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름수련회 “뒷곁에 자라는 우슬초도...”
폭염주의보가 기승을 부리는 36도의 더위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우리 빛교회는 잘 훈련된 군사처럼 충남보은에 위치한 월송교회를 향해 선교를 떠났다. 전도를 잘 할 수 있는 언변도 육신으로 봉사할 수 있는 딱히 마땅한 기술도 없는 나는 대원속에 섞여서 어정쩡한 채로 네조로 나뉘어진 어느 한조에 합류해서 봉사를 찾아 출발했다.
독거노인이 사는 몇 집을 방문해 청소와 빨래봉사를 계획했으나 주인은 모두 외출한 상태로 문이 잠겨있었다 우리 팀은 선교할 장소를 찾아 다시 이동 중이었다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고 대추 골의 명산지답게 도처에 무성한 대추나무에 큰 대추알이 다닥다닥 매달려 햇살에 단물을 머금고 가을을 향해 익혀가고 있는 중 이었다 키가 큰 수수대는 실하게 열린 수수알곡을 무거운 듯 힘껏 떠 받치고 있었다.
그 풍경을 보니 "너희들이 그 땅의 모든 소산을 먹고 누리라!"는 성경귀절이 떠올랐다. 그런데 언덕길을 넘어서자 넓은 고추밭이 펼쳐지고 빨갛게 익어서 탐스러운 고추가 가지가 비좁은 듯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 않은가! 천 평은 될 만큼 그 넓은 밭 한 옆에 체구도 작으신 노부부가 뙤약볕 아래 고추를 따고 계셨다.
두 노인께서 저 넓은 밭의 열매를 어느 세월에 다 수확을 할꼬? 현지 목사님의 안내를 받고나자 두 노인은 환호했다.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 하나님 주신동산 /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그 누가 대답을 할까 / 일하러가세 일하러가.." 우리대원은 봉고차에서 쏟아져 내려 밭으로 들어가서 탐스럽고 색깔도 선명한 고추를 자루에 따 담기 시작했다. 말복더위와 뙤약볕이 내려쬐는 절정에 이르는 정오 시간이었다. 그러나 간간히 구름기둥으로 때로는 산바람으로 일하는 동안 더위를 식혀주셨고 신기할 정도로 무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과연 우린 하나님 명령 받은 사람들이 구나~' 시골서 자라 경험이 많은 나는 양손으로 고추수확을 익숙하게 진행해 나갔다 시골태생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꼭지 끝을 바짝 잡은 다음 위쪽을 향해 살짝 비틀어 당기면 저절로 똑 떨어지는데 아래로 잡아 당겨서 따려면 절대 안 떨어지게 된다. 뒷곁에 자라는 우슬초도 하나님이 그냥 심지 않으셨거늘 이번 봉사에 내려와서 부족한 내손으로 무슨 도움이 될꼬 하던 내 우려는 말끔히 지워졌다
일군들이 열심히 일하다 보니 갈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원한 밀집 모자를 쓴 부목사님이 잘 익은 수박을 썰어서 쟁반에 담아 공수해 오셨다 나무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며 먹는 빨간 수박의 아삭거리는 그 맛이란.. 과장법을 빌리자면 나는 잘 익어 윤기 흐르는 고추를 네 가마니를 땄다. 그날 대원이 딴것이 모두 24가마였다고 하니 이 어찌 푸짐하지 아니한가. 성경에도 읽다보면 과장법이 나온다.
그 곳에 포도송이가 어찌나 크고 탐스러운지 두 장정이 메고 가더라,는 귀절이다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정탐꾼들이 기름진 땅을 목격한 장면이다.
오늘 고추수확의 기쁨과 그 대목과 공감이 가는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 저녁에 숙소에 와서 보니 양팔이 빨갛게 익어있었다 놀라신 권사님들이 감자를 얇게 썰어 양팔에 잔뜩 붙여 주셔서 자고 났더니 염려했던 화상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저녁식사 후에 일행 몇 분과 산책을 나갔다 속리산자락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들판 길을 걷다 보니 시골 특유의 향긋한 풀과 흙냄새가 폐부로 깊숙히 스며들었다 때때로 우리는 자연의 품속에서 하나님의 스킨쉽을 맛보며 몸과 마음의 치유를 감지하곤 한다. 다음날 남궁권사님의 얼굴에 유난히 광채가 난 것도 자연과 하나님과의 교감이 힐링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김동진집사 (제 2 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