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6/화상으로 인한 나병? 옷과 집에 나타나는 나병?
만일 의복에 나병 색점이 발하여 털옷에나 베옷에나 베나 털의 날에나 씨에나 혹 가죽에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에 있으되(레 13:47)내가 네게 기업으로 주는 가나안 땅에 너희가 이른 때에 내가 너희 기업의 땅에서 어느 집에 나병 색점을 발하게 하거든(레 14:34)
개역개정은 한글개역의 '문둥병'이란 표현을 모두 '나병'으로 바꾸었다. 문둥병이란 단어가 주는 인격 훼손의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한 것이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좀 더 학술적인 병명은 그 균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 한센병이다. 현대 의학에 의하면 나병 혹은 한센병(leprosy)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즉 결절이 특징을 이루는 결절 나병(lepra tuberculoides), 얼룩점이 나타나는 반점 나병(lepramaculosa), 신경 조직을 마비시키는 마비 나병(lepra anesthetica)이 그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둥병은 가장 두려운 질병이었다. 피부에 나타나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그 두려운 증상 때문에 그 병에 걸린 자들은 하늘의 저주를 받은 자로 여겨졌다. 그야말로 천형(天刑)의 질병이었다. '병'이란 히브리어 차라아트 자체가 그런 개념을 나타낸다. 이 단어는 '내리치다'는 뜻의 차라에서 비롯되었다. 구약에는 특별한 경우에 하나님이 나병의 벌로 치신 사례들이 있다. 미리암(민 12:10), 게하시 (왕하 5:27), 웃시야(왕하 15:5) 등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반대로 나병에서 고침을 받는 것은 복음 중의 복음이었다. 아람 왕의 군대장관 나아만의 경우(왕하 5장)나 예수께 고침을 받은 열 명의 나병 환자들(눅17:12~19)이 그러하다.
레위기 13~14장에는 바로 이 한센병 여부를 판단하는 다양한 진단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이 매우 특이하다. 나병으로 진단되는 증상 중에 '털이 희거나'(13:3), '피부가 불에 데었거나(24~25절), '머리에나 수염에 음이 발생 (30절)한 경우가 언급되어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나병의 원인이나 증상이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여기 언급된 나병은 한센병이 아니라 세균 감염에 의한 종기, 화상에 의한 피부 감염, 옴 등으로 피부 변형을 초래하는 각종 피부병들이다. 흔히 이 본문에 묘사된 피부병들을 마른버짐/건선(psoriasis), 기계총/황선(favus), 백반(vitiligo) 등으로 본다. 그래서 새번역성경은 이 단어를 모두 '악성 피부병'이라고 번역하였다.
의복에 나병 색점이 발생(13:47)한다는 내용도 의아하다. 어떻게 나병이 옷에 발생하는가? 이것이야말로 이 본문이 말하는 '나병'이 한센병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천이나 가죽이나 털옷에 발생하는 것이 무엇인가? 곰팡이다. 그것의 특징은 쉽게 퍼진다는 것이다. "그 색점이 그 의복의 날에나 씨에나 가죽에나 가죽으로 만든 것에 퍼졌으면 이는 악성 나병이라”(5절)고 했다. 이것은 각종 천이나 의복에 퍼지는 곰팡이에 대한 묘사이다. 곰팡이가 퍼진 천은 빨아야 했고(54절), 그 후에 또 발생하면 태워야 했다(5절).
“어떤 집에 나병 색점"(14:34)이 발생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도 곰팡이이다. 습도가 높은 계절이 오면 집의 벽에 곰팡이가 생긴다. 그런 경우에 일단 칠 일 동안 집을 폐쇄해야 하였다. 이후 그 색점이 벽에 퍼졌으면 색점 있는 돌을 빼어 성 밖 부정한 곳에 버렸다(38~40절). 또 집 안 사면을 긁게 하고 그 긁은 흙은 성 밖 부정한 곳에 쏟아 버리게 했고 다른 돌로 그 돌을 대신하고 다른 흙으로 바르게 하였다(41~42절). 이런 모든 방법을 다 쓰고도 효과가 없으면 집을 부수어 버렸다.
결론적으로 레위기 13~14장에 기록되어 있는 '병'은 오늘날 의학적으로 말하는 한센병보다 훨씬 넓은 의미의 질병이다. 증상이나 발병기간 그리고 치료되는 과정 등이 한센병과 크게 다르다. 사람의 피부는 물론이요, 수염, 털, 옷, 집의 벽 등 매우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 '병'이라는 용어는 각종 피부병과 곰팡이와 박테리아 번식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