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04.
칼칼한 맛의 갈치조림이 절로 생각나는 때이다. 지금이 갈치의 제철이기도 하다. 모양이 칼같이 날렵하게 생겼다 하여 갈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생선. 옛날에는 이런 갈치 생김새 때문에 '검어(劍魚)' '도어(刀魚)'라고 불렀다. 갈치는 지방에 따라 달리 불리기도 한다. 경기도 이남과 경상도 이남에서는 '걸치'로 황해도 이북과 강원도 지방에서는 '칼치'로 전남에서는 '청갈치', '공치', '아재비' 등으로 부르며 전남에서는 '붓장어'라고도 한다.
홍선표의 '조선요리학'에서는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신라시대에 '칼'을 '갈'이라고 칭하였으니 갈치란 말은 신라시대에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갈치의 유래를 추정하고 있다.
갈치는 산란을 마친 뒤 겨울을 대비해 늦가을까지 영양분을 보충하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에 지금 잡힌 갈치가 살이 가장 통통하고 기름이 꽉 차서 어떻게 해먹든간에 일년 중 최고 맛있다.
갈치는 '세종실록지리지'에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지방에서 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주도와 거문도산 갈치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제주도 근해에서 잡히는 갈치는 몸 전체에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은색으로 눈부셔서 은갈치로 불려진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아 올리므로 갈치의 은은한 비늘이 그대로 남아있어 빛깔이 더욱 반짝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먹갈치는 목포 근해에서 잡히는 갈치로 빛깔이 은색 바탕에 회갈색을 띄며?그물로 갈치잡이를 하다보니 갈치의 은빛 비늘이 많이 사라져서 지느러미가 짙은 흑색이다. 입이 작고 뾰족한 은갈치와 비교하여 먹갈치는 입이 보다 크고 억센 이빨이 있으며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맛 차이는 단지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좀 다르게 느껴질 뿐이지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영양도 은갈치 먹갈치 모두 동일하다. 갈치는 단백질, 지방, 특히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무기질 등이 함유되어 있어 오장의 기운을 돋우는데 최고의 음식이다. 특히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어 소화가 잘된다.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여성과 노약자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불포화지방산인 DHA도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발달에도 좋다. 또한 올레인산 등이 풍부하여 심장질환이나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들에게 단백질과 질 좋은 지방을 보충해주는 좋은 식품으로 권해진다.
한방에서도 갈치는 고기의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며 주로 간경, 비경으로 들어가서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장을 보하고 기를 보충해 줘 허약 체질에게 보혈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모유수유 하는 산모들의 유즙부족을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모양이 긴 칼과 같고 입에는 단단한 이가 촘촘하게 늘어서 있고, 물리면 독이 있지만 맛이 달다'고 적혀 있다
갈치는 그 날쌘 아름다운 자태만큼이나 성질머리가 고약하여 바다에서 갈치가 갈치를 뜯어먹는 사나운 일들이 자주 벌어져 간혹 낚시 도중에 하반신이 뜯긴 갈치가 딸려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갈치는 아주 성질이 예민하여 관련 속담도 재미나다. 이북 속담으로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는 속담이 그것. 즉 같은 처지에 있거나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경우에 비겨 이르는 말이다.
은빛의 생명력을 발휘하는 갈치 껍질은 식감이 질겨 회로 먹을때는 칼집을 넣어 잘게 썰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갈치회는 더욱 신선한 상태로 해먹어야 그 참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일반 다른 생선회와 좀 다른 점은 신선하고 식감이 쫀득하면서도 느끼한 기운이 전혀 없다는 점인데 아쉽게도 육지에서는 싱싱한 갈치회를 먹기가 쉽지 않다.
회만큼 제철 갈치의 싱싱함이 요구되는 갈치구이는 살집이 통통한 것으로 구워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간장과 매실청으로 밑간한 다음 고춧가루를 뿌려서 칼칼한 맛으로 조리한 갈치조림은 말그대로 밥도둑이다. 짭조름한 국물 맛과 고소한 살집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무와 감자를 넣고 끓인 갈치조림 국물은 갈치 살을 모두 건져 먹고 난 후에도 그 자체 밥의 유혹을 떨쳐낼수 없는 겨울 식탁에 또다른 밥도둑이다.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