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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반은 마스크로 가려져 나누는 인사가 낯설지 않아졌습니다.
대부분은 눈인사로 지나가고 때로는 발걸음을 멈추어 안부를 나누기도 하는데 자주 받는 질문이 있어요.
"지네, 아직 운동모임 해요?"
"득템소모임이요? 그럼요!"
득템 소모임을 만들다
2015년 5월에 탄생한 살림의료복지사협 소모임 득템은 협동운동 소모임입니다.
다짐 사업소에서 운영하던 프로그램의 강사님이 그만두게 되면서 만들어졌어요.
그 동안 배운 운동들로 조합원들끼리 함께 운동하며 운동모임을 이어갈 수는 없을까?
고민을 나누자 강사님과 직원, 조합원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으며 용기내어 소모임을 만들어보기로 했지요.
다치지 않는 운동을 목표로 일주일에 2번씩 만나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으로 협동운동을 만들어가는 소모임.
처음엔 제안한 제가 운동을 이끌어 나갔지만 꾸준히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면서 돌아가며 운동을 이끌어 나갈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느끼고. 발견하고. 에너지에 집중하고. 움직임을 확장하고. 서로 다른 몸을 인정하고.
협동운동으로 몸의 활력은 물론이요, 스스로를 존중하고 다른 몸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협동운동은 함께 꾸준히 할 때 시너지가 커졌는데 모임이 안정적으로 될만 하면 사연이 생겨 사람이 빠져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함께하는 조합원의 수에 좌우되지 않고 운동은 거르지 않고 이어졌어요.
새로운 운동공간을 찾아나서다
3년쯤 되었을 때 다짐 사업소가 개편되면서 소모임인 득템은 다짐공간을 나와야 했습니다.
새롭게 운동모임 장소를 구하기란 생각보다 꽤 어려웠습니다.
기계가 아닌 관계로 건강해지는 다짐문화를 경험했기에 더욱 그랬어요.
살림의 건강돌봄생태계 사업이 구산보건지소와 협력하게 되면서 구산보건지소 교육장을 대여할 수 있었습니다.
구산보건지소와 조율하며 운동의
시공간을 확보해 득템소모임을 이어갔습니다.
낯선 장소에 적응해가며 협동조합을 모르는 지역주민과도 함께 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을 때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협동운동 공간을 잃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공기관이 제일 먼저 폐쇄되면서 구산보건지소에서의 공간대여는 2년으로 마무리되고 득템은 강제휴면에 들어갔습니다.
운동모임을 5년 동안 했어도 생존하기 위한 운동법을 알고 있어도 코로나로 면역력을 더 키워나가야 함에도 저는 홀로 운동하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꾸준히 운동할 수 있었던 건 함께 하니까 가능했음을 확인하고 확인했어요.
의지박약을 확인할수록 몸의 통증은 늘어갔고 움직임은 무거워졌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협동운동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지속적인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다짐 문을 닫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문을 닫는 실내운동시설이 늘어났습니다.
살림건강센터 다짐 사업소도 피할 수 없었지요.
구산 다짐 사업소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힘들게 공간을 없애기로 결정난 것입니다.
다짐이 있어 가능했던 일들이, 다짐이 있어 모일 수 있었던 조합원들이 기억 속에, 기록 속에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조합원자치공간_다짐으로 전환하다
온전히 받아들일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구산 다짐은 없어져도 혁신 다짐 공간을 살려 조합원자치공간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업소가 문을 닫으니 사업소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직원도 없어진다.
직원없이 조합원들끼리 자치적으로 공간을 지키고 꾸려가야 한다.
기획,운영,관리 등. 다짐공간에 관련한 모든 일들을 조합원들이 책임져야 한다.
다짐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짐자치회를 만들고 있으니 자치위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다짐자치회에 발을 담그다
'조합원자치공간'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명확히 모르겠고 막막했으나 다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짐에서 다시 조합원들과 협동운동을 하고 싶은데 공간을 이용만 하기엔 그 동안 받은게 많아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요.
게다가 조합원자치공간으로 전환될 혁신다짐은 우리집에서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거예요.
역시나, 다짐자치회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3시간 정기회의는 물론이고 전환시기에는 교육과 회의가 촘촘했고. 준비하고 결정해야 할 것들이 단체텔방에 가득한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일들과 겹쳐 버거울 땐 때때로 빠져나갈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을 좀처럼 맞추기가 어려워 의지와 다르게 자치위원 활동을 못하게 되는 분들도 생기고 급한 사정이 생겨 활동을 멈추게 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만큼 함께하는 힘은 강력하여 자치위원들의 연결은 굳어지고 있고 든든함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다짐을 지키기 위한 선택
'자치'라는 용어부터 배우고 토론하며 우당탕탕 좌충우돌 마음만은 찐~으로 현재 7명이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어요.
역할을 선택하고 기획하고 실행하고 응원하고 위로하고 고민하고 8개월째 입니다.
기획은 머리를 많이 써야할 것 같고, 회계는 훈련된 바가 없고, 노동의 협동 관리는 체계적이어야 할 것 같고, 각종 문서와 기록관리는 부지런해야 할 것 같아서 공간관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집이 가까우니까 공간에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갈 수 있는 사람이 나여야 할 것 같았어요.
공간관리 역할을 맡으며 배우는 중 입니다
공간관리 역할은 집안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함께 쓰는 공간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다짐대청소는 물론이고 매일 운동 뒤의 물품소독, 바닥청소, 자잘한 정리들, 필요한 소비재들 채워넣고, 고장난 거 고쳐놓고, 공간이용자들이 함께 알아야 할 내용 공유하고 등등.
보이는 공간관리 뿐 아니라 살림조합원의 약속으로 명시화 되었듯이 다짐의 문화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운동시간당 모일 수 있는 인원은 4명 입니다.
강사수업을 비롯하여 운영되는 운동모임이 13개이고요.
만나지 못하는 50여명의 조합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노동의 협동이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인 다짐을 채우는 가장 큰 존재는 사람, 조합원들이기에.
조합원들의 마음과 행동들이 다짐을 지켜가고 가꾸어 가고 있음을 목격합니다.
매일매일의 노동의 협동 내용과 이름과 시간이 기록되어지고.
노동의 협동 코디팀의 정리를 매달 전해받습니다. 모여지는 사람의 힘, 노동의 협동의 힘에 감동하며 서로가 느끼는 감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 제가 맡은 공간관리 역할 중 가장 기쁘고 감사한 일이 된 것 같아요.
조합원 자치공간 다짐을 조합원들 스스로 지켜내고 가꾸고 있어 제가 즐겁게 협동운동 할 수 있음을,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득템 소모임에서 제가 자주 하는 말들이 있어요.
"제 말은 50프로만 믿으셔요~"
"동작이 안되는 것 같아도 되고 있는 중입니다."
다짐자치회에서의 제 모습도 이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김 화백님 그림 그리시는 시간도 노동의 협동 시간에 넣읍시다! (일만시간^^)
8개월 동안 다짐을 협동과 자치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하신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이네요ㅠㅠ!!
그리고 운동모임을 6년차 끌어가고 있는 역사 이야기고요. ㅠㅠ 감동입니다.
다짐 협동운동의 선구자 지네님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쭈~욱 함께 해요~^^
역사를 기록하는 게 참! 중요하단 말입니다^^. 살림 조합원 가입하고 처음 한 일이 득템 소모임이었어요. 그 때도 지금도 지네님이 같은 자리에 계셔서 든든합니다.
보고 또 보고 또 보아도 뭉클합니다.
지네님 멋져요~~^^ 고맙습니다.
아 뭔가 뭉클합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다짐의 역사가 그려집니다.
올해 1월부터 다짐 센터에서 다시 운동할수있어 너무 좋아요
예전 구산 보건소에서 같이 운동했던 분들 다시 같이 운동하고 싶어요(새순,벚꽃눈 ,자연,장미님)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4명만 하지만 여럿이 혜택을 같이
누리면 좋겠어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 지네님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