇게 세 개의 신조어를 배웠다면 ‘괄도네넴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맞추어보시라. 검색해보지 않고도 뜻을 유추했거나 주변에서 ‘괄도네넴띤’을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유연한 사고 또는 녹슬지 않은 관찰력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 말 장난 같은 신조어를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러한 신조어에는 맥락 없고 의미는 없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요즘 것들의 감성이 담겨 있기도 하다. 강창래 작가의 ‘위반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언어는 라이프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신조어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신조어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 생각, 공유하고자 하는 정서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의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언택트’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그리고 ‘언택트’라는 단어 속에 우리의 극복 의지를 포함하여 변화해야만 하는 현실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람들의 우울한 상태를 일컫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는 분노의 뜻이 담긴 코로나 레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담함을 암시하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말까지 생겨나면서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에도 사회적으로 위험 신호가 켜졌음을 느낀다. 기발하고 발랄한 감성이 담긴 신조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그 신박함과 재치 때문에 잠시 실소를 터뜨린다면 좋겠다. 신조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만이라도 같은 말을 알고 쓴다는 것만으로 서로 동질성을 느끼고 유대감을 느낀다면 신조어는 각박하고 울적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시윤정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