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가풍(臨濟家風) [임제종의 가풍]
임제(臨濟)의 가풍(家風)은 적수단도(赤手單刀)로 살불살조(殺佛殺祖)하며 변고금어현요(辨古今於玄要)하고, 험용사어주빈(驗龍蛇於主賓)이라.
임제의 가풍은 맨 손에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고, 옛과 지금을 삼현(三玄) 삼요(三要)로 판단하고, 용과 뱀을 주인과 손님으로 징험(徵驗)하는 도다.
조금강보검(操金剛寶劍)하여 소제죽목정령(掃除竹木精靈)하며 분사자전위(奮獅子全威)하여 진렬호리심담(震裂狐狸心膽)이로다.
금강(金剛) 보검(寶劍)으로 도깨비를 쓸어내고, 사자(獅子)의 떨쳐 일어나는 위엄(威嚴)으로 여우와 삵쾡이의 넋을 찢는 도다.
요식임제종(要識臨濟宗)아 청천굉벽력(靑天轟霹靂)이요, 평지기파도(平地起波濤)로다.
임제의 종지를 알겠는가. 푸른 하늘에 벼락치고, 평지에 물결이 이는 도다.
조동가풍(曹洞家風) [조동종의 가풍]
조동(曹洞)의 가풍(家風)은 권개오위(權開五位)하여, 선접삼근(善接三根)하며, 횡추보검(橫抽寶劍)하며, 참제견조림(斬諸見稠林)하며, 묘협홍통(妙協弘通)하여 절만기천착(截萬機穿鑿)이로다.
조동의 가풍은 권도로 오위(五位)를 여나니, 세 가지의 근기(根機)를 잘 다루고, 보검(寶劍)을 빼어 들고, 모든 사건이 자라는 빽빽한 숲을 베어 내고, 두루 통하는 길을 묘하게 맞추어 천만 가지의 모든 생각을 끊고, 천착(穿鑿)하여 가는 도다.
위음나반(威音那畔)에 만목연광(滿目煙光)이요, 공겁이전(空劫已前)에 일호풍월(一壺風月)이로다.
위음왕불 나시기 전의 눈에 가득한 풍광(風光)이요,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의 신선(神仙) 세계(世界)의 경계(境界)로다.
요식조동종(要識曹洞宗)아 불조미생공겁외(佛祖未生空劫外)에 정편불락유무기(正偏不落有無機)로다.
조동종을 알겠는가. 부처님과 조사(祖師)도 아직 나시기 전, 아무 것도 없는 그대로, 바른 것, 치우친 것, 있는 것이나 없는 것에 떨어지지 않는 도다.
운문가풍(雲門家風) [운문종의 가풍]
운문(雲門)의 가풍(家風)은 검봉유로(劍峰有路)하고, 철벽무문(鐵壁無門)이라. 흔번노포갈등(掀翻露布葛藤)하고, 전각상정견해(剪却常情見解)니라.
운문의 가풍은 칼 날에 길이 있고, 철벽(鐵壁)에는 문(門)이 없도다. 온 천하의 갈등(葛藤)을 흔들어 엎고, 항상 못된 소견(所見)을 잘라 베어버리는 도다.
신전(迅電)은 불급사량(不及思量)하고 열염(烈焰)에 영용주박(寧容湊泊)이리요.
빠른 번개 불과 같이 미처 생각할 수도 없고, 활활 타는 불꽃 속에 어찌 뛰어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
요식운문종(要識雲門宗)아, 주장자(柱杖子) 발도상천(勃跳上天)하고, 잔자리(盞子裡)에 제불(諸佛)이 설법(說法)이로다.
운문종을 알겠는가. 주장자가 하늘높이 날아 오르고, 잔 속에서는 모든 부처님이 설법을 하시는 도다.
위앙가풍(潙仰家風) [위앙종의 가풍]
위앙(潙仰)의 가풍(家風)은 사자창화(師資唱和)하고, 부자일가(父子一家)로다. 협하서자(脇下書字)하니 두각(頭角)이 상영(觴嶸)이로다.
위앙의 가풍은 스승과 제자가 부르면서 서로 화답(和答)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한 집에 살고 있도다. 옆구리에 글자를 쓰고, 머리 위에는 뿔이 높이 솟았도다.
실중험인(室中驗人)에 사자요절(獅子腰折)이로다. 이사구절백비(離四句絶百非)를 일퇴분쇄(一槌粉碎)하니, 유량구무일설(有兩口無一舌)이여, 구곡주통(九曲珠通)이로다.
방안 가운데서 사람들을 시험하나니, 사자(獅子)의 허리가 부러지는 도다. 네 가지 말을 모두 다 여의고, 백 가지의 아닌 것을 모두 끊어 버리고, 한 망치로 부수는 도다. 입은 둘이 있지만, 혀는 하나도 없이 구곡주(九曲珠)를 꿰뚫었도다.
요식앙종(要識仰宗)아 단비(斷碑)는 횡고로(橫古路)하고, 철우(鐵牛)는 면소실(眠少室)이로다.
위앙종을 알겠는가. 부러진 비석(碑石)이 옛 길에 쓰려져 있고, 무쇠 소는 작은 집에서 자는 구나.
법안가풍(法眼家風) [법안종의 가풍]
법안(法眼)의 가풍(家風)은 언중유향(言中有響)하고, 구리장봉(句裡藏鋒)이라. 촉루상간세계(髑髏常干世界)하고, 비공(鼻孔)은 마서가풍(磨壻家風)이로다.
법안의 가풍은 말 끝에 메아리가 울려오고, 글 속에 칼날이 숨었도다. 해골이 온 세상을 두루 지배하고, 콧구멍은 어느 때나 그 가풍(家風)을 불어 내는 도다.
풍가월저(風柯月渚)는 현로진심(顯露眞心)하고, 취죽황화(翠竹黃花)가 선명묘법(宣明妙法)이로다.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에는 참 마음이 드러나나니, 푸른 대와 노란 국화는 묘한 법을 환히 밝혀 주는 도다.
요식법안종(要識法眼宗)아 풍송단운귀령거(風送斷雲歸嶺去)하고, 월화유수과교래(月和流水過橋來)로다.
법안종을 알겠는가. 맑은 바람 구름을 산마루로 보내고, 밝은 달은 물에 떠서 다리를 지나 흘러오는 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