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도 대한민국에선 등을 곧게 펴고 신사가 될 수 있다? 머리가 어깨에 파묻힐 정도로 등뼈가 굽고 다리까지 휜 콰지모도. 절대 고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척추·관절 이상도 대한민국에선 수술로 바로잡는다. 세계 의학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대한민국 수술의 힘을 소개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아리랑TV는 5부작 의학 다큐멘터리 ‘메디컬 코리아, 수술의 힘(Top MDs of Korea)’을 공동 제작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전 세계 188개국 8250만 시청가구를 확보한 글로벌 방송네트워크 아리랑TV를 통해 이달 8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9시, 8개 국어로 송출된다. 4부에서는 ‘몸, 중심을 세우다’를 주제로 척추·관절수술을 다룬다. 세계적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척추·관절수술 대가들의 현장을 찾았다.
강동경희대병원 김기택 교수 | 강직성 척추염
국내 첫 도입 … 400여차례 집도
척추가 구부러져 굳어 있던 이헌우씨가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기택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10년 만에 허리를 곧게 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등이 굽어 똑바로 못 눕고 정면을 볼 수가 없어요.” 젊은 나이지만 등이 노인처럼 굽어 뒷짐을 진 채 땅만 보고 걷는 이헌우(34)씨. 머리 부분이 골반 중앙보다 20㎝나 앞쪽으로 밀려있다. 자가면역계 이상으로 척추뼈에 염증이 생기면서 척추가 C자 모양으로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이다. 대개 허리(요추) 쪽이 굽는데 이씨는 중추신경이 지나는 등(흉추) 쪽이 굽어 수술이 쉽지 않다. 뼈를 교정하려다 자칫 신경이 손상되면 마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있다가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 김기택 교수의 소문을 들었다.
7월 7일 수술실. 김 교수가 이씨의 휘어진 척추 두 곳을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냈다. 등쪽 뼈를 넓게 제거한 다음 위아래를 붙이니 앞으로 굽었던 척추가 곧게 펴진다. 여기에 나사못과 금속봉을 연결해 다시 변형이 생기지 않도록 고정 했다.
김 교수는 “ 신경과 혈관을 건드리기 쉬워 고난도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집도의의 숙련도와 최첨단 의료장비가 갖춰져야 수술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수술 전에 미리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CT로 3차원 입체영상을 만들고 나사를 삽입할 수 있는 최적궤도를 결정했다. 그는 1995년 이 수술을 국내에 도입, 지금까지 400차례를 집도했다. 척추뿐 아니라 경추 변형에서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수술실적을 자랑한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척추 최소침습학회 회장에 선출된 그는 “강직성 척추염도 수술하면 교정이 가능하며 최근엔 신경감시장치로 마비라는 수술부작용도 줄었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이용걸 교수 | 어깨관절
매년 해외의사 30~40명 배우러 와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이용걸 교수가 관절경을 이용해 회전근개파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최근 운동과 레저인구가 늘면서 어깨관절이 수난이다. 유도선수인 최지훈(18)군은 지난해 연습 도중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어깨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인 관절와순이 찢어지면서 탈구가 일어난 것. 운동선수에게 어깨는 생명과도 같다. 경희의료원 견관절클리닉 이용걸 교수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어깨를 절개하는 대신 구멍만 3개 뚫고 안으로 수술도구를 넣는 관절경 수술을 했다. 절개부위가 작아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나 1㎝도 안 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고난도 수술이다. 이 교수는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잘라보면 가위의 위치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움직인다”며 “이처럼 관절경 수술을 익히려면 수년간의 숙련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깨뼈에 구멍을 뚫고 찢어진 관절와순이 원래 모양대로 잘 붙도록 봉합한다.
이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저 안쪽에 따로 찢어진 인대를 발견했어요. 그걸 다듬어줘야 하는데 관절경 각도가 안 나와요.” 이 교수는 절개수술을 시도해 두 번째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날 수술실에는 수술의 모든 과정을 놓칠세라 집중하는 이들이 있었다. 홍콩·싱가포르·대만 등에서 온 외국인 의료진이다. 한국의 어깨관절경 수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특히 이 교수의 명성은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매년 30~40명의 각국 의사가 찾아와 그의 곁에서 1~6개월간 머물며 수술기법을 배운다. 이 교수는 해외 의료진으로부터 ‘어깨 수술의 마이스터’란 별칭으로 불린다.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 | 무릎연골 배양이식
재발없고 운동도 가능 … 획기적 수술법
“별거 아니겠지… 하며 단순 근육통으로 자가진단을 하고 마라톤을 더 뛴 게 치명적이었죠.” 마라톤 매니어 장진철(49)씨. 내리막길에서 달리다가 충격으로 무릎 연골손상을 입었다. 재활을 통해 다시 운동할 수 있길 바랐던 장씨에게 병원은 자신의 연골을 배양해 이식하는 수술법을 선택했다.
수술을 맡은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관절내시경으로 자신의 정상 연골조직을 소량 떼어내 체외에서 배양시킨 뒤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연골 200~300㎎을 채취해 1개월간 배양해 얻은 1200~1500만 개의 연골세포를 이식하면 손상부위가 정상 관절연골로 재생한다.
이 원장은 “그동안 연골손상의 초기나 중간 단계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다”며 “세포배양 자가연골 이식수술은 과거에 없던 획기적인 수술법으로 재발이 없고 일상생활이나 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관절전문 힘찬병원은 그동안 4만5000여 건의 무릎 인공관절치환술과 3만여 건의 무릎관절 내시경 수술 등 국내 최다 건수를 자랑한다. 이를 토대로 2007년 관절염 연구소를 개소해 지금까지 SCI급 저널에 18편을 게재하는 등 해외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미국·일본·중국·이란 등에서 의료진 30여 명이 관절수술 테크닉과 병원시스템을 연수받으러 찾아오기도 했다. 현재 강북(도봉)·강남(송파)·목동·부평·인천(연수)병원 등 총 5개 병원을 산하에 두고 연간 1만 건을 집도하는 국내 최대의 관절수술 전문병원이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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