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위스키가 좋은 위스키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주령(酒齡)에 관한 것입니다. 나무의 나이를 수령(樹齡)이라고 하듯이, 술의 나이는 주령이라고 하는데, 위스키 병의 라벨에 붙은 18년산,
20년산 하는 것들이 바로 주령입니다. 이것은 위스키를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기간을 나타내는
말인데, 보통 오래 숙성된 술이 비싸죠. 7년산 보다는 12년산이 비싸고, 그보다는 18년산이, 또 그보다는 30년산이 비쌉니다.
하지만 가격이 맛이나 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싱글 몰트 위스키의 경우에는 12년산이라고 써 있는 경우에는 그
병의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12년 숙성된 뒤에 병입되었다는 뜻이지만, 보통
많이 마시는 블렌드 위스키의 경우에는 수 십 가지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서 만드는 것이므로,
12년 산이라고 써 있다면, 그 위스키에 섞은(블렌드한) 여러 위스키 중에 가장 어린 위스키가 12년 산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블렌드 위스키라면, 12년산이라고 써 있어도 그
중에는 15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가 블렌드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블렌드된 위스키 중에 가장 어린 위스키의 주령을 기입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지는 스카치 위스키는 보통 그레인 위스키의 경우 법정 숙성기간이 3년입니다. 3년만 지나면 ‘스카치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여서 팔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레인
위스키의 경우에는 대개 4년만 지나면 더 이상 숙성시킬 필요가 없을 만큼 최고로 숙성됩니다. 위스키를 숙성을 시키는 이유는 맛을 부드럽게 하고, 향을 좋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위스키를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키면, 오크통
자체의 미세한 기공을 통해 술이 공기와 접촉하게 되어 이 때 술 속의 여러 미세한 성분들이 복잡한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진 향이 술에 배어 향이 풍부해집니다. 그런데 그레인 위스키의 경우에는 3-4년 이상 숙성을 시켜도 이
맛과 향의 그래프가 상승하지 않고 거의 진전이 없어 일명 ‘Silent Whisky’라고도 부릅니다.
몰트 위스키도 생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2년
정도 숙성시키면 거의 최고로 숙성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향이 오히려 날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맛은 물론 부드러워지지만 향이 약해지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다 생각하면 12년 정도가 가장 경제적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숙성을 해야 맛이 부드러워지다보니, 위스키 값이 다른 어느 술보다 비싸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위스키를 만들어 숙성시키는 데에는 오크통도 있어야 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숙성 창고도 있어야 하는데다, 또 숙성하는 과정에서 위스키가 증발(습도가 높은 스코틀란드에서도 년 2%가 휘발됨. 우리나라는 4%)되고 이자등의 각종 부대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죠. 평균적으로 6년 정도 숙성시키면 발생하는 비용이 원가의 두 배 정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래서 오래 숙성시킬수록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스키는 무조건 오래 숙성시키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오래된 위스키도 마셔봤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보니 20년산 이상의 고급 위스키의 경우 전 세계 소비량의
1/3가량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오래 숙성시킨 위스키는 희소성이 있으므로
가격은 비쌀지 몰라도, 맛이나 향 자체만을 생각해 보면 오래되었다고 해서 좋은 위스키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황과 때와 또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는 위스키가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첫댓글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떤사람들은 병채로 10년 진열해놓고 10년된 위스키라고 자랑을 하곤하지요..
3년만 숙성시키면 일단은 완성이군요 17년산이라고 별로 부로워할것 없습니다 그려..
옛사람들의 다정다감한 우정을 노래한 글이 생각납니다.... " 자네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게, 초당에 꽃이 피면 나도 자넬 부르옴세. 천하에 근심없이 사는 법을 논하고자 함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