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첫댓글 제가 참 좋아하는 시조입니다. 이호우의 달밤... 1940년 '문장지'에 '달밤'으로 추천을 받아 문단에 오른 시인. 달밤의 낙동강이 눈앞에 선하고 옛날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 아련히 떠 오릅니다.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 좋아하는 시조입니다.
7월5일 낭송회 명시조로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