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드라마 경험담

[정슬]

-     어떤 익명의 분이 쓰신 경험담입니다.

나는 8년 전에 청소년 상담사 3급을 따고 자격연수를 가서 사이코드라마 강의 시간에 경험을 해보았다

자격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꽤 많았는데, 교수님은 나를 지목하여 사이코드라마를 해보자고 하셨다 나는 그 당시 부모님과 친정 가족들과의 관계와 나의 가정에 대한 나의 역할과 책임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교수님은 나를 중심으로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친정 자매들, 남편과 자녀들을 나에게 옭아 매어진 짐이나 바윗돌, 넝쿨 같은 것으로 표현하셨고, 그 역할을 다른 참가 선생님들께 하나씩 맡겼다 나는 그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끌고 가면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그 짐들을 하나씩 던져버리고 떼어버리라고 내게 설득을 하거나 야단을 쳤다 다른 한쪽에는 내가 그토록 하고싶어 하던 일과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을 설정해 두었다.

나에게 짐을 떼어버리라고 종용하던 사람이 내게 묻는다

“그 짐들은 대체 네게 무엇이냐?”

“나에게 소중한 가족들입니다”

“왜 그리 힘들게 짊어지고 있느냐?”

“내가 도와주고 보살펴주고 책임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그들의 생활이 윤택해 지고 원하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네가 없으면 안되는 것이냐?”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물어보았느냐?”

“물어본 적은 없으나 느껴집니다”

“그 중에서 세 개만 떼어 보아라”

“안되는데...” 세 개를 고민고민하다가 떼어낸다

친정 동생 둘과 언니의 아들인 조카 1명이다

“어떻게 보이느냐?”

“너무 걱정이 되지만 떼어놓으니 그래도 좀 후련한 생각이 듭니다”

“ 그사람들이 제대로 못 살 것 같으냐?”

“아닙니다 나름대로 직장도 가지고 알바도 하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개만 더 떼어내 보자”

“그건 정말 힘든데...”

중략

이렇게 진행하면서 마지막엔 두 개의 짐만 남았다

그 짐들은 엄마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몇 달 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신 상태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왜 짊어지고 있느냐?”

“제가 좀 더 잘해드리지 못했고 제 일을 하느라 함께 있어드리지 못하여 한이 됩니다”

“아버지가 그걸 원하실 것 같은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저를 항상 믿어주셨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이렇게 슬픔에서 못 헤어나오는 걸 바라지 않으실 겁니다”

“아버지를 사랑한다면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네 맞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슬픔은 그만 걷어들이고 아버지 보시기에 좋은 딸이 되고 싶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누구이냐?”

“엄마입니다”

“네게 형제도 많은데 굳이 네가 엄마를 짊어지고 있어야 하는가? 그 짐도 이제는 형제들에게 나누어주거나 내려놓으면 어떨까?”

“안됩니다. 엄마는 아버지가 유서에도 남겨놓으셨듯이 내가 책임지고 모셔야합니다 아버지가 그걸 원하십니다”

“너는 저 곳(내가 하고 싶은 일과 사람들이 있는 저곳으로 가고 싶지 않느냐?”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짐을 내려놓고 저곳으로 간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략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으냐?”

“이 드라마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많은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내려놓으면 죽을 것 같았던 짐들이었는데 막상 내려놓으니 그들은 내가 아니어도 나름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가 그들을 짊어지지 않고 같이 어울러 서로 화합해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아버지의 유언도 있고, 내가 내려놓아서는 안될 나의 짐입니다. 이제는 짐이 아니라 나의 인생에서 엄마가 살아계실 동안에 함께 손잡고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보시기에 좋게 마음속의 부담을 내려놓고 내가 즐겁게 하고 싶은 일도 하고 행복해하면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사이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교수님은 그 역할들을 벗어야 한다면 그 역할을 맡았던 선생님들의 역할 벗는 의식을 치루게 했다.

오랜전일이라 기억이 잘 안나서 기억나는대로만 적어보았다

이 사이코드라마는 나에게 획기적인 일이었고

나의 인생에 삶에 대한 관점을 많이 바꾸어 주었고, 

내 자신에 대한 행복과 사랑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만화  `  덤보  `    중의 대사

[해바라기]

[정슬]

사이코드라마의 경험으로
삶이 변화되고 확장되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