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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문학춘하추동 가을호(제11호)
추천작가 강성효 시인 편
다양한 문학성의 깊이와 승화된 미의식
김 석 철
(문학춘하추동 고문)
1. 여는 말
시인은 문인이요 예술가이다. 문학이란 상상적 심미적 언어활동을 통해 인간의 체험, 생각, 느낌을 표현하는 예술로서 시, 시조, 수필, 소설, 평론 등 여러 갈래가 있고,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활동으로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사실 시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견을 제시하여 간단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동양에서는 공자(B.C 552〜479)가 말한 “사무사(思無邪)”란 말도 있고, 서양에서는 포오(E⸳A⸳Poe, 1809〜1849)가 말한 “시는 미(美)의 운율적 창조다”라든가, 릴케(R⸳M⸳Rilke, 1875〜1926)의 “시는 체험에서 우러나야 하며, 그 체험이 시가 될 수 있을 만큼 내면화된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시의 정의를 교과서적으로 쉽게 정리한 걸 보면 “시는 우리가 어떤 일을 체험했을 때 그것이 주는 생각이나 느낌을 운율 있는 언어로 압축 통일하여 나타낸 하나의 창작물을 말하며 이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운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시는 언어예술이다. 시에 쓰이는 언어를 흔히 메타언어라고 지칭하며 시어는 언어를 초월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시의 언어는 함축성, 암시성, 다의성을 지니며 상징적이고 본질적인 감동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는 대상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으로 이동시키거나 변용시켜서 만든 재창조의 산물이다. 게다가 시의 문장은 정서적 문장으로 의사 진술이기 때문에 제삼자가 작자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시인이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한다면, 단순히 직업을 묻는 것을 넘어서, 예술적 정체성과 삶의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포함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정호승 시인은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에 절하고, 가장 연약한 것에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인은 언어를 통해 감정과 사상을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자연, 인간, 사회, 삶과 죽음 같은 주제를 섬세한 언어로 다루며, 독자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예술가가 아니겠는가.
시인은 감성의 해석자로서 일상 속 사소한 감정이나 풍경도 새롭게 바라보고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며, 언어의 연금술사로서 단어 하나하나를 정제하고 조합해 시적 언어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사유의 확장자로서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사유의 공간을 열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목격자로서 고통과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시대정신을 포착하여 사람들이 말하지 못한 진실을 대신 말하는 역할을 한다.
시인이란, 삶을 깊이 바라보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영혼의 탐험자라고도 할 수 있다.
시인은 자연, 인간, 사물에 대한 예민한 감정 반응을 하는 감수성이 있어야 하고, 깊이 바라보며 본질을 꿰뚫는 눈이 있어야 하며, 단어의 색깔과 무게, 운율을 다룰 줄 아는 언어 감각이 있어야 하며, 침묵을 깨고 말할 수 있는 내면의 용기와 늘 배우고, 삶을 껴안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시인에 대한 답변도 속시원하게 종결하기도 쉽지가 않다.
사실 시인이라면 누구나 좋은 시를 쓰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좋은 시란 무엇보다도 독자가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말한다. 주제와, 시어의 아름다움, 형식의 독창성, 감정의 진정성이 모두 어우러져야 좋은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좋은 시의 기준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로, 언어의 밀도와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시는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언어로 감정을 전달하므로, 시인은 언어의 절제와 시어 선택을 통해 일상적인 말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로는 독자가 시인의 감정을 진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억지로 꾸며낸 감정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감정이 전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셋째는, 개성적이고도 독창적인 표현이 나타나야 하는데, 좋은 시는 새로운 비유나 상징을 통해 독자가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상투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개성적이고도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인의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특정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 독자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나 정서를 담아내는 일이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이나 삶의 문제를 다룰 때, 그 시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다섯째, 시의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리듬, 운율, 구조 등이 시의 주제와 잘 맞아떨어질 때 시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덧붙인다면, 독자에게 한 문장, 한 단어로도 깊은 울림을 주어야 하며, 독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2. 순수한 감성과 진솔한 심상
강성효 시인은 목회 활동을 하시는 목사님이시다. 필자로선 존경스런 성직자이시기에 감히 시평을 쓴다는 게 좀 망서려지기도 하였지만 용기를 내어 보았다. 등단 30여 년 경력의 시인이며 시조시인으로 그 동안 설교집을 비롯한 여러 신앙 저서가 있고, 시와 시조부문의 수상 경력도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이번에 선보이는 20편의 시를 중심으로 강 시인의 시적 경향과 문학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낙동강 소금배
굽이굽이 물길 따라
거슬러 칠백리를
마을마다 사람마다
소금을 나누더니.
오늘일까 내일일까
속 태우던 등짐장수
포구에 쌓인 소금
어느새
사나이의 등짐이 되고
등짐은 애환을 낳고
애환들이 쌓여
전설을 이루었더니.
소금꽃 하얗게 피는
내 고향 마을은
집집마다 소금 곳간이 있어
소금 전설이 가득 쌓인
이름조차 “곳집 마을” 되었다더니.
「전설 I」전문
(나) 동 서 남 북
사방이 산뿐인
산동내 내 고향
길이라곤
하늘로밖에 없는
좁고도 험한 길.
땅을 차고 하늘 오른 예고개(古峴)
바람도 숨 가쁜
외길 열리고
길 따라
하얀 꿈 꾸는
소금 사람들 살아.
소금은 길을 낳고
길은 생명을 낳고
소금길 하늘길
하늘길 생명길
소금길 따라
새하얀 하늘 사람들 살아.
「전설 II」전문
(가)의 시 「전설 I」은 지역의 삶과 노동, 그리고 그로부터 피어난 공동체의 전설을 따뜻하고도 서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시의 중심 주제는 소금 운반을 중심으로 한 고향 마을의 노동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그것이 쌓여 만들어진 전설이다. 특히 '등짐장수', '소금배', '곳집 마을'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들은 실제 이 지역의 역사성과 정서를 담은 전설적 서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시의 짜임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연의 도입 부분에서는 낙동강을 따라 소금을 실어 나르는 배와 마을 사람들의 교류를 서술하였고, 2연의 전개 부분에서는 등짐장수의 기다림과 노동의 모습, 애환이 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3연의 결말 부분에서는 고향 마을이 “소금의 전설”을 간직한 ‘곳집 마을’이 되었음을 밝히며 시가 완결된다. 시 「전설 I」은 민중적 정서와 고향의 역사적 배경이 잘 어우러진 서정시이다. 소금배와 등짐장수는 단순한 노동의 상징이 아니라 삶의 무게, 기다림, 공동체의 유산을 상징하며, 거기에 시인은 따뜻한 시선과 존중의 태도를 담고 있음을 인지할 수가 있다. 시인이 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공급받는 일이다.
(나)의 시 「전설 II」는 「전설 I」에 이어 산간 마을의 험난한 지리적 특성과 그 속에 깃든 민초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꿈과 희망을 서정적으로 그리며 상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한 자연 묘사나 회고적 고향 그리기를 넘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소금길’이라는 강한 상징을 통해 풀어낸 가편이다. 구절마다 강한 이미지와 상징이 응축되어 있으며, 반복과 변주를 통해 서정성과 서사성이 결합된 구성을 보여준다. 고난 속에서도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신, 그리고 그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길'의 존재, 특히 ‘소금길’, ‘하늘길’, ‘생명길’이라는 반복과 변주를 통해 산간 마을 사람들의 생존의 길과 이상향의 길을 중첩하여 노래하고 있다.
시 「전설 II」의 구성 역시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연은 지형과 고향의 특성으로, 지리적 고립성과 외진 환경이 함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연은 삶의 시작과 고개 너머의 사람들 얘기로 현실의 노동과 꿈의 세계를 동시에 환기시키고 있으며, 3연은 상징과 변주의 확장으로 꿈을 간직한 순수한 존재들이자 고난을 견뎌낸 민초들의 형상화이다.
이 시에서 ‘소금’은 생존의 수단이자, 순결함, 눈물, 희생, 노동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으며, ‘하늘길’, ‘생명길’, ‘하얀 꿈’ 등도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 혹은 정신적 승화를 상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표현 또한 간결하면서도 강한 상징성과 운율을 지니고 있어, 마치 구전 전설처럼 다분히 서사적인 맛을 주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지역의 향토성이 짙은 작품으로 사유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시혼의 산물이다. 추억을 회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내 고향은 바다다
속 깊은 바다다
다 받아 다 주는
속없는 바다다
갯벌을 뒹굴며 잔뼈가 자랐고
반짝이는 진주처럼 하얗게 영글었다.
굽이굽이 삶의 바다
갈 길은 아슴아슴
온몸이 부서져라
흔적조차 없어져도
몸에 밴 고향의 맛은
천하 없는 일품이다.
꿈결에나 볼거나 서러운 고향 바다
어느 모진 날에나 돌아갈 수 있으려나
갯벌에 드러누워
파도소리 들으며
시린 달빛 옷 입고
다시 태어나는 그 날.
「소금」전문
이 시 「소금」은 고향과 삶의 고난을 ‘바다’라는 상징을 통해 깊고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금’에 대한 얘기는 앞의 작품에서도 거론이 되고 있지만, 강 시인이 정서적 뿌리를 바다에 두고 거기서 자란 존재로서의 자각과 그리움,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고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소금」이다.
이 시의 핵심 이미지는 바다와 갯벌로서 ‘내 고향은 바다다’로 시작하며 바다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시인의 근원적 정체성과 체험의 상징이 되고 있다. ‘속없는 바다’는 모든 걸 받아들이고 또 내어주는 무한한 포용력과 희생을 담고 있다. 갯벌에서 잔뼈가 자랐고, 진주처럼 영글었다는 표현은 어린 시절의 성장과 순수함을 드러내며, ‘진주’라는 시어는 고난 속에서 생겨나는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굽이굽이 삶의 바다’는 인생의 복잡하고 고된 여정을 암시하는가 하면, 온몸이 부서져도 흔적조차 없어져도 고향의 맛은 일품이다는 부분은, 삶에 닳아 없어져도 내면에 남아있는 고향의 정체성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지막 연의 ‘꿈결에나 볼거나 서러운 고향 바다’는 지금은 떠나왔지만 여전히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고향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시린 달빛 옷 입고 다시 태어나는 그 날’은 고향에서 다시 시작하는 재생의 순간을 꿈꾸는 마음을 담고 있어, 한편으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여운이 남기도 하는 묘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이 시는 고향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기억 속 풍경이 아니라, 삶의 끝자락까지 영향을 미치는 영적 원천임을 조용하고도 깊이 있게 나타내고 있다. 마치 갯벌에 누워 파도소리를 듣는 것처럼… 조용히 마음을 흔드는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소금’의 역할은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기본적인 조미료로, 음식의 맛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며, 부패를 막기 위해 음식 저장에 사용되어 왔으며, 특히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정말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이었다. 인체에 필수적인 전해질로, 신경 전달과 세포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인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사실 이 ‘소금!’,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 이상의 깊은 의미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소금의 상징성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많은 문화권에서 소금은 부정한 기운을 몰아내고 정화하는 상징으로도 사용된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선 집들이 때 소금을 뿌려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풍습도 있으며, 소금은 예부터 귀하고 값진 존재로 여겨졌으며, 고대에는 화폐처럼 거래되기도 했다고 하며, 그래서 예부터 ‘소금 같은 사람’이라 하면 변함없이 소중한 존재를 뜻한다고 했다. 또, 성경이나 문학에서는 진실과 올바름의 상징으로도 쓰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구절은 세상을 밝히는 도덕적 존재가 되라는 뜻이란다. 뿐만 아니라, 고대 일부 문화에서는 소금을 함께 나누는 것이 영원한 우정을 뜻했다고도 전해지고 있으니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작은 듯 작지 않고
아담한 듯 우람한
아버지는
오월 하늘이 내린
녹산(綠山)이어라.
동-서-남-북
산-산-산-산
산병풍 속 내 아버지는
한 폭의 수묵화가 빚어 내린
운산(雲山)이어라.
잎새 피고 열매 열고
빗물 내려 생명 보듬듯
남김없이 주신 우리 아버지는
한 줄기 맑은 바람으로 다가서는
개골산이어라.
성긴 백발 옹이 깊은 손 마디마디
찢어질 듯 옷깃 벌려
벼랑 끝 나무들을 쓸어안은 아버지
정녕 다가서기 두려운
백산이어라 태산이어라.
「아버지」전문
아버지의 존재감과 인생을 '산'이라는 강력한 은유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버지’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화자는 아버지를 다양한 산의 모습으로 그려내며, 그 숭고함과 깊이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5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연마다 아버지를 다른 산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연에서는 '녹산', 2연에서는 '운산', 3연에서는 '개골산', 4연에서는 '백산이어라 태산이어라'로 점진적으로 아버지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심화되며 장엄해지기까지 한다.
"작은 듯 작지 않고 / 아담한 듯 우람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버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거대한 힘과 포용력을 지닌 아버지의 모습이다.
점층적 표현과 감각적 이미지의 "오월 하늘이 내린", "한 폭의 수묵화", "한 줄기 맑은 바람" 등을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시각적, 촉각적으로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1-3연에서는 생명력 넘치고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4연에서는 분위기가 전환된다. "성긴 백발", "옹이 깊은 손", "찢어질 듯 옷깃"은 세월의 무게와 고단함을 보여주며, "정녕 다가서기 두려운"이라는 표현에서 아버지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시는 아버지를 단순히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의 거대한 존재와 동일시하여 그 숭고함을 부각시키며, 특히 마지막 연에서 드러나는 아버지에 대한 복합적 감정인 존경과 두려움, 그리움과 거리감 등은 현실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부자 관계의 본질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아버지의 존재를 자연과 합일시킨 탁월한 은유를 통해, 부성의 위대함과 동시에 세월 앞에서의 인간적 한계를 균형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동구 밖 다섯 그루 속없는 느티나무
살아서 천년 세월 마을을 지켰다
그늘로 바람막이로 고락을 함께하며
오장육부 내어주고 오히려 모자라서
죽어서 다시 천년 반려자로 부활했다.
마음속 붉은 사랑 가슴앓이 숨긴 채
오로지 님을 향한 외길을 걸어간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집에서나 밖에서나
생사의 바다 건너 피안에 이르도록
깃저고리 아이들은 핏빛 사랑 느끼려나.
사월의 훈풍 불어 가지마다 생기 돌아
초록빛 암수 꽃을 정성으로 피웠다
때를 따라 열매 맺고 소리 없이 땅에 뿌려
기쁨으로 정성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했다
품에서 꿈꾸던 아범들은 깊은 속정 아시려나.
부서지는 햇살처럼 피고 지는 꽃잎처럼
세월의 강물 따라가고 오지 않는 님아
지나가던 바람조차 가지 잡고 흔들며
한마디 남긴 말에 가슴 더욱 시리구나
세월이 변했다 한들 정마저 변하리까.
「동수나무 이야기」전문
「동수나무 이야기」는 느티나무를 화자로 하여 변하지 않는 사랑과 헌신을 노래한 서정시이다. 제목의 '동수나무'는 느티나무의 또 다른 이름(방언)으로, 마을 어귀에서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나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의 중심 주제는 영원불변하는 사랑과 헌신으로, 느티나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마을과 함께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연 찬미를 넘어 진정한 사랑과 희생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고 느껴진다.
화자는 느티나무 자신으로, 1연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나무의 객관적 모습을 보여주다가, 2연부터는 1인칭으로 전환되어 나무의 내면을 직접 토로한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독자로 하여금 나무의 정서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겠다.
구성과 전개를 살펴보면 이 시는 4연 20행으로, 각 연마다 나무의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1연은 나무의 생명력과 헌신, 2연은 간절한 사랑의 고백, 3연은 생명의 순환과 희망, 4연은 이별의 슬픔과 영원한 정을 표출하고 있다.
작품에 적용된 표현 기법과 이미지화도 잘 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살아서 천년 세월', '죽어서 다시 천년'은 대조법을 통해 영원성을 강조하고, '오장육부 내어주고 오히려 모자라서'는 과장법으로 헌신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붉은 사랑', '핏빛 사랑', '깊은 속정' 등의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강렬함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문체와 어조를 살펴보면, 비교적 고풍스러운 문어체와 의고적 표현('님', '피안', '아범들')을 사용하여 격조 높은 서정성을 자아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애잔하면서도 숭고한 어조가 느껴진다.
이 시는 자연물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정서인 사랑과 헌신을 노래한 작품으로, 전통적인 서정 양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작품이다. 특히 느티나무라는 향토적 소재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와 미의식을 실감나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강 시인은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본다. 이 정신은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강조하는 개념으로, 과거의 좋은 것들을 바탕으로 하되 거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가치를 이해하고 계승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순수한 감성과 진솔한 심상의 표출로 고향의 정서를 그려내면서 시의 밑바탕에는 새로움의 깨우침을 긴 여운으로 남겨주는 특성을 발견하게 된다.
3. 다양한 시적 창조와 문학성의 깊이
시인의 시상 포착의 주체는 마음이고, 대상에 대한 인식의 주체도 마음이다. 직관이든 관조든 마음에 따라 시상이 파악되고 결정된다. 시인이 대상을 어떻게 보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대상은 얼마든지 달리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문학이야말로 인생을 종합적으로 사는 철학의 길이라고 말한다. 강 시인은 인생과 세월을 대함에 있어 감정을 내적으로 응축하면서 가식 없이 작품화하고 있다. 오랜 경륜이 묻어나는 여유를 지니고서 한결같이 건강하고도 관조적 삶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삶을 향기롭게 만드는 데 열심하고 있으며 시의 특성인 음악성, 회화성, 의미성도 비교적 균형 있게 잘 갖추고 있다.
낡은 내 기억의 사진첩에
신작로 미류나무 가로수가
허옇게 육중한 몸통을
길바닥에 길게 누이던 그 날 이후
나는
유년의 추억을 잃었다.
굉음 소리 흙먼지
천지를 뒤덮고
산허리 동강 내어
물길을 가로막던 그 날 이후
너와 나는
고향을 등졌다.
새 세상 꿈꾸며
하늘 높이 깃발 올리고
도회로 도회로 도회로
불나비로 살았던 그 날 이후
우리는
정겹던 이웃도 낡은 과거라며 잊었다.
바둑판처럼 정돈된 들판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들의 행렬
드디어 꿈꾸던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다고
갈지 자 걸음에 들뜬 오늘
사람 사람들은
제 얼굴도 잊었다.
「상실」전문
이 시는 격동의 시간 속에서 겪은 정체성의 소멸과 공동체적 기억의 파괴를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각각의 연은 한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며, ‘그 날 이후’라는 반복적 표현을 통해 시간의 경계와 상실의 무게를 강조하고 있다.
시적 구조와 흐름을 보면, 이 시는 시간적 흐름에 따라 ‘과거 → 변화의 순간 → 도시로의 이행 → 현재’로 전개된다. 각 연마다 ‘그 날 이후’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며, 상실의 전환점을 분명히 한다. 또 ‘나는 → 너와 나는 → 우리는 → 사람 사람들은’으로 주체가 확장되며, 개인적 상실이 공동체적 붕괴로 확대되는 구조가 돋보이고 있다.
상징과 이미지를 살펴보면, 미류나무는 유년의 정취와 고향을 상징하며, 육중한 몸을 길바닥에 누이며 쓰러지는 모습은 추억의 붕괴를 상징하고 있다. 아울러 ‘산허리 동강’, ‘물길 가로막음’ 등은 자연의 파괴와 함께 지역 공동체의 단절을 표현하고 있고, ‘도회로’, ‘불나비’ 등은 도시의 유혹과 삶의 혼란스러운 선택을 은유하며, ‘바둑판’, ‘자동차 행렬’ 등은 현대 사회의 규격화된 질서와 인간 사회의 획일성을 나타내며, ‘제 얼굴도 잊었다’는 정체성의 상실과 타인과의 단절을 집약한 마무리로 쓰이고 있다.
이 시의 핵심 주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기억, 정체성, 공동체의 상실"이며, 더 나은 세상이라는 구호 아래 밀려온 변화는 결국 ‘우리’가 소중히 여겼던 것을 잊게 만들었음을 담담하면서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 전체는 향수와 아픔, 체념과 비판이 뒤섞인 복합적 감정을 품고 있으며, 반성 없는 발전이 인간의 내면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겨주고 있다. 예리한 시인의 눈으로 현실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며 한결같이 모순을 찾아내고 비정상을 질타하는 자세가 아름답기만 하다. 노을에 물든 시심이 문채(文彩)를 이뤄 펼쳐지고 있다고나 할까? 자아성찰의 생활철학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년의 겸허한 시인의 삶의 자세가 존경스런 모습으로 다가섬을 느끼게 된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는 진짜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지, 무엇을 다시 붙잡아야 할지를 곱씹게 만든다. 회고와 반성이 나직하게 흐르는 이 시!, 여운이 오래 남는 성찰의 작품이다.
고향 집 뒤뜰엔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세 그루의
족보에도 없는 감나무가 살았다
세월의 굴곡을 온몸에 옹두리로 빚고
가문의 대물림 가슴앓이도 당신들의 가슴으로 앓아
속이 다 농해버린 머슴 같은 늙은 나무.
세월이 갈수록 기억 더욱 새로워라
휘어진 어깨에 무등 태워 하늘을 열고
주저리주저리 마을 전설을 몸으로 엮어내려
일백하고도 덤이 열두 접
당신들에겐 풍년이
차라리 슬픔이어라.
사람들은 하기 좋은 말로
열매로 나무를 안다 하더니만
당신들은 무엇으로 내 마음을 알랴
세월 갈수록 세월의 무게보다 더 무겁게
오롯이 빚으로 남은 고마움
당신들에겐 여전히 아픔이어라.
「감나무 집 사람들」전문
시 「감나무 집 사람들」은 감나무를 중심으로 고향의 풍경과 그 속에 깃든 가족 또는 선대(先代)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그에 대한 깊은 감사와 아픔을 정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고향의 감나무를 통해 조상들의 희생과 삶의 무게, 그리고 후손의 감사와 그리움을 노래한 시로서, 감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세월과 함께 늙어가는 조상의 형상이자 삶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 나무에 선대의 굴곡진 삶, 희생, 그리고 자신에게 전해진 '빚으로 남은 고마움'을 담아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는 감나무의 외형과 내면을 그려주고 있는데, "족보에도 없는 감나무"라는 표현에서, 평범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닌 인물 또는 삶을 은유하고 있다. 또 "속이 다 농해버린 머슴 같은 늙은 나무"라는 표현은 고된 삶 끝에 속이 비어버린 듯한 노인의 형상, 혹은 조상들의 희생적 삶을 투영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2연에선 감나무와 선대들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바, "휘어진 어깨에 무등 태워 하늘을 열고"는 부모나 조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구체적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으며, 풍년조차 슬픔이라는 구절은, 기쁨의 결과조차 눈물겹도록 안쓰럽게 느껴지는 감정의 역설을 담고 있다.
3연은 후손의 회상과 고백을 표출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열매로 나무를 안다"는 말로 결과 중심의 사회 인식을 꼬집으며, 시인은 "무엇으로 내 마음을 알랴"며 감히 설명할 수 없는 감사와 아픔의 복합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행의 "여전히 아픔이어라"는, 시간이 지나도 상처와 고마움이 함께 남아있다는 비극적 인식을 전달해 준다.
이 시는 감나무라는 형상적 상징을 통해 선조들의 고단한 삶과 헌신, 그리고 그 유산 위에 살아가는 후손의 애틋한 마음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감나무에 '머슴 같은 늙은 나무', '가문의 가슴앓이', '풍년이 슬픔' 등의 역설적 표현을 입힘으로써 감정의 층위를 매우 깊이 있게 조형하고 있다. 또한 언어의 품격과 구절의 리듬도 뛰어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감정은 넘치고, 은유와 사실이 적절히 혼합되어 시적 밀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서정으로 발현된 삶의 미학이 번뜩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낯 선 타국에서 맞는 밤이다
어머니의 얼굴이
기억나질 않는 밤
그날이 금요일이서 내 이름이 금요일
희미한 나의 출생기
고향 집 허리 휜 코코넛 야자나무는
그 날의 아픈 비밀을 기억하고 있을까.
낯익은 타국에서 맞는 또 밤이다
아버지의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 밤
나는 일곱째 인가 여덟째 인가
회전문처럼 제자리를 맴돌던 일상
마을 길 허리 휜 코코넛 야자나무는
우리 집 슬픈 역사를 진술할 수 있을까.
내 이름은 밀림에서 온 “새댁”
내가 아는 나는
잔나비 보다 애잔한
울 할매의 울음소리가 기른
직립 유인원
밀림의 허리 휜 코코넛 야자나무는
지금도 나를 잊지 않고 있을까.
「필리핀 새댁」전문
이 시는 국경을 넘어 결혼한 필리핀 여성의 정체성 혼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화자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이다. '새댁'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 시 전체가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전개되는데, 이는 고독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3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점진적 심화의 구조를 보인다. 1연에서는 "낯선 타국"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2연에서는 "낯익은 타국"에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3연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하고 있다. "낯선"에서 "낯익은"으로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과 적응의 과정을 보여 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허리 휜 코코넛 야자나무"의 반복이다. 이는 고향 필리핀의 상징이자 화자 자신의 굽은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야자나무는 각 연에서 "아픈 비밀", "슬픈 역사", 그리고 화자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존재로 의인화되고 있는 점이다.
화자는 자신의 뿌리를 잃어가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어머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버지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며, 자신이 몇 번째 자녀인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회전문처럼 제자리를 맴돌던 일상"이라는 표현도 고향에서의 삶이 정체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잔나비 보다 애잔한"이라는 표현은 화자의 처지를 해학적이면서도 애절하게 드러내고 있는가 하면, "울 할매의 울음소리가 기른 직립 유인원"이라는 자기 규정은 은유이기도 하지만, 문명과 야성,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시는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현실을 통해 현대 사회의 이주와 정체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타국에 온 여성이 겪는 소외감과 뿌리 상실감을 진솔하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연의 "지금도 나를 잊지 않고 있을까"라는 설의법 반문은 고향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한 간절한 물음이자,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실존적 질문이기도 하다.
여기
무지와 미혹으로 가득 찬
벌거벗은 산지에
거룩한 작은 손을 들어
생명 씨앗 하나를 심는다
피와 땀과 눈물 뿌려
출렁이는 숲의 바다를 꿈꾸며
생명 씨앗 하나를 심는다
하늘은 빛으로 비추고 별들은 이슬로 내려라
구름은 남풍을 실어와 생기로 산지를 덮어라.
오늘
미움과 불신으로 얼룩진
메마르고 거친 광야에
박꽃처럼 희고 서러운 마음으로
생명 씨앗 하나를 심는다
열과 성과 사랑을 실어
평화의 세상을 열고자
생명 씨앗 하나를 심는다
땅은 닫혔던 가슴을 열고 냇물은 대지를 달려라
순들은 잠에서 깨고 새들은 춤추고 노래하라.
심자
생명 씨앗 하나를
흙처럼 질박한
우리의 마음과 마음을 모아서
동녘에 떠오른 태양은
새로운 내일의 약속이니.
「농부의 꿈」전문
시 「농부의 꿈」은 자연과 인간, 절망과 희망, 무지와 평화의 대비 속에서 생명의 회복과 공동체적 희망을 노래하는 중후한 서정시이다. 시 전체는 “생명 씨앗 하나를 심는다”는 구절을 중심으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씨앗은 단순한 식물의 씨가 아니라, 생명, 평화, 희망, 신념의 상징으로 나타내고 있다. 1연에서는 "무지와 미혹", "벌거벗은 산지"라는 자연과 인간의 타락을 배경으로 씨앗을 심는 행위가 거룩한 행위(성스러운 노동)로 제시되고 있다. 2연에서는 사회적 광야, 즉 "미움과 불신", "메마른 광야"라는 현대 문명의 척박한 정신 상태를 바탕으로, 그 위에 씨앗을 심는 마음은 박꽃처럼 "희고 서러운 마음"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는 희생과 순수를 암시한다고 느껴진다. 3연에서는 공동체적 선언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마음과 마음을 모아서", "새로운 내일의 약속"이란 등의 표현은, 변화는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하는 의지에서 비롯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시는 한 사람의 농부가 심은 작은 씨앗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는 동시에, 그 농부는 시인 자신이며, 독자이자 우리 모두라는 넓은 포괄적 의미를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는 3연 구성으로, 각각 과거(산지), 현재(광야), 미래(약속)로도 읽힌다. 반복되는 구조 "생명 씨앗 하나를 심는다"는 의도적 반복을 통해 의지의 강도와 신념의 지속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비유와 상징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바, "벌거벗은 산지"와 "메마른 광야"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정신적 황폐화의 상징이며, "박꽃처럼 희고 서러운 마음"이라는 부분은 농부의 순결한 의지와 희생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어의 사용도 적재적소에 잘 앉히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절제되고 진중하며 은근한 힘을 가지고 있다. “거룩한 작은 손”, “피와 땀과 눈물”, “하늘은 빛으로 비추고 별들은 이슬로”와 같은 구절은 종교적 상징성과 시적 정서를 겸비해 농부의 행위를 성스러운 예식처럼 승화시키고 있다. 후반부 “새들은 춤추고 노래하라”는 표현은 활기를 통해, 이전의 고통과 대비되는 생명의 환희를 그려내고 있다.
이 시는 단지 농부의 꿈이 아닌, 인간이 이 세계를 어떻게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적 선언문처럼 읽힌다. 생명과 자연, 믿음과 평화, 그리고 공동체적 실천이라는 주제를 서정성과 철학성을 조화시켜 풀어낸 작품이다. 작은 씨앗 하나로 세상을 바꾸려는 화자의 묵묵한 기도이자, 모두에게 건네는 평화의 약속처럼 여겨진다.
강 시인은 상상의 세계를 활짝 열어 현실 세계를 재창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영지를 찾아나서는 시심이 빛나고 있다.
흙이어라
사람은 본디
쓸모도 가치도 없는
한 줌 먼지여라
실바람에도 흩날리는.
메마른 흙먼지에
사랑 비 내려 보듬어
거룩한 형상으로 빚고
생기를 불어넣었다
사랑이 낳은 사랑 덩이 사람.
한 줌 흙먼지가
사랑에 눈을 뜨고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노래하더니
자기 사랑에 두 눈이 멀었다.
사랑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받고 주고 주고받는 것
한길로만 흐르면
목마름만 더할 뿐.
우리는 본시(本是) 한 줌 흙
흙이 흙으로 돌아가는 건
사랑 결핍이 주는 병
그대 영생을 얻으려는가
샘솟는 생명샘 물을 마셔라.
「흙의 노래」전문
이 시는 인간의 본질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신앙시이며 철학적 서정시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성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창조-타락-구원의 구조를 따르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1연에서는 인간의 본질적 연약함을 "한 줌 먼지"로 형상화하면서, "실바람에도 흩날리는"이라는 표현에서는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무력함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2연에서는 창조의 순간을 그리는데, "메마른 흙먼지에 사랑 비 내려"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다. 여기서 '사랑'은 신적 사랑, 즉 창조주의 사랑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인간은 "거룩한 형상"으로 변화한다. 3연에서는 인간의 타락을 다루고 있다. 사랑을 받은 인간이 이제 사랑을 갈구하고 노래하지만, 결국 "자기 사랑에 두 눈이 멀었다"는 표현에서 이기적 사랑의 함정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흙"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로, 인간의 유한성과 동시에 생명력의 원천을 상징하며, "사랑 비"는 은혜와 구원의 상징이고,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표현은 창세기의 생명 창조를 연상시킨다. 4연의 "받고 주고 주고받는 것 / 한길로만 흐르면 / 목마름만 더할 뿐"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진정한 사랑은 일방적이 아닌 상호적이어야 하며, 균형이 깨질 때 오히려 결핍을 초래한다는 의미를 깨우쳐 주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사랑 결핍이 주는 병"으로 인간의 죽음을 해석하고, "샘솟는 생명샘 물"을 통한 영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물질적 존재에서 영적 존재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는 무한한 사랑의 원천에 대한 갈망을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이 시는 종교적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영적 깨달음으로 이끄는 세련된 기법을 보여준다. 특히 "흙"이라는 구체적 소재를 통해 추상적 개념들을 형상화한 점이 뛰어나며, 반복과 점층법을 통해 시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조건을 성찰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며, 영적 구원의 길을 모색하는 깊이 있는 시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목사님의 ‘사랑이 낳은 사랑 덩이 사람’에 대한 함축된 설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눈은
당신의 모습으로 산을 이루고
눈동자는
당신의 눈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의 눈은 하나입니다.
내 마음은
당신 생각으로 바다가 되고
중심엔
당신의 마음으로 가득 채웁니다
우리의 마음은 둘이 아닙니다.
내 손과 발은
당신 사랑에 세월을 잊었습니다
마디마디마다
당신의 뜻을 옹이로 새깁니다
내 사랑은 혀보다 거친 손발입니다.
「이 사람이 사는 법」전문
시 「이 사람이 사는 법」은 사랑이 인간의 존재와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깊고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기독교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눈 → 마음 → 손발이라는 신체적, 감정적, 행동적 요소로 점층적으로 전개하며, 각 연마다 '나'가 '당신'으로 인해 변화하고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눈은 하나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둘이 아닙니다” 같은 표현은 사랑이 두 존재를 하나로 만드는 완전한 연합을 상징하며, 마지막 연의 “혀보다 거친 손발”은 말보다 실천적인 사랑을 강조하며, 사랑의 진정성과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핵심이다. 산, 바다, 옹이 같은 자연적이고 질박한 이미지들이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며, 특히 “마디마디마다 당신의 뜻을 옹이로 새깁니다”는 사랑이 삶 속에 깊이 절실하게 각인되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사랑’이란 말은 흔히 쓰는 말이면서도 관념적인 용어이기도 해서 자칫 추상으로 흐르기 쉬운 데도, 경어체, 구어체의 단정적 목소리가 확고하기만 하다.
이 시는 사랑이 단지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으며, 강 시인은 목회자로서 존재의 모든 부분을 사랑으로 채워가며,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의 본질을 사랑으로 해석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다분히 교훈적이며 목양적 따뜻함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이 시를 읽고 나면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눈빛, 마음, 그리고 행동까지 함께하는 총체적인 삶의 태도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강 시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다양한 시적 창조와 문학성의 깊이에 은연중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4. 마음과 영혼에서 솟아나는 청량한 샘물
문학이야말로 인생을 종합적으로 사는 철학의 길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강 시인은 인생과 세월을 대함에 있어 감정을 내적으로 응축하면서 가식 없이 작품화하고 있으며, 오랜 경륜이 묻어나는 여유를 지니고서 한결같이 건강하고도 관조적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여타 다수의 작품에서도 순수 서정으로 발현된 삶의 미학이 번뜩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시는 마음과 영혼에서 솟아나는 청량한 샘물이라고 했다. 살다가 보면 비바람 몰아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 빛나는 날이 오기도 한다. 강 시인은 삶의 길목에서 느끼는 정감의 폭이 넓고, 인생의 경륜이 묻어나는 여유를 지닌다. 변덕 많은 날씨처럼 우리의 삶도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르지만, 강 시인은 자연 순환의 이치와 거스를 수 없는 인생의 순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시의 메시지 전달이 잘 되고 있으며, 독자에게 삶의 깨우침을 주는 성숙한 여유를 만나게 해준다.
황토색 달빛이 커튼 자락 사이로 자태를 드리우면
내 작은 방안은 온통 황금빛 갈대숲으로 일렁인다
홀로 잠 깬 동공(瞳孔)은 지평선을 넘어 천천히 뚜렷이
새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나만의 달에 안착한다.
눈빛은 닐 암스트롱(N. A. Armstrong)의 잰걸음으로
인류의 약진이라 명명한 최초의 자국을 남기려는가
미끄러지듯 애무하듯 고요의 바다를 유영한다
결코 새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나만의 달이다.
아무렇게나 늘어선 크고 작은 분화구들이 거칠게 숨 쉬며
창조 이래 저 혼자 엮어 내린 사랑 이야기를 쏟아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는 새로운 분화구를 낳고 낳는다
새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나만의 달에 마음 시리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분화구 속으로 마침내 들어가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들이 끝없이 광맥을 이룬다
광맥은 사연을 따라 끝없이 깊어지고
반사된 빛은 밤을 깨우고 마음속 어두움도 밝힌다.
황금빛 갈대숲 일렁이는 내 작은 방엔
오늘도 언제나처럼
황토색 달빛 사랑으로 출렁인다
새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나만의 달이 다시 뜬다.
「달빛 소나타」전문
시 「달빛 소나타」는 밤의 고요한 정서와 시인의 내면 풍경을 달빛이라는 매개로 아름답게 그려낸 서정시이다. 시 전체에 걸쳐 은은한 낭만, 철학적 사유, 그리고 심미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시의 주제는 '달빛 속에서 나만의 사랑과 내면을 탐색하는 시인의 정서적 유영'
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달빛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시인에게는 사랑, 기억, 사유, 존재의 증표로 다가오며, ‘새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반복 속에서도 깊이를 더해 가는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 전체는 5연 구성으로, 달빛이 방에 드는 순간부터 내면의 여정,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반복의 미학을 그려준다.
각 연의 끝에는 같은 구절이 변주되며 반복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새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나만의 달”, 이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흐르듯 도는 순환 구조를 잘 표현하며, 시의 내적 리듬을 강화시키고 있다. 또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깊어지는 감정, 익숙함 속의 특별함을 말하며, 사랑은 달빛처럼 매일 떠오르지만, 매번 같은 듯 다른 내면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또 "광맥"과 "분화구"의 이미지로 기억과 감정의 축적을 암시하며, 이는 창조적 상상력과 감정의 지속성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황토색 달빛, 황금빛 갈대숲 등의 시각 이미지가 정서를 따뜻하게 채색하는가 하면,
"닐 암스트롱의 잰걸음", "고요의 바다" 등에서는 과학적 역사와 시적 감성이 만나는 시적 장치임을 인지할 수 있고, 분화구, 광맥, 사랑 이야기 등에서는 감정의 층위가 지질학적 이미지로 깊이를 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나만의 달’이라는 표현은 자아의 세계와 감정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반복적으로 정서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 시는 정서와 사유, 이미지와 언어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룬 원숙한 작품이다. 고요한 밤, 사랑의 기억과 감정이 황토색 달빛에 실려 자기만의 우주를 탐사하는 경험으로 확장되며, 낭만적이되 진부하지 않고, 철학적이되 무겁지 않으며, 아름답되 가볍지 않다.
특히 이 시에는 은유의 품격과 사유의 깊이가 일관되게 살아 있으며, 이 시는 사색적인 밤이나 가을 무렵에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시로 기억될 것만 같다.
나 사랑하리
노고지리 가물가물 노랗게 현기증 나던
청보리 피던
봄 하늘을.
나 그리워하리
먹구름 천둥 번개 무너질 듯 무겁게
비에 흠뻑 젖은
여름 하늘을.
나 잊지 않으리
풍덩 뛰어들면 끝없이 빠져드는
쪽빛 바다
가을 하늘을.
나 돌아가리
칼바람 추위에 떨던 사람들의 속마음에
하얀 솜이불을 내렸던
겨울 하늘로.
나 거듭나리
농익은 어둠 속 어린 별들이 태어나는
비밀스런 검은 커튼이 열리는
밤하늘에.
「사계(四季)」전문
강 시인은 순수 서정으로 발현된 삶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을 아름답게 인식하는 긍정의 시인이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게 잘 나타나는 나라도 드물다. 사계절은 계속 순환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역시 ‘봄’이라고 할 것이다. ‘봄’은 시작과 출발, 희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봄처럼 좋은 계절이 있을까? 춥고 메마른 겨울을 이겨내고 설렘으로 따스하게 맞이하는 봄! 봄은 온갖 생물들이 태동하고 싹이 트는 시기이다. 동면에서 깨어난 모든 것들이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희망의 계절이다. 시인의 삶 자체가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을 향유하며 즐기고 있음이 감지된다.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순리를 여유 있는 시선으로 잘 그려내고 있으며,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계절의 변화에 감동하는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강 시인은 자연 순환의 이치와 거스를 수 없는 인생의 순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계절을 순환의 은유로 삼아, 한 사람의 내면 풍경과 삶의 여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시이다. 각 연마다 계절이 중심 이미지로 제시되며, 감정과 기억이 자연과 교차하면서 매우 섬세하고도 시적인 표현이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연에서는 “노고지리”, “청보리”, “현기증”이라는 단어들이 봄의 생동감을 전하며, 사랑의 시작이나 두근거림을 암시한다.
봄 하늘은 그리움이 아닌 ‘사랑하리’로 표현되어, 시인의 감정이 가장 열정적으로 피어나는 시점임을 드러내고 있다.
2연에서는 “먹구름 천둥 번개”, “무겁게”, “흠뻑 젖은” 등의 표현이 여름의 격렬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동시에 여름은 기억 속에 남아 그리워하는 시절로 다가오며, 사랑의 절정 혹은 시련의 순간처럼 읽히기도 한다.
3연은 가을의 회상으로, “풍덩 뛰어들면 끝없이 빠져드는”이라는 표현이 가을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깊은 사고와 정서적 몰입을 암시한다.
쪽빛 바다와 가을 하늘은 잊지 못할 어떤 깊은 순간을 상기시키며, 다소 서정적인 회상으로 분위기를 전환 시켜준다.
4연에서는 겨울의 귀환으로, “칼바람”, “하얀 솜이불”이라는 대비적 이미지로 겨울의 혹독함과 위안을 동시에 그려준다. “속마음에 하얀 솜이불을 내렸던”이라는 구절은 추운 시절에도 따뜻한 감정을 발견했던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은 안식처의 이미지로 읽힌다.
마지막 5연은 밤의 재생으로, 시간의 종착지가 아닌 새로움의 시작, ‘거듭남’으로 연결된다.
“농익은 어둠”, “어린 별들”, “검은 커튼이 열리는”이라는 신비로운 이미지들이 시인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공간으로 밤하늘을 묘사하고 있다. 사계절을 넘어선 우주적 재생의 상징 같기도 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순환과 긍정적 희망을 제시한다.
이 시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삶과 감정의 흐름을 담은 정서적 여행처럼 펼쳐진다. 감각적인 이미지와 반복적인 구문 (“나 ○○하리”)을 통해 의지와 감정을 강조하며, 시 전체에 통일감을 준다. 특히 끝 연의 ‘나 거듭나리’는 전체 시를 관통하는 철학적 마무리로, 매우 인상 깊게 느껴진다.
별들이
총총 뜨는 밤이면
바다 위로 섬들이
별처럼 뜬다.
멀지 않아도 멀게만 느껴지는
섬과 섬 사이
시린 마음을 하얀 미소로
물결 위에 실어보지만
미소는 이내 물거품이 되고
물살이 빠를수록
더 빠르게 섬들이 밀려난다
외로움으로 출렁대는
섬과 섬 사이.
별들이
총총 뜨는 밤이면
바다 위로 섬들이
별처럼 뜬다.
「섬과 섬」전문
시 「섬과 섬」은 간결하면서도 여운이 깊은 작품이다. 고독과 거리감,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섬'과 '별'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풀어낸 시로 읽힌다.
이 시의 중심 주제는 거리감 속의 외로움과 단절, 그리고 그리움의 덧없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종 화자의 눈길은 따뜻하고 정이 넘친다.
'섬과 섬'은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닿지 못하는 존재들을 상징한다. 화자는 누군가(또는 어떤 존재)와의 거리감을 '섬과 섬 사이'로 형상화하며, 그것이 외롭고 쓸쓸한 감정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상태임을 드러내고 있다.
‘바다 위의 섬들이 별처럼 뜬다’는 구절은, 시적 화자가 느끼는 밤의 고요함 속 외로움과 동시에, 섬 자체가 하나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고귀하게 떠오르는 정경을 보여준다. ‘미소는 이내 물거품이 되고’라는 구절은, 다가가려는 시도(정서적 교류)가 쉽게 사라져버리는 덧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시는 수미쌍관 수법으로 시작과 결미의 내용이 반복되며, 환상적 이미지의 원환 구조(고리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마치 고독의 상태가 반복되고, 어떤 의미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정서적 섬의 고립을 암시한다.
중간 연에서는 현실적인 감정(외로움, 단절, 무력감)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 시의 중심부를 형성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사용된 시어가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이다. ‘별’, ‘섬’, ‘물결’, ‘미소’, ‘물거품’, ‘물살’ 등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고립감을 섬의 이미지로 절묘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멀지 않아도 멀게만 느껴지는 섬과 섬 사이"는,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현대인의 소외와 외로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적이고 내성적인 분위기, 서정적 이미지, 그리고 절제된 감정 표현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시의 리듬 또한 파도처럼 일렁이며 꾸준하게 밀려오는 운율을 느끼게 한다.
「섬과 섬」은 고독과 소통, 그리고 인간 사이의 거리감을 시적으로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 서정시이다. 그리움이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아름다운 정서적 상징이 담긴 이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섬’을 떠올리게 하는, 공감의 폭이 넓은 시라고 느껴진다.
5. 현실 인식과 삶에 대한 통찰
시는 미적 감동을 주는 예술 작품이다. 따라서 작자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시인의 감정은 섬세하고 예민할 뿐만 아니라 가장 주관적인 것이어서 시적 대상에 대해서도 그 느끼는 정도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특히 시는 산문과 달리 음악성, 의미성, 회화성의 특성이 있어서 사상이나 개념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감동적인 정서로 바꾸어 새롭게 일깨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암시와 내포의 세계가 절대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하늘마저 돌아누운
천형의 이 땅에도
봄은 다시 오려나
기상대 예보는
파랗게 질린
시베리아 한랭전선이다.
범람하는 욕망이 쏟아 낸
흉물스런 배설물들
바람을 문풍지 삼아
허기진 대지를
온통
폭주족이다.
혼돈과 광란의 밤
밀물처럼 몰려와 썰물처럼 빠져나간
어둠의 자식들이 남긴 흔적 따라
오늘도 하늘 창 닦는
햇빛 옷 입은 청소부의 손 마디마디가
골목마다 저리다.
「선과 점」전문
이 시는 현대 문명의 병폐와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의지를 대비적으로 그려낸 미래지향형의 작품이다.
시는 3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절망적 현실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희망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구조를 보인다.
1연에서 "하늘마저 돌아누운 / 천형의 이 땅"은 절망적 현실을 강조한다. "시베리아 한랭전선"은 차갑고 메마른 현실을 기상학적 용어로 형상화하여 객관성을 부여헤 준다. 2연은 욕망과 물질문명의 폐해를 "범람하는 욕망", "흉물스런 배설물", "폭주족" 등의 격렬한 이미지로 그려낸다. 특히 "바람을 문풍지 삼아"라는 표현은 자연조차 인간의 욕망에 의해 도구화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시어의 선택이 매우 의도적으로 짐작된다. "천형", "배설물", "폭주족" 등 거친 현실을 드러내는 단어들과 "햇빛 옷 입은 청소부"라는 따뜻한 이미지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제목은 기하학적 개념을 통해 현실과 희망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고 본다. ‘선’은 연속성과 과정을, ‘점’은 출발점이나 전환점을 상징할 수 있다. 절망적 현실(선)과 희망의 가능성(점)이 공존하는 현대적 상황을 함축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마지막 연의 "햇빛 옷 입은 청소부" 부분은 이 시의 핵심적 형상이다. 어둠과 혼돈 속에서도 묵묵히 세상을 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골목마다 저리다"는 표현을 통해 그 고통스러운 현실 참여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절망적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의지적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현실 참여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라고 판단된다.
서울의 남대문 시장엔
욕망이란 물건들로 북새통이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가 한통속
골목마다 부푼 마음 요동치는 한 판 승부
천 원에 인생을 팔고
인생을 천 원에 산다.
남대문 시장엔
대문 하나 없다
어디든지 누구든지 오고 가고 자유다
거리마다 흥청망청 춤을 추는 인생사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된다.
서울의 남대문 시장엔
있을 것은 죄다 있다
사람이 물건을 만들고
물건이 사람을 만든다
때로는 넘어져 죽을 사람도
흥정만 잘하면 그 자리가 살 자리다.
「남대문 시장」전문
이 시는 서울의 남대문 시장을 배경으로 객관적 입장의 화자로서 인간의 욕망, 삶의 속성, 사회의 역동성을 밀도 높게 그려낸 작품이다.
화자는 시장을 "욕망이란 물건들로 북새통이다"라고 묘사하며,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닌 인간 욕망의 집합체로 표현하고 있다.
"천 원에 인생을 팔고 / 인생을 천 원에 산다"는 구절은 삶의 가치가 거래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것이다. 파는 자와 사는 자 모두 "한통속"이라는 표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역할이 얼마나 쉽게 뒤바뀔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남대문 시장엔 / 대문 하나 없다"라는 대목은 개방성과 자유를 상징하며,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삶의 공간을 암시한다.
"양지가 음지 되고 / 음지가 양지 된다"는 표현은 삶의 무상함과 운명의 반전을 보여주는 강한 메시지이다. 어쩌면 시장은 축제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존의 투쟁터라는 어법의 표현이다.
“사람이 물건을 만들고 / 물건이 사람을 만든다”는 구절은 인간과 상품의 관계를 역전시킴으로써 자본주의 속에서의 인간 소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부분아다.
마지막 연에서는 죽을 자리가 협상으로 살 자리가 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흥정과 협상의 기술이 인생마저 좌우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 시는 객관적 입장의 화자로서 단순한 장소 묘사를 넘어서, 남대문 시장을 거대한 사회적 축소판으로 삼아 인간 존재와 삶의 가치, 상업적 욕망, 계급의 유동성 등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매우 사회 참여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리듬감 있는 문장 구성 덕에 생생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화자가 시장에서의 현장 체험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적 진정성과 감성이 자아올린 작품으로 일상적 체험을 시적 서정 세계로 승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적인 향기를 지니고 있으며, 메마른 정신에 윤기를 불어 넣어 주는 작품이다. 우리네 삶에는 언제나 해갈이 없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집착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게 인간의 몫이다. 강 시인의 현실 인식과 삶에 대한 통찰을 주의 깊게 가늠해 본다.
너는 분리와 폐쇄를 지향하지만
연합과 개방의 연장선 위에 존재한다
홀로만의 색깔과 형상을 추구할수록
자신의 공간에 갇힐 뿐
모든 방들은 태생적으로 자기 부정적 존재다.
방과 방은 서로의 속을 알 수 없다
가끔은 창과 문틈으로 드러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허용한다
혹 바람에게라도 들킬 양이면
문들을 안으로 꼭꼭 닫는다.
방은 백 년이라도 홀로 방이길 원하지만
그 꿈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또 다른 피치 못할 구실을 핑계로
분리와 폐쇄 연합과 개방의 경계를
서서히 아주 조금씩 허물기 때문이다.
방은 홀로 방일 수 없다
비바람 눈보라가
거칠게 내리는 날
그 끝장에서야
비로소 방의 꿈은 허무하게 완성된다.
「방(房)」전문
시 「방(房)」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인 ‘방’을 빌어, 인간 존재와 관계, 정체성과 고립, 개방과 소통의 역설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작품으로 인지된다.
이 시의 핵심 내용은 '고립과 개방, 자아와 타자의 경계'로 느껴진다. 방은 단절과 폐쇄를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필연적으로 외부와 관계하며 결국은 자기 부정에 이르게 되는 존재로 그려진다. 방은 자아 혹은 개인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모든 방들은 태생적으로 자기 부정적 존재다.”라는 문장도 시의 철학을 응축한 명구라고 생각된다. 방이란 존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닫히지만, 존재 이유는 결국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드러난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이 시는 4연 구성으로, 각 연이 논리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마치 철학적 명제를 시적으로 논증해 나가는 변증법적 흐름을 따르는 수법이다.
“창과 문틈”, “바람”, “문을 꼭꼭 닫는다” 등의 표현은 관계와 감정, 외부 세계에 대한 방어적 태도를 상징하며, 마지막 연에서의 “비바람 눈보라”는 외부의 극단적인 상황, 혹은 인생의 말기, 존재의 끝을 암시하고 있다고 본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지성적 시어와 사유 중심의 흐름이 돋보이는데, 감성보다는 개념과 구조로 독자를 사유하게 만드는 철학시에 가까운 성격의 작품이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은 없지만, 읽고 나면 씁쓸하고 묵직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거듭 말하지만 시 「방(房)」은 실존의 고독, 인간관계의 경계, 자기 폐쇄의 허무함을 성찰하는 철학적 작품이다. '방'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딜레마를 드러낸 탁월한 시적 성취가 있다. 어찌 보면 ‘방’은 인간 사회, 가정, 국가, 이념까지 확장 가능한 보편적 은유가 아닐까. 외부를 차단하려는 모든 공간은 결국 자기모순 속에 존재한다는 통찰은 동시대의 단절된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도 읽힌다. 내면을 다지는 성찰과 사유, 의미와 표현이 어우러지는 진정성이 발현되고 있다. 정말 사유가 깊고 울림이 있는 공감의 작품이다.
줄리앙 소렐의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지만 않았어도
노파는 질투의 편지를 쓰지 않았고
더욱이 그의 권총은 불을 뿜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총알은 과녁을 벗어나 사실에 적중하고
더러운 치정의 실체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정의를 표방하고 있지 않는가.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이고
돈키호테가 로시난테였다면
로시난테는 풍차가 되었겠다
결국 산초는 말이 된 돈키호테를 타고
바퀴를 빙글빙글 돌리는 로시난테와
서울에 또 오지 않을까......
좋다 좋아
얼씨구 좋구나!
지금쯤 돈키호테는 산초 판사를 등에 업고
광화문 거리를 활보하겠지
때맞춰 로시난테는 축하의 폭죽 쏘듯
최루탄을 쏘아 올리겠지......
궁지에 몰린 줄리앙 소렐은 단두대에서도
여전히 로테가 아닌 노파를 사랑한다고
산초의 귀에 헛소문을 내고
매연에 익숙한 메스컴들은
서울 구경꾼들의 허리가
웃다가 부러졌다고 퉁치겠다.
「오해와 진실」전문
시 「오해와 진실」은 프랑스 문학의 줄리앙 소렐과 스페인 문학의 돈키호테·산초·로시난테를 절묘하게 뒤섞어, 현실과 허구, 진실과 오해, 정의와 왜곡을 교차시키며 현대 사회를 풍자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강 시인은 고전의 인물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를 통찰력 있게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줄리앙 소렐은 스탕달의 『적과 흑』 속 인물로, 욕망과 사회적 야망 사이에서 고뇌하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다. 이 시에서는 ‘노파의 질투’, ‘권총의 발사’, ‘단두대’가 줄리앙의 운명을 바꿔놓은 듯 묘사되며, 진실보다 오해와 감정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돈키호테·산초·로시난테의 관계가 뒤바뀌는 상상은 코믹하면서도 혼란스러운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주인과 종, 말과 인간의 위계가 흐트러지고, 진실은 풍차처럼 맹목적으로 돌고 있다는 암시가 느껴진다.
“서울에 또 오지 않을까…” “광화문 거리를 활보하겠지” 등은 명백히 한국의 현실 공간을 차용하여 고전적 인물들이 한국 사회 속에서 ‘재현’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최루탄”이라는 표현은 국가 권력의 폭력성과 집회·시위의 상징으로 읽히며, “축하의 폭죽”이라고 비꼬는 은유는 그 폭력을 일종의 ‘축제’처럼 소비하는 대중의 태도를 꼬집고 있다.
“좋다 좋아 / 얼씨구 좋구나!” 부분은 익살과 풍자의 절정을 이루며, 고전과 현실을 잇는 리듬감 있는 텍스트로 독자의 정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시 결미의 “서울 구경꾼들의 허리가 웃다가 부러졌다고 퉁치겠다”는 문장은 마치 결말 없는 보도, 허위 정보, 과장된 현실을 풍자하며 무거운 뉘앙스를 보여준다.
이 시는 단순한 고전 인물 패러디가 아닌, 상징적 인물들을 통해 권력·진실·미디어·집단 심리 등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현대적인 사회시, 참여시로 읽힌다. 해학적 언어와 비약적 상상, 리듬감 있는 표현이 현실의 비극을 웃음 속에 녹여내며, 독자로 하여금 “과녁은 벗어났지만 사실은 명중했다”는 역설을 곱씹게 하고 있다.
6. 맺는말
강성효 시인의 시편에 나타난 시 세계와 작품 경향을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두어 편은 부득이 거론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강 시인의 작품에선 다양한 문학성의 깊이와 승화된 미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순수한 감성과 진솔한 심상이 잘 나타나 있는가 하면, 다양한 시적 창조와 문학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고, 마음과 영혼에서 솟아나는 청량한 샘물을 맛보는 기분을 얻었으며, 현실 인식과 삶에 대한 통찰을 배우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강 시인은 고향에 대하여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을 아름답게 인식하는 긍정의 시안을 지니고 있으면서 삶을 윤기 있게 가꾸는 데 성실하고 있음도 인지할 수 있었다. 강 시인은 현대시가 지니고 있는 본래의 특성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내고 있으며, 소재의 광범성과 주제의 심화, 다양한 수사법 등으로 현대 시 정신을 충분 히 담아내고 있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강성효 시인은 목회 활동을 하는 목사님이시다. 작품 속에 신앙적 세계관과 목회적 정신이 깔려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학적 의미와 신앙적 감동, 설교적 메시지, 그리고 시로서의 문학적 완성도 등을 함께 살펴보게 되었다. 시의 주제가 하나님의 사랑, 구원, 믿음, 소망, 은혜, 십자가, 부활 등 복음적 진리를 전하고 있는지, 성경 구절이나 성경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따온 경우, 그것이 어떻게 시적으로 재해석되었으며, 시의 핵심 메시지가 독자에게 신앙의 도전이나 위로, 회개의 감동을 주는지도 살펴보았다. 대체로 신앙적인 색채를 띤 작품은 「흙의 노래」와 「이 사람이 사는 법」 등이었으며, 문학성과 예술성을 지닌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강 시인의 작품에선 잠언적(箴言的) 성격의 시를 여러 편 발견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다 항상 명심하고 경계해야 할 격언이랄까, 삶의 지혜와 그것에 비유해서 표현한 교훈적인 작품들이 다수였다.
문학의 메시지는 자기 성찰을 통한 자기 발전의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문학은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자신의 감정을 언어를 빌어 표현하고 그것을 통해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시인은 예리한 감성의 소유자다. 눈에 보이는 물상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참신한 시적 감각으로 관찰하고, 사색하고, 사유하고, 통찰을 겨냥한 속 깊은 노력이요구되기도 한다.
강 시인은 나름의 어법과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안정적 시적 운용을 꾀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특별한 수사나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독자의 공감력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다. 맑은 마음, 밝은 시심으로 새로움을 찾고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창조적 시인이다.
강 시인의 아름다운 시심이 쉼 없이 아름답게 펼쳐지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