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배경
<피아노치는 소녀들>은 1892년 초, 르누아르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뤽상부르크 미술관에 전시할 그림으로 요청을 받아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그림 구매를 담당한 문화부 공무원 앙리 루종(Henri Roujon)은 르누아르와 친분이 있는 시인이자 비평가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 1842-1898)와 로제 막스(Roger Marx, 1859-1913)에게 선택을 의뢰했으며, 이들이 주고 받은 편지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어 <피아노치는 소녀들>의 제작 과정이 상세히 알려지게 된 것이다.
르누아르는 같은 주제로 파스텔화 한 점과 다섯 점의 유화, 총 6개의 대작을 완성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퀀스를 추가하는 등 작품활동 후반부에 의뢰 받은 프로젝트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1892년 4월 20일 정부는 여섯 작품 중 하나를 선택했고, 5월 2일 4000프랑에 그림을 인도받았다.
그림이 전시될 룩상부르크 미술관이 그 해 말까지 닫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루종은 르누아르가 뒤랑 뤼엘(Durand-Ruel)에서 5월에 단독 전시를 할 수 있게 도왔다.
주제 및 표현기법
이 그림은 매우 섬세한 필치로 그려졌다. 부드럽고 자유롭게 인물의 옷과 머리모양을 표현하는 것은 르누아르 후기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표현은 그림 전체분위기를 리드미컬하고, 흐르는듯하고 부드러운 서로 맞물리도록 하는데 효과적이다. 갈색머리에 분홍색 옷을 입은 소녀와 금발에 흰 옷을 입고 있는 소녀는 때때로 다른 버전의 그림에서는 서로의 옷이 바뀌기도 하지만, 소녀들은 모두 뒤의 커튼과 그들 앞에 놓인 화병과도 잘 어우러진다. 화면이 꽉 찬 구성은 관람자로 하여금 피아노 치는 소녀들에 모든 시선이 가도록 이끈다. 그림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금빛의 사용은 같은 시대의 또 다른 프랑스 화가 카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8-1894)를 연상시킨다.
또한 그림의 주제는 프라고나르(Jean-Honore Fragonard, 1732-1806)의 <음악교실(music lesson)>(1769)과 비슷하다. 그러나 르누아르의 작품들은 당시 유행했던 ‘사랑과 이성간의 교제’라는 친근한 주제와 벗어나 있는데, 그의 작품에는 동시대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어떠한 알레고리도 정확한 주제의 프로그램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그의 주제는 문학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것이 1890년대 상징주의의 젊은 비평가들이 그의 그림에 열광한 까닭이다. 젊음의 무고함과 찬란함은 그의 작품의 중심 테마이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그의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 작품 중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