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1
2022-23 V리그 개막이 이제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남자부는 단양 프리시즌 초청 매치를 통해 각 팀의 전력을 탐색하는 반면 여자부는 세계선수권으로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기존에 남아 있던 선수들은 일본팀과의 연습경기, 전지훈련 등으로 새 시즌을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다.
▲ 단양 프리시즌 초청매치 대한항공 VS KB손해 보험
다음 주말이면 V리그 정규 시즌이 시작되는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신인 선수든 베테랑 선수든 모두 각자의 선수 경력이나 몸 상태 등에 따라 각오가 다르겠지만, 오늘은 내가 선수 시절 경험했던 그 경험에 비춰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살펴보려고 한다.
신인 선수
"지나친 욕심은 No!"
신인 선수들은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세계에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에서 각 팀 훈련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상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훈련을 시작하다 보면, 학생 시절 배구를 했을 때와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 한국 배구 연맹 제공
볼 운동뿐만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체력운동 또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가짐만은 신인이 아닌 주전 선수급이라 자부하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코트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다가는 자칫 부상이나 실수가 뒤따를 수 있다. 각 팀별로 신인 선수를 뽑은 이유가 있다. 첫해부터 신인들에게 베테랑 선배들 선수의 역량을 기대하는 구단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신인 선수들은 조급하게 코트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팀에서 나를 왜 뽑았는지, 팀에서 나에게 바라는 역할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코트에서 조금씩 자신의 기량을 나타내면 된다.
▲ 한국 배구 연맹 제공
신인 선수에게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적응 능력'이다.
운동은 기본이고 식습관과 수면습관, 생활습관까지 진정한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를 누가 '스펀지'처럼 빨리 습득하고, 적응해나가느냐도, 그 선수가 앞으로 프로 세계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판가름 나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현역 선수
"불필요한 말은 No!"
현역 선수들은 적어도 3시즌 정도를 치른 선수들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주전과 비 주전으로 시즌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각 팀의 주전 선수들은 이 시기면 몸 상태 유지와 컨디션 조절, 정신력 관리에 신경이 곤 두 서 있다. 나도 그랬다. 몸 상태는 비 시즌 기간을 통해 어느 정도 올라 있는데 사소한 미스를 줄이면서 훈련 분위기를 살리려고 하니, 자연스레 예민해진다.
▲ 한국 배구연맹 제공
그래서 이 시기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말 조심'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선수들마다 시즌을 준비하는 루틴은 다르지만, 각 팀의 분위기가 좋은지! 나쁜지는 선수들 모두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한다.
그리고 팀에 주전급 선수들은 그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더 노력한다. 성적이 곧 연봉으로 직결되는 프로 세계에서는 팀 분위기를 빼놓고 팀의 마지막 순위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 개막 직전엔 평소보다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작은 말실수라도 줄여야 한다.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가장 힘든 현역 선수를 꼽으라면, 비주전 선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양의 훈련을 했는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한국 배구연맹 제공
비록 주전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그래도 끝까지 팀에 헌신하겠다는 자세로 매 경기를 준비하는데, 정작 경기에 투입되지 않거나, '선수 교체'로 어렵게 얻은 기회를 예상치 못한 실수로 날려버리는 상황이 생기면 그 스트레스는 배가 되기 때문이다.
주전들은 대개 경기 다음날 휴식 시간을 많이 부여받는데, 비주전 선수들은 경기 다음날 바로 그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그만큼 컨디션 조절도 가장 힘든 포지션이다. 비주전 선수들의 연령대는 팀의 중간 나이 정도인 선수들이 많아서 선수단 분위기에 가교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들은 본인의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자신의 기량을 맘껏 나타내고 싶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희생하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여러모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 가 있다. 이런 선수들은 선배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만으로도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다고 느끼기 때문에 주위의 관심이 필요한 위치이다.
베테랑
"적정한 긴장감 유지"
해마다 치르는 겨울리그지만 30대 중반이 되면 매 시즌 느낌이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비단 이는 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가 되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한두 번은 다치고 또 재활하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몸 상태가 최상이라고 해도 부상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 한국 배구연맹 제공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준비운동, 그리고 훈련 후 마무리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몸에 좋다는 먹는 것, 여러 가지 운동 방법은 물론, 생활 방식과 마음 비우는 방법 등을 이 시기에 많이 배우고 깨닫게 된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배구 공부'의 중요성을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금의 내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나이이기 때문에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준비했던 것 같다. 그렇게 준비를 잘 해도 코트 위에서 발휘할 수 있는 기량은 전성기의 70~80%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이 정도 기량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 한국 배구 연맹 제공
또 한 가지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경기의 승패에 따라 '일희일비'하면서 '욱'하는 성질을 없애야 한다.
선수 본인의 실력은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너무 조급해 하거나 불안한 마음에 갑자기 운동량을 확 늘리거나 운동량을 확 줄인다면…
그러면 진짜 한순간에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겨울 시즌은 길다.
시즌 기간 내내 몸과 마음의 긴장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또 선수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결국 선수 본인이 하나씩 깨우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승리 : 단 하나의 목표"
시즌을 앞두고 선수마다 입장은 다르지만, 팀의 승리를 염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즌을 시작하기 전인 지금 이맘때가 가장 의욕이 넘치면서도 예민한 시기라고 본다. 비시즌 동안 준비를 많이 했고, 각 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도 어느 정도는 본인의 위치와 팀을 위치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즌에 더 들어가면 마음은 더 편해진다.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지만, 내 옆에는 나를 믿고 따라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동료들과 많은 대화 속에 팀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면, 많은 지도자분들이 원하는 '원팀'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배구 연맹 제공
팀 분위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직접적인 팀 성적과도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해마다 상위에 있는 팀 중에서 팀 분위기가 나빴던 팀은 없었다. 팀 내에서 애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함께 극복하며 이겨 낼 수 있는 힘!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는 말과 행동들!
이런 것은 각 구단에서 누군가 대신해서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선수들마다 시즌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은 다르다. 하지만 승리를 갈망하고 이기고 싶은 그 마음은 모두 똑같다. 부디 부상 없이 선수 본인이 준비했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후회 없는 경기를 치러주길 바란다.
배구에는 2점이 없다. 1점, 1점이 모여야지만 2점을 만들 수 있다. 그 1점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 배구 팬들도 그 열정에 박수 보내줄 것이며, 경기장으로 발걸음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