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정동지점에 근무할 때 목동아파트가 분양되었다. 처음 목동아파트를 분양할 땐 인기가 많지 않았다. 그 전 여름인가 안양천이 범람하여 목동일대가 물바다가 되었다. 나는 신정동에 살고 있었는데 내가 살고 있던 단칸방에도 문지방까지 물이 들어와 좀더 물이 찼다면 방까지도 넘어올뻔했다. 잠이 아직 덜 깬 아침에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흔들 깨웠다. 나는 비몽사몽간에 "무슨일이어요" 하며 깜짝 일어났다. "큰일났다. 비가 많이 와 방까지 물이 넘칠라고 한다" 어머니는 급박하게 말했다. 나는 바로 일어나 바가지를 이용해 부엌 바깥으로 물을 펴냈다. 비는 대충 그쳐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주인집에서 나를 찾았다. "총각 은행에서 전화왔는데" 전화를 받아보니 은행도 물에 잠겼으니 빨리 출근하라고 했다. 나는 집에서 물을 대충 퍼내고 은행으로 달렸다. 은행 객장에 물이 발목정도 차올랐다. 특히 지하층에 물이 많이 차올랐다고 지하로 가보라고 했다. 나는 지하층에 내려가 물을 퍼냈다. 거기앤 22,000볼트 변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행히 변압기까진 물이 차진 않아 문제가 없었지만 감전사고라도 있었으면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엔 안전보다 물퍼내는것이 더 급했다. 이처럼 물이 한번 넘치자 목동은 물바다가 된다는 오명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2순위 분양이 끝났는데도 미분양된 아파트가 많이 있었다. 무순위 청약을 가까운 우리지점에서 받게 되었다.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왔다.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지 감짝 놀랐다. 그 당시 카운터가 돌로 되어 있었는데 그 카운터가 밀려 넘어지려 했다. 경비원이 큰 나무를 길게 벋어 휘휘 휘둘렀다. 사람들이 앉아 기다리게 하기 위해서 였다. 조금이라도 일어서면 나무에 머리가 걸려 "아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안그러면 진짜 카운터가 넘어갈 지경이였다. 인근 파출소에서 경찰 2명이 나와 교통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통제했다. 사람들이 너무 오랜시간 기다린다고 아우성을 쳤다. 우리는 고육지책으로 번호표를 만들었다. "번호표를 드릴테니 여기서 기다리지 마시고 번호가 불러지면 그때 오셔서 접수하세요"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줄줄이 빠져나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대기중에 있던 많은 사람중에 가수 이문세가 있었다. 너무 바빠 사람들 얼굴을 볼새도 없었지만 객장 구석에 비켜서서 이문세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문세의 노래를 좋아한다. 별밤지기 이문세의 라다오를 즐겨듣진 않았지만 그 당시 이문세의 인기는 무척 좋았다. 그러나 이문세는 매니아층이 더 좋아했고, TV엔 자주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것 같다. 나도 그 당시엔 조용필, 송골매, 이용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가수를 더 좋아했다. 그렇다고 이문세를 몰랐던건 아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중에 그만을 지점장실이나 다른 응접테이블에 앉칠수는 없었다. 그리고 눈치없이 싸인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 나는 모르는척 눈을 돌렸다. 사람들은 그 다음날 새벽2~3시까지도 번호표를 가지고 와서 분양 신청을 했다. 나는 왜? 이 많은 사람들이 죽자사자 분양신청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나는 돈도 없었고,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고 시키는 업무만 꾸역꾸역 하던 시절이었다. 우리 직원들은 그 다음날 (토요일)에 가까운 김포쪽으로 천렵을 가지로 했었다. 천렵도구를 챙기고 개도 한마리 맞춰 놓았다. 업무를 모두 마치니 새벽 4시쯤 되었다. 직원 모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목욕탕에 들러 목욕을 하고 잠깐 눈을 붙혔다. 천렵가서 먹으려던 보신탕을 어쩔수 없이 은행 식당에서 끓였다. 다음 월요일 까지 은행에 온통 보신탕 냄새가 배어 여직원들이 코를 잡았다. 80년대 지어졌던 목동아파트가 이제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한다. 목동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그곳은 아무것도없는 황량한 벌판이었다.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서울 서북방면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나는 그 지역에 10년 정도를 살면서도 목동아파트의 가치를 몰랐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내가 신정동지점에 근무할 때 지점이 이사를 했다. 지금 있는 지점 위치는 목동오거리 목동역에서 가까운거리에 있는데 내가 처음 근무할 땐 조금 위 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사 전 신정동지점은 낡은 건물에 규모가 작았다. 지금 건물은 은행이 보유한 자가 2층 건물이고, 주차장도 넓다. 이삿날이 추운 겨울이었는데 거리가 멀지 않아 리어카를 이용해서 이사를 했다. 은행엔 현금금고가 가장 중요한 물건인데 그 금고를 리어카로 운반을 했다. 동기와 함께 낑낑거리며 리어타를 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나는 남자직원중엔 막내였기에 이사 첫날 동기와 둘이 추운 숙직실에서 잠못들고 밤을 지새웠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고 얼렁뚱땅한 일이 참으로 많았지만, 그일이 전부 내일이었고 내가 없으면 은행일이 멈춰서는줄 알았다. 업무가 끝나면 인근 호프집에 직원들이 모였다. 나는 술을 잘 먹지 못했지만 거의 매일 호프집엘 갔고 후배 여직원들이 주임님 원샷하면서 러브샷을 주문하면 헤벌쭉 500cc 맥주를 원샷으로 목구멍에 때려 부었다. 그렇게 내 은행 경력은 쌓여갔고 내 술실력도 조금씩 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