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지난 7월 11일(토) 우리 가곡 연주회에는 멀리 밀양서 올라오신 분과 공연복 갈아입는 곳에서 만나 알몸을 부딪치며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그분이 제 보타이도 정성껏 매주시면서, ”오대표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안 올라올 수가 없었어요. 왕복 9시간 걸립니다.“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무엇을 제안할 때 타인이 자신이 처한 어려움과 상관없이 기꺼이 응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권위이자 선한 영향력이다. 하루아침에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 축적된 신뢰와 헌신의 결실이다.
1947년 독일의 Hans Werner Richter라는 소설가이자 문학비평가가 전후 독일 작가들에게 ”당신을 며칠부터 며칠까지 어느 휴양지 어느 호텔로 초청합니다. H.W.Richter)“라는 엽서를 보내자 초청받은 작가들이 예외 없이 몰려들어 47그룹이 결성되었다. 그 후 이 모임은 1967년까지 20년간 계속되었다. 그의 초청 원칙은 나치에 협력하지 않은 작가이면서 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의 모임 진행 방식은 그가 판사처럼 상단에 앉아 사회를 보지만(그의 이름 Richter는 판사라는 뜻이다. 작가들은 실제로 판사처럼 생각했다) 철저한 자유토론 방식이고 마지막에 그해의 47그룹 작가상 수상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다. 점점 방송국과 매스컴에서도 촬영과 보도를 하며 영향력이 커지자 참가 작가들기끼리 갈등도 커졌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우리 가곡 사랑회 연주회 방식도 비슷하다. 참가 연주자들이 우가연의 초청을 받아 참여하고 운영위원들이 연주회를 위한 모든 지원을 뒤에서 담당하는 방식으로 수십 회를 이어오고 있다. 지봉재 작은 음악회를 끝내고 귀가하는 차량에서 함께 동승한 반주자 장세희님께서 ”다른 단체들은 대부분 단원끼리 갈등도 많고, 심해지면 갈라서는 경우도 많아요. 우가연은 단원들끼리 관계도 좋고 연주 분위기나 수준도 최고고, 아무나 초대받을 수 없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하신다. 순간 동승하신 손회장님 표정을 보니 무덤덤 부처님 표정이시다. 마치 ”당연한 걸 갖고 왠 부산이야?“라는 투다.
어디나 사람이 모이면 그 모임을 이끄는 리더와 운영진들이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천당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