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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행(四川行) 9
어스름한 새벽 여명이 동녘을 물들이고 있었다. 창문틈 사이로 덜익은 햇살이 넘어들어와 무정의 눈을 간질이고 있었다.
“음....”
침음성과 함께 무정은 일어났다. 어느새 아침이었다. 무정은 문득 자신의 팔을 보았다.
수투도, 갑주도, 철각반도 없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엔 탁자위에 그의 무장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침상에서 일어난 그는 찌뿌드드한 신형을 돌렸다. 몸 여기저기서 ‘우득 우둑’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는 무장과 초우를 잡아들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방문을 나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객잔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뒤쪽의 우물가로 나갔다.
“좌악, 좍”
정신이 번쩍 드는 시원한 물이었다. 간만에 군에서 하던 짓을 해본 무정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뇌리에 어제 저녁 무렵의 악전고투가 생각났다.
확실한 그의 패배였다. 논할 여지조차 없는, 무정은 두레박을 우물에 담그려다 고소를 머금었다. 자신이 박살낸 우물이었다. 겨우 물만 뜰 수 있게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놓았다.
그는 두레박을 던지고는 갑주를 입었다. 묵직한 느낌이 이제야 본 모습을 찾은 것 같았다. 문득 무정은 머리 뒤쪽으로 손을 올렸다.
그의 손에 단단히 매어진 매듭이 만져졌다.
무정은 까닭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홋홋...이제 살만한가 보지?”
무정의 뒤쪽에서 늙수그레한 음성이 들렸다. 백염주선 홍관주였다.
막 초우를 챙긴 그는 파풍의를 걸치며 돌아섰다. 홍안의 노인이 벙글거리고 있었다.
“삼일을 푹 쉬더니만 힘이 넘치냐? 홋홋....한판 더할까? 응?”
장난기 넘치는 노인의 말에 실소를 흘리던 그는 흠칫했다. 삼일이라니..... 고작 하루라고 생각했거늘.....
“홋홋....녀석아 일단 좀 앉자, 뭔놈의 키가 그리 크단 말이냐? 에잉~목이야”
목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홍관주는 우물가 옆에 쪼그려 앉았다. 무정은 초우를 꺼내 손에 들고 그 옆에 앉았다. 그냥 앉기에는 그의 도가 너무 컸다. 홍관주는 잠시 그의 도를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너....아미의 미낭자하곤 무슨 관계냐?”
무정의 몸이 눈에 띄게 움직였다. 홍관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홋홋 젊은 게 좋긴 좋구나..네가 넋 놓는 동안 아예 사색이 되더라. 그리고는 어제 아침까지 밤낮으로 간호하더라….눈물 찔끔찔끔 흘리면서..”
홍관주의 말에 무정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낌을 받았다. 오늘은 없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갔다....”
묵묵히 대답을 듣던 무정의 가슴에서 무언가 빠져나갔다. 갑갑한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문득, 그녀의 내음이 생각났다. 이 세상 어느 것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웠던....
갑자기 무정은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메마른 웃음이 그의 입에 걸렸다.
“홋홋홋홋....... 젊은 놈이 의기소침 하기는.... 아미파에서 사람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그리고 그쪽에서 꼭 한번 들려달라더라....”
무정의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표정을 있는 그대로 홍관주에게 읽힌 것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홋 , 요놈아 그래도 기분은 좋지? 응? 응?”
얼굴을 바짝 대고 홍관주가 약 올렸다. 무공은 안 그런데 왠지 하는 짓은 완전히 어린애였다. 무정은 고소를 지었다.
“노인장, 이른 새벽부터 그 말 하러 나온 거요?”
정색을 하고 묻는 무정을 보며 홍관주는 참으로 만나기 힘든 순진한 놈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이쯤에서 장난은 접어야 했다. 이번엔 홍관주도 정색을 했다.
“물어볼게 있다.”
“...........”
“네 무공, 누가 가르친 거냐?”
무정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어느새 새벽여명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하늘에 수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마대인, 상귀, 하귀, 고죽노인 등, 가까웠던 사람부터 단 한번 만나고 싸늘한 주검으로 다시 만난 이름 모를 청년까지...... 무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없소”
홍관주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이런 상승의 무공은 반드시 그 길을 닦아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굳이 있다면 ,....... 교두들한테 배웠소.
“!!!....”
홍관주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교두들에게 무공을 배웠다면 지금 명군은 천하를 쓸고 다닐 것이었다. 헌데 여진에게도 힘겨워하는 명군에 무슨 교두가 대단하다는 말인가?
홍관주 막 발작을 하려다 멈추었다. 이놈은 지금 거짓말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래도 질문 방향을 바꾸어야만 될 것 같았다.
“그럼 질문을 바꾸자.... 여지껏 살아온 이야기 좀 해봐라”
무정은 어이없는 눈으로 홍관주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몇 년인데 이야기를 하라는 것인지, 그런 무정의 시선을 느꼈는지 홍관호는 씨익 웃었다.
반 억지에 가까운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무정은 화가 나질 않았다. 희한한 일이었다. 왠지 노인에게는 무엇이든 말해도 될 것 같았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떡였다.
“아마 내가 한 여섯 살쯤 되었을 때 였을거요.....”
무정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명각은 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났다. 그는 우연히 창문 밖을 보다가 무정이 있는 것을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비록 불자라고 하지만 그는 무림인이었다. 강한 상대를 보면 호승심(好勝心)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미타불, 진정하시지요. 사형.”
명경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명각은 주먹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뒤로 돌며 빙그레 웃었다.
“헛헛, 일찍 일어났구나. 명경.”
명경은 한순간에 변한 사형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명각은 그런 사람이었다. 한없이 대은 대덕하고 호방한 사람..... 허나 누구보다 질투도 많고 호승심도 강한 사람이었다.
“시주가 깨어났나 봅니다.”
창문 밖으로 무정의 모습이 보였다. 홍관호와 이야기 중이었다.
“음, 굉장한 회복력이야, 완전 탈진 상태에서도 삼일 만에 일어서다니..”
“어쨌거나 정말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저도, 이젠 혼란 그 자체입니다.”
머리를 흔들며 탁자로 다가서는 명경을 보며 명각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삭히면 삭힐수록 마음의 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그게 전부요.”
무정의 긴 이야기가 끝이 났다. 어느새 활기찬 아침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저기 분주한 움직임이 보였다.
“참......네놈도 정말 궁상맞은 인생이다......에잉.....”
홍관주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이놈이 주로 말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일어나 밥 먹고 쌈질하고 사람 죽이고 돌아와 밥 먹고 무술 연습하고, 또 일어나 사람 죽이고............. 그게 다였다.
홍관주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무언가 있었다. 군의 어이없는 무공이 이런 괴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초식은 그렇다 쳐도 내공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그였다.
‘몸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내공을 쌓는다? ..... 이게 말이 되냐?’
스스로 내린 어이없는 결론에 고개를 흔드는 홍관주였다. 초식의 무서움이나 침착함, 엄청난 살기 등은 설명이 된다.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내공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지! 당세극이 있었지. 우선 거기서 말을 들어봐야겠군.’
내심 환한 웃음으로 결론지은 그는, 옆에서 어이없게 웃고 있는 무정을 바라보았다.
“너……. 지금 비웃냐?”
딴에는 얼굴에 인상을 잔뜩 쓴 얼굴을 지으며 홍관주가 말했다. 무정은 까닭 없이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욹그락불그락 혼자 다양한 표정을 보이다 그가 뱉은 말이 이것이었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노인이었다.
“핫핫핫핫”
낭랑한 무정의 웃음소리가 이른 아침공기를 울렸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유쾌하게 웃어본 것은..... 무정은 점차 변하고 있었다. 그 자신만 몰랐을 뿐이었다.
홍관주는 무정의 웃음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꽤나 잘 생긴 얼굴이었다. 보아하니 웃는 게 손에 꼽은 놈이었을 것이었다. 참으로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쳇......싱거운 놈!”
툴툴거리며 홍관주는 손가락으로 귀를 파는 시늉을 했다. 그때였다.
“허허허 홍어르신께서는 일찍도 일어나셨군요”
중후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무정은 고개를 돌렸다. 짙은 남색의 장포를 입은 사십대 후반 가량으로 보이는 청수한 장년인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에 당패성과 당혜, 당소국이 보였다. 홍관주는 마침 그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반색을 하며 말했다.
“홋홋홋..... 그래 당문주께서도 잘 주무셨는가? 홋홋, 아 무정아 인사드리거라. 현 당가의 가주, 천밀무격(天密武擊) 당세극(唐世極)이시니라....네가 정신을 잃었을 때 봐주신 분이란다. 홋홋홋”
영락없는 영감흉내였다. 둘이 있을 때는 이말 저말 잘도 하더니 사람들이 있으면 이상하게 변하는 그였다. 게다가 이젠 손자 취급하는 홍관주였다. 무정은 그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폐를 끼쳤습니다. 무정이라 합니다.”
어느덧 엉성하게나마 포권을 짓는 무정이었다. 사실 당세극은 삼일전 홍관호와 무정의 비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당소국이 다쳤다는 전갈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
은혜와 원수는 철저하게 갚는 것이 당문의 규정이기에, 또한 지금 사천무림의 핵이 된 무정이란 자도 직접 보고 싶기도 했다.
“아닐세, 오히려 요위굉에게서 아이들을 지켜주어 고맙네. 당세극이라 하네.”
정광이 가득한 당세극의 시선이 무정을 훑었다. 한눈에 그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각고의 노력을 한 듯, 전신의 근육은 팽팽히 불어나 있었고, 그 위에 얹혀진 수많은 상처들은 얼마나 험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눈을 거두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헛헛, 젊은 사람이 대단허이.....후~...... 우리 아이들도 좀 본받았으면 하건만.....”
나직한 한숨소리와 함께 당세극은 당패성을 흘깃 보았다. 당패성은 얼굴이 벌게진 채 땅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홀홀홀..... 재능은 언제든 노력만하면 꽃 피우게 되는 법.... 자자, 이럴게 아니라 그만 들어가서 조주(朝酒)라도 하면서 말들을 하지. 홋홋 무정아 가자꾸나.”
“먼저 들어들 가시지요. 난 방에서 정리 좀 해야 될 것 같소이다.”
무정은 초우를 쓰다듬으며 일행에게 말했다. 그동안 거의 다듬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미안 했는데 홍관주와의 비무 때 너무 혹사 시킨 것 같았다.
“오, 홋홋홋.... 그래에? 그럼 천~천히 오려무나, 홋홋.”
늦게 간다는데 뭐가 그리도 좋은지 홍관주는 실실거리며 당세극의 등을 떠밀었다. 당세극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문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래도 일문의 가주이자 사십이 넘은 장년인데..... 그러나 상대는 이미 세수 백이십이 넘은 사람이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객잔으로 향했다.
“흐음.... 그럼 당가주도 잘 모른단 말인가?”
“예 어르신, 조금 이상한 점이 있기는 해도 그것이 무공과 연관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군요.”
“호오,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나?”
무정을 뒷마당에 세워놓고 들이 닥치다시피 객잔의 이층으로 올라온 홍관주는 당세극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무정을 진맥했으니 어느 정도 당가주가 감을 잡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아까 당세극을 보며 반색한 이유가 증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자신보다는 독과 인체를 연구하는 당가주가 더 잘 알거라는 계산이었다.
“음 ..... 우선 그는 단전이 없더군요... 아니 너무 넓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 엥?”
홍관주는 눈을 크게 떴다. 단전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시골의 촌부라도 단전은 있었다.
다만 그들은 그것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당세극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단전으로 사용되었던 흔적은 있습니다. 헌데 그것이 거의 하복부 전체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진맥 할 때는 그 크기가 급속도로 줄어들 때 였습니다.”
괴물.....괴물의 괴사였다. 홍관주의 눈이 좁아졌다.
“헌데”
나직한 당세극의 목소리에 홍관주는 눈길을 던졌다. 그리곤 당세극의 말에 두 눈이 더욱 커졌다.
“단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몸의 이곳저곳에 있더이......다.”
세극도 믿기지가 않는지 말끝을 흐렸다. 그의 양 골반과 어깨와 미간사이....분명히 그 흔적이 보였었다.
종합하자면 무정은 여섯 개의 단전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홍관주와 동등한 무공을 사용할 수 있었다....... 라고 억지로라도 이해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처음 일반인과 같은 단전 크기를 가진 자가 어떻게 힘을 낼 수가 있는가?
요는 시작점이 없는 것에 있었다.
무림인은 연공을 하며 축기(畜氣)를 한다. 그렇게 생성된 공력은 필요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축기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었다. 혹자는 차기미기니, 이력타력이니 하면서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여 배 이상의 공력을 사용한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공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공력이 없는 자가 그런 것을 시도한다면....아마도 길바닥에 패대기쳐진 개구리 꼴이 될 것이었다.
“거참.....볼수록 묘한 놈일세......무공도,,,,,인간됨됨이도 그렇고.....”
홍관주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글자 그대로 상식이 안 통하는 인간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당세극도 홍관주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들었다.
“저...”
비죽거리는 당패성의 소리에 그들은 고개를 들었다. 당패성은 얼굴이 따가웠다.
“혹시 무대협의 무공이...”
무공이란 소리에 홍관주의 몸이 바짝 다가섰다. 당패성은 주저하다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 전설의....전단격류의 무공이.....아닐는지요?”
“......”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들 역시 함부로 판단하기 곤란한 말이었다. 당세극의 고개가 서서히 끄덕였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전단격류라....”
당세극도 그리 잘 알지는 못했다. 하긴 알 턱이 없었다. 기록에도 그 이름조차 표기된 것이 별로 없으니.... 그는 눈을 들어 홍관주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홍관주의 생각을 묻고 있었다. 홍관주는 그 눈길의 의미를 이해한 듯 했다. 그의 신형이 의자 등받에 붙여졌다. 갑자기 목이 타는지 새벽 댓바람부터 화주를 들이켰다.
“카아......끅!.....음....혹 자네들은 무림공적의 첫째조건이 뭔지 아나?”
트림소리에 미간을 좁히던 당혜는 눈을 반짝였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현 무림의 최고 배분이다.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 확률이 컸다. 그녀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거야, 부녀자를.....간살한더던지. 살인을 밥 먹듯이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간살’이라는 단어에서 그녀는 요위굉이 생각났는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죽였다. 비록 무림인이지만 그전에 여인이었던 것이었다.
“틀렸다.....”
“......?”
담담한 홍관주의 음성이 들렸다. 당패성은 머리를 굴렸다. 대체 홍관주가 뭘 원하는지....
그때 홍관주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무공이 높아야 한다......... 상당히”
말을 마치고 홍관주는 다시 화주를 들이켰다. 당패성의 눈에 당세극이 얼굴을 굳히며 작게 고개를 끄떡이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가주는 뭔가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강호인이란 말이지....”
홍관주의 말은 계속되었다.
“자신의 힘이 안 되면 이사람, 저사람 끌어들이며 같이 싸우자고 부추기는 인간들이지.”
당패성의 뇌리에 뭔가 알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허나 확신 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의 위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홍관주의 눈빛이 변했다. 투명한 눈이 심유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일,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무공을 익힌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당패성은 눈을 감았다. 그도 알 것 같았다.
“특별한 괴이 편벽함이 있다면, 사공이니 마공이니하며 우루루 몰려가지”
당혜의 눈이 탁자로 향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행동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런 것조차 없다면?”
“......!”
어린 당소국도 이해가 갔다. 결국 그런 이야기였다.
“전단격류? 웃기는 개방구 같은 말이지....그럴싸한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어떻게든 저건 우리부류가 아니라고 한번 우겨나 보는 게지!”
말을 마친 홍관주는 화주병을 입에 박았다. 그리고는 쉼 없이 목울대를 까닥거렸다.
당패성은 눈을 떴다. 결국 전단격류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약한 강호인이 지어낸 야비한 술책과 같은 것이었다. 즉, 전단격류는 무공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 홍관주의 말을 빌자면...
“홋홋홋.... 무정이 왔구나....어서 앉거라....배고프지 홋홋홋”
뜬금없는 홍관주의 소리에 이번엔 무정을 제외한 이들이 아연해 졌다. 확실히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었다. 당세극도 그런 그의 행동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무정을 진맥할 때 그는 아주 약한 기를 손목에 흘렸었다. 그런데....갑자기 온몸을 감아오듯이 충격이 왔었다. 무정의 손목에서였다. 무언가가 무정의 몸 안에서 작은 힘을 수십배나 강한 힘으로 만들어 되 튕겨낸 것이었다.
그는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하면 안 되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의 당문을 강호제일문으로 만들 수 있는 비밀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황금색 편액이 걸린 당가의 정문이 보였다. 천하 제일문....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