潛入取材
男性들 빈털털이 만드는
遊興街 新種 흙나비
歡樂街에 흙나비(일명 여성 소매치기)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또한 이들의 誘惑에 쉽게 넘어가 주머니를 털리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遊興街에 徘徊하는 美貌의 女性들에게 男性은 함부로 빠져들 일이 아님을 警告해 둔다. 당하고 나서 後悔하느니 스스로 조심하는 節制된 行動이 흙나비에게 당하지 않는 길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불빛을 찾는 흙薔薇
무엇인가 새로운 맛을 느끼기 위해서 찾는다는 젊은이들의 호흡이 모여들 때쯤 이태원의 야경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천연색 불빛을 토해 낸다.
붉은 단풍 빛깔처럼 활활 타는 네온사인의 불빛 속으로 이맘 때 쯤이면 청춘 남녀들은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즉석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촉수를 세우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 3월 29일 밤 21시경 서울 서대문구 응암동에 사는 최기석(가명․23 K대 2년)씨는 친구 4명과 함께 술을 마시러 왔다가 H호텔 옆에 위치한 ㅊ나이트 클럽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꼴은 이태원에 들러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최군 일행은 이날도 역시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 거리를 배회하던 중 이곳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과 동행하는 데 어렵지 않게 합의를 본 뒤 ㅍ나이트 클럽으로 들어가 약 3시간 동안 함께 마시고 춤을 춘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귀가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헤어졌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돌아가고 난 뒤 K군이 친구에게 택시비를 주기 위해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찾았으나 K군은 물론 친구들의 주머니 마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이간은 사실은 종전에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로 남자 소매치기의 소행으로 간주했었으나 최근에는 여성 소매치기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들어났다.
여성 소매치기(일명 흙나비)들은 겉으로 봐서는 쉽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도 이곳을 찾는 직장 여성이나 대학생 등과 거의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여성들로서 2인 이상 짝을 지어 때로는 여대생으로 때로는 직장 여성으로 세련된 용모와 옷차림에다 짙은 화장과 악세사리로 치장한 채 거리를 헤매는 남성들에게 유혹의 눈길을 흘리면 십중팔구는 즉각 반응이 나타나 어렵지 않게 동행을 성공시킬 수 있다.
이쯤 되면 일단 먹이는 물색한 셈이고 그들의 주머니에 든 돈을 빼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돈이 필요 없다. 단 무기는 요란한 패션과 미모로 대신하면 그만이다.
일단 남자들과 동행을 하게 되면 금전의 부담은 체면 상 공식적으로 남자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시도친 흙장미인 줄도 모른 채 음흉한 흉계를 품은 남자들은 무슨 대어나 낚은 듯 쾌재를 부르고 온갖 선심을 다 써가며 이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최상의 매너를 동원하는 남성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뜨거운 밤이 다가갈 무렵 이들은 여성들의 계획적인 수법에 넋을 잃고 만 남성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곳을 찾는 남성들 중에 한 번쯤은 겪어 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의 입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파트너의 주머니를 노린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이들의 수법에 걸려든 경험 있는 회사원 권혁수(가명․31)씨는 한 달 전에 겪었던 사실을 겸연쩍게 털어놓았다.
마침 주말이자 월급날이던 권씨는 친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오랜만에 이태원이나 들러 놀다 오자고 농담 삼아 한 말이 큰 피해를 입게 될 줄을 몰랐다고 한다.
H나이트 클럽에 도착하니 마침 출입구 앞에서 서성거리는 여자들과 쉽게 의견이 의기투합, 함께 들어가 술이 한 잔 들어가고 한바탕 춤을 추는 사이 어느덧 파트너인 Y양과 눈이 맞아 같이 간 동료들을 따돌리고 둘은 2차로 카페를 가기로 했다.
Y양은 모 여대생이라고 소개했다. 늘씬하고 지적인 미모를 갖춘 Y양은 권씨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두 남녀는 흥건히 술에 취한 채 아무런 마찰이 없이 인근의 호텔로 향했고 그날 밤 바로 만리장성을 쌓았다.
권씨는 꿈만 같았다. 아름다운 미모의 여대생과의 하룻밤일지언정 아무 것도 아깝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였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난 권씨는 언뜻 썰렁한 기분을 느껴 옆자리를 보았다. 지난 밤 신의 옆자리에서 아름다운 나신을 드러낸 채 온갖 교태를 부리던 Y양의 흔적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권씨는 가슴이 섬뜩 내려앉았다. 그리고 허탈한 마음이 일었다. 지난밤을 기억해도 어렴풋이 꿈만 같은 몽롱한 상태로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언뜻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손가방과 풀어놓았던 손목시계, 양복 주머니에 들어 있던 한 달치 월급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게 아닌가.
권씨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프론트로 뛰어 내려가 웨이터에게 물어 보았으나 오히려 창피만 당했다고. “수많은 손님들이 들락거리는 데 몇 호실 손님인 줄 알 수 있나요?”라고 대답할 뿐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권씨는 한 달치 월급을 고스란히 날린 것이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잠시 아름다운 미모에 홀려 정신을 놓았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목욕탕에 들어가니까 글쎄 어땠는 줄 아세요? 거울에 빨간 루즈로 ‘정신차리세요. 땡추야!’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는 5천 원 권 지폐 한 장을 놓고 간다며 해장국으로 속이나 풀라고 써 있더군요.”
이처럼 오늘도 당신을 노리는 흙나비는 이곳 저곳의 환락가에서 날개를 치고 있다. 이 같은 흙나비들은 날카로운 가시를 돋구고 먹이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태원 뿐 아니라 영동의 환락가에도 이들의 영역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밤거리에서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선남선녀들. 서로의 입맛을 찾아 유혹에 넘어가고 넘어가는 채하는 그 속셈들을 쉽게 간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사 끝.
1985년 12월 호 月刊 歷史와 實話 2페이지 朴勝基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