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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30일(금)~(16일째... Terradillos de los Temolanos~ Bercianos del Real Camino: 24.4km
순례자숙소: R.F parois Casa Rectoral 기부제)
새벽 어스름...
창가 너머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가 먼동을 깨운다.
바람한점 없는 이 아침의 고요가 안개 자욱한 몽환적 풍경을 그려낸다.
아침 7시반경 길을 나서다.
이제 여명의 어스름도 사위여 들고... 밝은 햇살의 온기가 따스히 퍼져간다.
그래도 차가운 기운이 옷깃에 스며든다.
노란 은행잎 물들은 휘돌아 서는 길섶가로 서울 총각이 걸어가고 있다.
동화속 고운 이야기가 절로 떠오를 듯한...
참으로 고운 길인가 싶다.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의 황홀한 빛이 카미노의 동선을 환희 수 놓아간다.
디카속 세상속에 빛의 채색이 곱게 물들어가는 이 가을의 순수한 연정(戀情)을 나는 사랑한다.
국민(초등)학교 시절... 같은반에 착하고 공부 잘하던 여자애가 있었다.
거기다가 얼굴까지 예뻣던^^...
어쩌다 그애가 말을 걸어올때면 괜시리 얼굴 붉어지던 올래집 아이의 수줍은 기억은
아마도 저 빛의 고운 채색을 닮은 듯도 한데...
책보자기 둘러메고 사방팔방 휘젔던 그 아이들의 닳고 닳은 검정 고무신의 내달음이여!
머나먼 '산티아고 카미노에서 떠올리는 내 유년시절의 그리움의 단면들...
그렇게 추억의 회상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리라!
길이 이어진다.
가는 곳마다 웃으며 반겨주는 카미노 친구들이 있어 늘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쯤 걸어가다 선남선녀를 만났다.
사이가 남다른 아일랜드에서 온 '리나'와 스페인 청년인 '알렉스'가 연인으로 발전한 것 같다^^
몇일전 부터 계속 둘이서 소곤소곤 도란거리며 걷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기념으로 사진한장 찰칵 했더니 오! 코리아 넘버원이라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사전에 한국식 인사말을 알려준 까닭이다.
'포플러' 노란 단풍잎이 물들은 가을 하늘이 짙게 농익어간다.
노란 화살표가 그려진 어느 작은 돌다리 너머로 소롯한 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신발끈을 풀고 양말을 벗어 발가락 사이사이 온기를 불어 넣는다.
5분여 그 휴식의 따스함이 포근하다.
조금 걸어가다 그곳에서 카미노 세명을 만났는데 일본 아가씨 '아야꼬(왼쪽)를 다시 만났다.
서로 반가운 인사와 악수를 나누었는데 언제봐도 생글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예쁘다^^
'부엔 카미노!'
'Moratinos(3km)'와 'Sn Nicolas Real camino(2.9km)' 마을을 지나 다시 두시간 반여를 걸어(8.1km) 도착한
'Sahagun' 마을 바(Bar)에서 아침겸 점심으로 부드러운 빵 2개와 뜨끈한 레체(우유) 한잔을 주문했다.
맛있게 먹고난 후 계산을 하려는데 동전 몇 센트가 부족하다.
여주인장이 웃으며 그냥 가라면서 '부엔 카미노' V자를 그려준다.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는 그 마음에 힘이 나는 듯 하다!
'사하군' 시내를 빠져나와 작은 다리를 건너는데 그 아래 물가에 비친 노란 '포플러' 잎 반영이 곱게 드리워져
있다.
어디 그길을 걷는 마음이 흙길과 돌다리의 이어짐 뿐이랴...
파란 하늘에 떠있는 하얀 구름의 조각들을 닮은 자유로운 내 발품의 동선들...
그래서 끝없이 이어지는 이길이 좋다.
모두에게 전하는...
누가 그려놓은 사랑(하트)의 표시일까.
멋스럽다.
다시 한시간 반여를 걸어(4.7km) 도착한 Calzada del coto' 마을 어귀 벤치에서 앉아 지나온 '사아군(Sahagun)에서
사둔 동그런 도너스를 먹었는데 그속에 들어있는 하얀즙의 달코롬한 맛이 입안을 살살 녹인다.
이동네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라 허스름한 풍경이다.
어느 집앞을 지나는데 아빠인 듯 농부차림의 아저씨가 딸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있다.
서로 웃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 보여서 딸과 사진한장 찍어도 돼느냐고 했더니 선뜻 그렇게 하란다.
이방인을 대하는 모습들이 어색함이 없다.
귀여운 딸을 번쩍안고 크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하여~ 다시 사진한장 추억을 남겼다.
쭉 뻗은 차도를 지나고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좀처럼 '조가비'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또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
이 길을 걸어본 카미노라면 누구가 느끼는 긴장감의 초조가 밀려온다.
앞 뒤로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 걸어왔을까.
멀리 처마를 맛댄 집이 보인다.
반갑다.
'산티아고' 가는 길...
그 염원을 담은 추모비가 어느 길가에 세워져 있다.
단풍잎 쓸쓸히 바람에 흩날리다.
'Calzada dei coto'에서 5.7km를 걸어와 오늘의 종착지 'Bercianos del Real Camino' 마을에 들어선다.
오후 네시쯤인 것 같다.
이곳 알베르게는 기부제로 운영하는 곳이다.
자원봉사자가 동네 분들인데 무척이나 친절하다.
'그레덴시알'에 셀요를 받고 등록을 마친 후 탁자를 덮은 유리안을 보니 각국의 지폐와
한국돈 천원짜리 몇장이 보이길래 나도 한장을 탁자위에 놓으니 그곳 여주인장이 하이파이브를 하잔다.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크게 한바탕 웃었다.
침대에 와보니 서울총각과 대구에서 왔다는 아가씨 한명 그리고 두어시간 후쯤
어제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었던 부산 아가씨가 들어선다.
서로 위안이 된다.
저녁 8시... 그곳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가 있어 다들 주방 식탁으로 모여 들었다.
서너번씩은 만났던 친근한 얼굴들이다.
평온하다.
기부제나 무료식사는 자기가 생각한 만큼의 액수를 함(函)에 넣으면 되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에 그냥 가버리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는 다 알것 같아 더 이상 논할 여지는 없겠지만 간혹 들리는 이야기가 안타깝다.
여기에선 국민(초등)학교 시절 '학교종이 땡땡땡'이 울리는소리처럼 그렇게 종이 울린다.
식사를 하기전 자원봉사자 두분 중 여자분의 인사말에 이어 '그라뇬' 마을의 성당에서 체험했던
순간처럼 모든 카미노들이 식탁을 탁탁 두드리며 벽에 붙여있는 합창가 곡조를 따라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식사가 시작되고...
처음 나온 구운 피자가 고소한 맛이다.
와인을 곁들으니 더 더욱...
한국에선 별로 입에도 안됐건만^^...
돌아가면서 자개 소개를 하는데 식탁에 앉아있는 우리 네명을 보면서 모두들 '꼬레아' 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니 지금 이순간 어깨가 으쓱하다.
그때 바로 건너편에 앉은 프랑스 청년이 갑자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동요를 부르는게 아닌가!
덩달아 우리넷도 함께 따라 불렀다.
알고보니 한달정도 서울-부산-청주에서 지냈는데 제주올레길도 걸어 봤단다.
반가운 마음에 '제주올레 작은쉼터' 로고뱃지를 기념으로 건네주니 '땡큐"를 연발하며 고마워한다.
키도크고 인상도 좋은 잘생긴 청년이다.
이곳 머나먼 스페인 땅에서 우리 동요를 들을 수 있다니...
한달여의 그 짧은 기간에 언제 그 노래를 다 배웠을까.
작은 감동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만찬의 순간이다.
그 정성의 아름다운 마음을 배운다.
단순의 맛이 아닌 그 길에서 베푸는 소중한 의미의 체험을 차곡차곡 담아둔다.
먼먼 그 길 걸으며 때론 힘들고 때론 고독하고 때론 즐겁고
내 발품의 로망이 여린 그곳에 있기에...
ps~ 감사의 마음을 다시한번 전해보는 '산티아고' 카미노의 추억록 속에
벌써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그날의 회상을 떠올리며...
첫댓글 나에겐 두명의 주치의가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다. (트레벨리안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