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까다로운 구간인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인 쿤자랍 패스(Khunjerab pass)을 통과하는 날이다. 길잡이 말에 따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까다로운 구간이라는 의미는 파키스탄에서 중국의 국경을 통과하는 일이 일반 사람들이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짜증나게 하기 때문인데, 이곳이 과거 마약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통로였고 신장위구르 지역이기에 사람이나 수화물에 대해서 이 잡듯이 검사를 한다고 한다. 또한, 아직 카시미르지역 국경분쟁 중이기에 중국 국경 및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책이나 노트검사도 철저해 지도가 있으면 무조건 압수할 뿐만 아니라 입국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동트기 전부터 새벽 마을 풍경은 황톳빛 산아래 미루나무가 사람이 사는 마을임을 알리는 경계로 보인다. 부지런한 농민의 손길이 닿은 가지런한 감자밭과 하늘을 향해 곧게 뻗는 미루나무가 참 멋지다. 호텔 마당에 심겨진 체리는 수확이 임박한 것 같은데 아무도 관심 없는 듯 그대로다. 먹어줘야 할 마음에 나는 잘 익은 체리를 한 움큼 따서 씻어 담았다. 소스트에서 쿤자랍패스를 오르는 동안의 간식이다. 점심을 각자 미리 준비하고 중국 국경에서는 절대로 떠들거나 웃는 행위 등, 중국 군경들이 오해할 만한 행위를 하지 말라고 길잡이가 신신 당부한다. 막말로 재수 없으면 뭐가 꼬투리가 될지 모르니 긴장하라는 뜻이다.
호텔에서 준비해 준 아침을 먹고 호텔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을 받아 8시 20분 호텔을 출발해 8시 40분 소스트 마을 끝에 있는 파키스탄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한다. 서두른 덕분에 단체 여행객들 중 우리 일행이 파키스탄 세관에 제일 먼저 도착해 수화물 검사장으로 간다. 캐리어는 물론 모든 여행객 소지품에 대해 마약견을 동원하여 수하물 검사를 한다고 했지만 파키스탄 가이드와 세관 직원이 몇 마디 나누더니 캐리어도 열지 않고 마약탐지견이 한번 흝고 지나가는 것으로 세관검사가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세관검사가 끝나자 이곳에서 타스쿠르칸까지 운행하는 버스에 캐리어를 실은 다음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동안 함께한 소형버스 및 그동안 안전하게 운행해 준 기사와 파키스탄 여행에 도움을 준 현지가이드 하룬에게 사례를 하고 작별한다. 현지가이드 하룬은 영어가 유창하고 성격이 원만하며 일처리가 깔끔한 50대 후반으로 본래 파슈툰족으로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항공기 승무원이었는데 탈레반 정권의 압제를 피해 파키스탄으로 이주해 여행 가이드를 한다고 한다.
파키스탄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버스는 카라코람산맥의 깊은 계곡을 따라 쿤자랍패스로 향한다. 쿤은 ‘피(khun)’를 뜻하고 자랍은‘개울’을 의미하는 zerav에서 유래하니 ‘피의 개울’을 뜻한다고 한다. 피의 계곡이라는 와키(Wakhi) 말에서 유래된 쿤자랍 패스는 옛날에 산적들이 이 고개를 넘던 모든 대상과 구법승들에게서 약탈하고, 매일같이 사람들을 찢어 죽여 계곡에는 늘 사람의 피가 흘러 넘쳐 그곳에서 단 하루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기에 피의 계곡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이 하이웨이의 최절정이자 세상에서 가장 높은 국경 쿤자랍 패스(Kunjerab Pass, 4,693m)를 넘는 날이다. 이 길은 겨울이면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국경이 폐쇄되는 곳이다.
소스트에서 쿤자랍패스까지는 90㎞가 채 안 되는 거리지만 2,000m가 넘는 고도를 올라가야 한다. 훈자 강을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데 오른쪽 절벽 중간에서 바위를 뚫고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지금부터 군자랍 패스까지 계속 오르기만 하는데 이곳을 지나간 혜초가 얼마나 힘들었던가를 ‘왕오천축국전’에 잘 기록해 놓은 옮겨본다. “그대는 서번(西蕃·서쪽의 변방)이 먼 것을 한탄하나 나는 동방으로 가는 길이 먼 것을 한탄하노라 길은 거칠고 눈은 산마루에 수북이 쌓였는데 험한 골짜기에는 도적이 들끓는구나. 새는 날다 깎아지른 산 위에서 놀라고 사람은 좁은 다리를 건너며 어려워한다. 평생에 눈물 흘린 일이 없었는데 오늘만은 천 줄이나 뿌리도다.”
눈표범 국립공원(WELCOME TO THE LAND OF SNOW LEOPARD)이 있고 잠시 후 차가 멈춰 선 곳은 쿤자랍계곡의 국립공원이다. 중국 국경이 52km 남았다는 사인이 보이고 쿤자랍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바리케이트를 치고 통제를 한다. 국립공원이라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일종의 통행료로 중국인 50위안, 파키스탄인 500루피, 외국인 $40이다. 입장료라기보다는 이 길을 지나는 통행료로 비싸지만 어쩌겠는가. 이곳에 언제 다시 와보겠는가?
길잡이가 국립공원사무소로 입장료를 내러 간 사이 우리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주변도 둘러본다. 국립공원답게 국립공원 안내서도 있고 잘 정리된 모습이다. 안내판과 지도에는 눈 표범(Snow leopard)이나 갈색 불곰(Brown bear), 푸른 양(Blue sheep) 등 많은 동물들이 국립공원에 서식하고 있음을 그림으로 표시하고 있다. 과연 안내판에 그려진 눈표범(Snow leopard)이나 갈색 불곰(Brown bear), 푸른 양(Blue sheep) 등을 볼 수 있을까? 이곳은 전 세계의 야생동물 애호가나 연구자, 보존 실무자들을 위한 천국이란다. 이뿐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동물들 이름이 수두룩하다. 골든 이글, 히말라야 그리폰 독수리, 람메르기에, 티비&히말라야 스노우콕, 북부 까마귀, 스노우 자고새와 같은 큰 새들의 고향이란다.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 한 사람이 바리 케이트 앞을 지키고 있는데 예전 중국 검문관(劍門關)을 갔을 때 본 한 명이 관문을 지키면 만 명이 처들어 와도 막아낼 수 있다는 일부당관만인적(一夫當關萬人敵)이란 글귀가 생각난다. 바리케이트를 지나 저 앞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까지 걸어 간다. 길잡이는 우리를 버스에서 기다리게 하고 여권을 거둬 여권 검사를 받으러 간다.
국립공원사무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서서히 고도가 높아져 가고 싸락눈이 날리는 설산 아래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야크 떼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여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차창에 김이 서려 초점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가 흔들려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야크는 세상의 어느 동물원에서도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동물이다. 해발 4,000m 정도 돼야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4,000m 이하에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쿤자랍 국립공원을 지나니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된 산과 불모지의 연속이다. 이런 곳에 길을 낸 자체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인간은 길을 만들었고, 그 위로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버스는 가고 있다. 푸석거리는 돌무더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돌 반, 모래 반인 산 밑을, 먼지를 휘날리며 국제버스는 달린다. 이 길을 통과하는 시간만이라도 제발 돌이 떨어져 먼 나라에서 객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파키스탄 국경검문소가 있는 쿤자랍 패스에 도착한다. 아직 고산증은 없다. 파키스탄 여행을 하면서 천천히 고도를 높여 적응이 된 것 같다. 잠시 차를 세우고 여권검사와 통과 사인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인증 샷을 찍는 곳으로 연중 6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곳이다. 1966년 7월 8일 도로로 파키스탄과 중국 군인들이 만든 국경선이다. 과거에는 지금은 중국 땅인 타스쿠르칸까지 파키스탄 땅이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파키스탄이 중국에 양도해 지금의 쿤자랍 패스가 국경이 되었다고 한다.
카라코룸 하이웨이는 세계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란 설명판에는 추위와 산소부족, 악마 같은 날씨 등등 열악한 환경에서 중국과 파키스탄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만든 카라코람 하이웨이에 기적의 쿤자랍 패스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역사상 그렇게 힘든 일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힘을 키우고 움직인 적이 없다. 글 마지막에 도로 건설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글이 적혀 있다. "WE ARE PROUD OF YOU. YOUR SONS AND GRANDSONS WILL REMEMBER YOU. YOU HAVE DONE THE MOST WONDERFUL JOB IN THE HISTORY OF THE ARMY."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들들과 손주들은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은 군대 역사상 가장 멋진 일을 해냈습니다.) 1967년 KHUNJERAB에 부대를 파견한 CGS PAK ARMY MAJ GEN SAHIBZADA YAQUB KHAN. 국경을 넘는 일은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이 길을 만든 군인들의 노고에 숙연해진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이런 고충을 견디게 한 주변 풍광이다.
파키스탄 문(JSA)을 지나 중국 쪽(중국 문) 쿤자랍 패스에서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버스 안으로 들어와 여권검사를 한다. 주변 산들은 6월임에도 겨울 산처럼 하얗다. 쿤자랍 패스를 지나니 앞좌석 일행분이 마치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넘어오는 기분이라 말한다. 이는 파키스탄과 중국 간 경제 능력을 비교하는 빈부 차이가 확연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도로 상태부터 운전자 위치가 달라진 모습까지 주변 설산뿐 아니라 내 눈앞에 눈이 내리고 어마 무시한 풍경이 1,200km가 이어진다. 그저 보며 즐기는 우리도 이리 힘든데 이 길을 만든 노동자들은 어찌했을까 싶다.
1982년 완공된 카람코람 하이웨이의 가장 높은 곳이며, 해발 4,693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이고, 3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ATM까지 추가된 곳이라고 한다. 쿤자랍 패스 때문에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1년에 5개월만 개방 된다고 하며 보통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로 눈이 많이 쌓이는 겨울에는 국경도 폐쇄되지만 고정적이진 않고, 4월 1일에 쿤자랍 국경이 여는 일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