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3. 20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가 최근 자신의 책을 통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비화를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책에서 이른바 논두렁 시계는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작품이었으며, 당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무능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도피성 외유 등을 떠났던 그가 돌연 정권 교체 후 책을 내서 이런 일방적 주장을 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하‘노무현재단’) 역시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이 변호사의 주장 중 핵심적인 몇 가지 부분에 대해 반박했다. 노무현 재단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유족은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노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서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은, 고인과 유족을 다시 욕보이려는 '2차 가해' 행위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크게 3가지에 대해 반박했다.
1.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받았다는 시계는 박연차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의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
2. 박연차에게 140만 달러 받았다?
박연차 회장에게 14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권양숙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정상문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다. 이 역시 노무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다.
3. 정상문이 받은 특수 활동비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퇴임 후를 걱정해 특수활동비를 모아놓은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문 비서관의 구속과 관련해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입니다.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재단은 책에 대해 “이인규 씨의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공소시효 만료 시점에 맞추어, 무죄추정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짓밟고, 미완 상태에서 중단한 수사라는 사실을 무시한 채,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검증된 사실인 양 공표하는 것은 당시 수사 책임자로서의 공적 책임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까지 저버린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수사기록은 검찰이 관련자들을 밀실에서 조사한 조서일 뿐”이라며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수사기록의 일부를 꺼내어 고인과 유족을 모욕하는 것은 또 한 번의 정치공작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고 덧붙였다.
박혁진 기자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