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여박(誰汝縛)
누가 너를 묶더냐?
3조 승찬 대사가 계신 사찰에 어느 날 나이 어린 사미가 찾아왔다. 사미가 말하기를 큰스님 저를 해탈케 하여 주십시오. 승찬대사가 말했다. 누가 너를 속박하더냐? 사미 한참 생각하다가 하는 말이 아무도 속박하는 이가 없나이다. 승찬대사가 말했다. 내가 이미 너를 해탈 시켜노라. 2조 혜가 대사와 3조 승찬 대사와 법문 내용이 간단명료 똑같다. 묻는 자의 말을 되물어서 회광반조(回光返照)케 하는 반답(反答) 법문(法門)이다. 자기 마음자리를 바로 꿰뚫어 보게 하는 직설법문(直說法門)이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단순직입(單純直入)케 하는 선법(禪法)이다. 이것이 달마대사의 직관선법(直觀禪法)이다. 이렇게 대대상승(代代相承)하여 사조(四祖) 도신(道信) 대사까지 전법(傳法)이 이어졌다. 도신(道信) 대사는 중국 진말(陳末)~당초(唐初)의 스님이다. 도신(道信) 대사는 중국 선종의 제4조다. 13세부터 3조 승찬 대사에게 10여 년 동안 모시고 참학 하다가 3조 승찬(僧璨) 대사의 선법을 이어받았다. 이후 길주(吉州)와 여산(廬山) 대림사(大林寺)에 10년간 머물다가 기주 쌍봉산(雙峰山)으로 옮겨 30여 년간 머물렀다. 쌍봉사(雙峯寺)를 세우고 전법 포교에 힘 썼고, 동산법문(東山法門)을 개창(開創)하여 선종(禪宗)의 교단(敎團)과 사상을 체계화(體系化) 시켰다. 당나라 대종(代宗) 황제로부터 대의(大醫)라는 시호(諡號)를 받아서 도신대의(道信大醫)라고도 부른다. 대의(大醫)라는 시호(諡號)를 받는 것은 태종황제(太宗皇帝) 병을 고쳐 주었다고 한다. 초목집성(草木集成)이라는 의서(醫書)도 저술(著述) 하였다고 한다. 불서로는 보살계법(菩薩戒法)과 입도안심요방편법문(入道安心要方便法門)도 저술한 것으로 전한다. 도신대사는 선농일치(禪農一致)를 내세워서 노동과 참선을 병행(竝行)하였는데,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 백장청규(百丈淸規)를 실천하여 도신대사의 명성이 높아지자, 대사를 따르는 사람이 5백여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도신대사 법문을 보면 간결하다. 모든 일체 법문은 다 방편설이다. 모래알 같이 묘한 덕은 전부가 각자 마음 근원에서 나오는 것이라.
일체의 계행과 선정과 모든 지혜와 신통변화는 스스로 구족하야 너의 마음을 떠나지 않음이라. 모든 번뇌니 업장은 본래가 공하여 형체가 없고 모든 인과도 다 꿈을 꿈과 같은 헛된 것이라. 삼계에 뛰어나가는 바도 없고 보리를 가히 구해내는 바도 없어 사람과 사람아닌 동물들은 성품이 평등함이라. 대도는 무한으로 여여히 텅비어 생각으로는 헤아리지 못한다. 이러한 묘한 법은 네가 지금 곧 얻어 가지고 있음이라. 다시 모자람도 없으며 부처라 해서 특별한 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니, 달리 별도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단지 그 마음을 자유로히 쓰되 탐착심 없이 모든 경계를 볼 것이며 마음을 맑히되 생각을 내지 말 것이다. 탐애 착심을 내지말고 성내지 말 것이며 걱정 근심도 할 필요 없다. 너르고 넓어서 걸림 없는 그 마음을 자유로이 쓰되 선이란 생각도 내지 말며 악이란 생각도 내지 말고 일상생활에 움직임과 모든 인연 경계에 무심하여 집착하지 않는 것 이것이 곧 부처님의 묘법심이니라. 언제나 쾌락하고 부족함 없이 걸림없고 자유자재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부처라 하느니라.(百千法門(백천법문) 同歸方寸(동귀방촌) 河沙妙德(하사묘덕) 總在心源(총재심원) 一切戒門(일체계문) 定門(정문) 慧門(혜문) 神通變化(신통변화) 悉自具足(실자구족)不離汝心(불리여심) 一切煩惱業障(일체번뇌업장) 本來空寂(본래공적) 一切因果(일체인과)皆如夢幻(개여몽환) 無三界可出(무삼계가출) 無菩提可求(무보리가구) 人與非人(인여비인) 性相(성상) 平等(평등) 大道虛壙(대도허광) 絶思絶慮(절사절려) 如是之法(여시지법)을 汝今已得(여금이득) 更無闕少(갱무궐소) 與佛無殊(여불무수) 更無別法(갱무별법) 汝但任心(여단임심) 自在(자재) 莫作觀行(막작관행) 亦莫澄心(역막징심) 莫起貪瞋(막기탐진) 莫懷愁廬(막회수려) 蕩蕩無碍(탕탕무애) 任意縱橫(임의종횡) 不作諸善(불작제선) 不作諸惡(불작제악) 行住坐臥(행주좌와) 觸目遇緣(촉목우연) 總是佛之妙用(총시불지묘용) 快樂無憂故(쾌락무우고) 名爲佛(명위불). 도신대사는 당태종이 대궐로 세 번씩 초청을 해도 첫 번째는 나는 병이 나서 못 간다고 거절하였고, 두 번째는 나이가 많이 늙어서 못 간다고 거절하였고, 세 번째도 똑같이 나이가 많아 늙어서 병이 나서 못 간다고 했다고 한다. 수행자 면모가 역역하다. 황제 천자가 초청을 하는 데도 요지부동이니 말이다. 요즘 수행자와는 철저하게 통이 다르다. 만대 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