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무렵
안정환
고향 선산계신
조부님 이발은
시골 당숙이 해드리고
대전 국립묘지 계신
아버님 이발은
나라에서 해드린다
내 머리는 늘
동네 목욕탕에서
이발사 조씨가 깎아주고
막내 녀석 이발료는
고지서로 날아왔다
망월동묘지 관리소에서.
다이아몬드별 루시*에게
마음이 가난하고 슬픈 사람은
별을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
반짝이는 별나라에 가고픈 마음
별나라엔 꽃과 웃음만 가득하리
별을 자주 쳐다보는 사람은
별빛을 머금어 눈빛이 맑다
라이나 마리아 릴케, 알퐁스 도데,
윤동주, 이성선의 눈빛도 맑았으리
이 세상 살며 별을 헤다 간 사람들
눈빛과 눈물이 하늘가에 쌓여서
루시의 아름다운 몸 이루었으리
수십억 조 캐럿, 찬란한 빛 발산하리
밤하늘 바라보는 이들의 애인 루시여
그대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아도 좋다
별을 쳐다보는 가난하고 슬픈 이들
그대 있음으로 조금은 덜 외로우리.
* 2004.2.16.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는 지구로부터 50광년 거리에 지구의 8분지 1(지름 1,500키로미터)크기의 다이아몬드 별이 반짝이고 있는거것을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켄타우로스 성좌에 있는 별로서 수십억 조(정확히는 1뒤에 0이 34개)캐럿이 되는데 천문학자들은 이 별을 비틀즈의 노래'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다이아몬드를 가진 하늘의 루시)'에서 본떠 '루시'라고 이름지었다.(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다이아몬드는 '스타 오브 아프리카'로서 330캐럿이다)
소록도
하늘 아래 더 갈 곳 없다
파도는 절벽치며 울부짖는다
시비(詩碑)* 조차 벌렁 누워버렸다
멱살 잡혀온 하나님
처음엔 날마다 몰매 맞았다
이제, 그들 못 잊어
하나님도 차마 못 떠나신다.
* 소록도 중앙공원에는 30여명의 나환자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뗏목에 실어왔다는 붉고 넓은 돌에 한하운 시『보리피리』를 새겨 와불처럼 눕혀 놓았다.
만리장성, 까치집
만리장성은 사람이 만든 장난감이지
백두산 천지(天池)본 다음날이니 더욱 그렇지
오랑캐 막아서 살아난 사람보단
성 쌓느라 죽은 사람 더 많았다지
옛날엔 군사용 높은 성벽이었겠지만
비행기 미사일 날아다니는 지금엔 난센스지
이런 생각하며 하산하는 리프트카 창밖으로
산기슭 전신주 위에 앉힌 성 하나 보았지
까치 부부가 새끼들 까 품고 살겠다고
스스로 사랑과 정성과 삭정이로 쌓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고 넘보지도 않는
정말로 튼튼한 만리장성 하나 보았지.
2009년 시문학사, 안정환 시집『시집 읽는 어머니』
첫댓글 위암으로 투병중인 안정환 시인의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