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2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글·김규현 (총회신대원 교수, 前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깨어있는 해석접근과 구체화된 음악만들기의 필요성
삼일 간 총 15개 합창단들(시립12, 도립1, 사설2팀)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14 한국 합창 대제전(이하 합창제전)은 세계 합창 심포지엄을 치룬 국가답게 일부 합창단을 제외하고 세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주로 시립합창단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각기 자신들의 다양한 모습과 음악적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눈에 띄게 클로즈업(close-up)된 연주는 무반주 합창이다. 지휘자들의 연주 취향도 다양했다. 코리안 싱어즈(지휘 홍정표)마냥 지휘자의 자작곡을 연주한다든가 청주시립(지휘 김은실)과 당진시립(지휘 정승택) 마냥 한 작곡가의 작품만을 집중 연주한다든가 양산시립(지휘 조형민)같이 재즈 풍의 곡만으로 연주한다든가 등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준 연주가 그것이다. 대부분 합창단들이 합창을 아름답고 고운 소리만으로 연주해 합창단의 개성과 고유 칼라를 별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소리가 획일화되어 듣기에 식상한 감을 주기도 했다. 또한 합창음악의 본질접근과 합창예술 미학의 표현접근도 상당히 떨어져 보인점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작품에 나타난 연주양식 접근을 어떻게 할것이고 그 창법을 어떻게 음악적인 예술 미학으로 전환해서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작품이 갖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표현접근과 해석접근을 해서 전달할 것인가란 극히 상식적인 방법논리를 구사하지 못했던 것이 그것이다. 라인베르거나 멘델스존 합창을 하면서도 독일어의 뉘앙스를 살리자 못했다든가 미국 노래(shenandoah)를 하면서 미국풍의 진맛을 못내서 싱겁게 한 연합합창단의 「shenandoah」연주 같은 음악만듦은 올바른 해석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공통적인 취약점은 발음의 불투명성
참여 합창단 단원들의 소리는 대체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잘 다듬어졌고 우수한 편이다. 블렌드(blend)와 앙상블(harmony)도 최고였다. 그러나 한국 창작곡 선곡은 일부합창단을 제외하고 시립합창단의 격과 너무 소품이라 안맞아 보였다. 물론 함태균 곡이라든가 안순현 편곡(오돌또기)은 그런대로 쓸만했다. 이참에 연주곡 개혁도 해가라. 연주곡들도 체계가 없고 마구잡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합창단들의 연예인 같은 개그쇼나 춤판을 벌린 것은 프로 합창단으로서 큰 실망을 주었다. 대한민국의 국호를 달고 하는 합창대제전에 춤판이나 개그쇼를 벌린 것은 성숙해 보이지 않았다. 이번 합창제전에 공통적인 취약점은 발음(diction)의 불투명성에 있어 보였다. 잘 알다시피 가사전달은 성악곡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많은 지휘자들이 지휘를 지나치게 감각적인 구사를 해 음악적 균형감(balance)을 깼다. 여유있게 음악을 이끌어내어 만드는 바턴테크닉 구사가 제대로 안된 것이다. 그나마 성남 시립 지휘자 송성철과 제주 도립 지휘자 조지웅 그리고 전주시립 지휘자 김철 등의 바턴테크닉 구사는 그런대로 신선했고 상줄만 했다. 특히 조지웅과 송성철 지휘자를 지상을 통해서 지휘자 상을 주어야겠다. 이번 합창제전에서 후배 지휘자들에게 최고의 바턴테크닉 구사로 모범을 보여준 안양시립 지휘자 이상길을 높이 사고자 한다. 그의 지휘는 안정성이 있고 경제적이다. 그리고 구성력과 짜임새도 있다. 이런 면에서 그를 높이 살만했다.
합창대제전을 위한 5가지 당부
합창제전이 거대한 명칭답게 대제전이 되려면 오늘날 같이 백화점식으로 합창잔치를 해서는 안된다. 양보다는 질을 합창제전이 추구해야 한다. 하루에 6,7개 팀씩 출연보다 반으로 줄인 4개 팀으로 해서 질(質)높은 합창제전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좋을 성 싶다. 전후반부 두 팀씩 해서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면 된다. 순수음악만 들려주되 개그나 춤판은 없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몇 가지 지휘자들과 협회에 당부할 것이 있다. 첫째는 지나치게 합창소리를 아름답고 고운소리로 가공하려 들지 말았으면 하는 점이다. straight tone 만들기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 이렇게 하면 합창단들의 개성과 칼라를 만들 수가 없다. 두 번째는 외형적인 모습 보여주기 연주를 지양하고 순수한 음악을 우선하는 연주자세를 가지라는 점이다. 청중들의 시선을 끌고 환호를 받았다고 좋은 연주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 연주는 진실해야 되고 전문성이 내재해야 감동을 줄 수가 있다. 세 번째는 모두 무반주 연주를 기본으로 하는 합창제전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번에도 무반주 연주가 여럿 있었으나 그 합창단은 믿음을 갖게 했다. 합창음악의 진수는 무반주 합창이라고 할 수 있다. 합창제전이 우리나라의 합창음악미학의 산실이 되기 위해서 대개혁을 해가야 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지휘자들이 해석접근을 좀 더 논리적 접근과 구체적인 접근으로 확실한 음악만듦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이번만 보더라도 너무 연주들이 산만했고 해석접근의 논리성이 떨어져 보인 점이 많았다. 그리고 음악적 해석의 질서가 결여되어 연주가 산만한 면이 많았다. 최종 마무리는 생명과 같은 것인데 그 마무리 자체도 제대로 못한 지휘자들도 꽤 많아 보였다. 다섯 번째는 정체성있는 합창제전을 만들어가라는 당부다. 작금의 합창제전은 체계가 없고 전문가들이 만든 제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백화점식 합창제다. 국내 최고의 전문지휘자들이 만든 합창대제전답게 타합창제와는 차별성이 있어야하고 세계적인 합창제로서의 면모도 갖추어가야 한다. 그리고 합창제전의 세계화와 권위를 위해서 세계의 최고 합창단을 한 팀이라도 초청해서 만들어가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이번 합창제전은 대구시립합창단 자체 사정 때문에 불참한 것이 아쉽기는 했으나 과거보다 일취월장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살만했다. 특히 참여 합창단들의 성의있는 연주와 최선의 노력을 다한 연주는 높이 살만했고 감동주기에도 충분했다. 끝으로 이번 합창제전에서 성남시립, 제주도립, 전주시립, 광명시립(지휘 김영진), 청주시립, 양산시립, 안양시립 등의 연주회는 특히 돋보였고 높이 살만했다
첫댓글 공감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요즘 정기 연주회를 가보면 제가 활동하고있는 합창단도포함 되고요 들려주는것이 아닌 보여 주기를 너무 의식해서 공연 하는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