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智異山 老姑檀 피아골 등반 < 2005. 10. 13 (목) 중앙산악회 >
▶ 감기 증상이 심신을 움츠리게 만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그래도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 길을 나선다. 어지간 하면 포기하고 말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지리산 가을 등반이고 코스 또한 휴식년제로 자연을 복원하고 있는 노고단 정상으로 신고된 인원만이 오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조금은 무리지만 작정을 하고 야탑에서 산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경부 대진 88 고속도로를 생각 보다 빠른 시간에 빠저 나와서 가을 정취가 싱그러운 지리산 서북자락인 뱀사골을 돌아 성삼재에서 산우들을 내려 놓는다.
▣ 노고단 (老姑檀1,507m)
노고단은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과 토지면에 걸쳐 있는 산봉우리로 우리나리에서 최초로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으며,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더불어 지리산 3대 주봉으로 지리산의 동서 방향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서부를 이루는 봉우리이다. 동부의 천왕봉(天王峯,1,915m)까지 45㎞에이르는 주능선에는 반야봉(1,732m)·토끼봉(1,538m)·명선봉(1,586m)·덕평봉(1,538m)·영신봉(1,690m)·촛대봉(1,713m)·연하봉(1,710m)·제석봉(1,806m) 등 높이 1,500m 이상의 높은 봉들이 분포한다. 노고단의 완경사지에는 억새와 원추리 꽃으로 덮인 초원인 데 반하여 산허리와 산꼭대기에는 철쭉·진달래 등의 관목이 자란다. 노고단이라는 지명은 할 미당에서 유래한 것으로‘할미’는 도교(道敎)의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 또는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일컫는다. 통일 신라 시대까지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 기슭에‘할미’에게 산제를 드렸던 할 미당이 있었는데, 고려 시대에 이곳으로 옮겨져 지명이 한자어인 老姑檀으로 된 것이다.
노고단 등산로는 심원계곡과 화엄사계곡을 통한 서쪽 입구를 따라 오르고 산자락에는 554년(백제 성왕 22)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화엄사가 자리하고 있다. 화엄사에는 각황전을 비롯하여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지방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와 20여 동의 부속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구름바다는 지리산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이다. 노고단 남서쪽의 구례군 광의면과 북서쪽인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사이의 포장도로를 따라 노고단까지 도로가 연결되어 교통이 양호하다.
▶ 등산화끈을 다잡아 매고 종석대를 거처 시멘트 포장길과 번갈아 닥아서는 돌바닥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그러나 돌바닥은 발바닥의 쿳션을 허용하지 않고 종아리를 통하여온몸으로 전해오는 충격으로 숨이 차고 고통이 따르는 힘든 길을 허리에 손을 올려 심호흡을 하며 국립공원관리소 안내원의 뒤를 따라 정해진 코스로 걸음을 제촉하니 드넓은 능선에 키가 나지막한 수림과 초원으로 이루어진 노고단 정상(1,507m)을 올랐다. 자연을 복원하기 위한 관계자의 노력이 한낱 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등산객 발걸음 한걸음에도 주의를 주는 나무로 만든 등산로를 걸으면서 새삼 마음속으로 흐뭇한 자부를 느끼게 한다.
어느덧 감기 기운은 사라지고 상쾌한 기분으로 지리산 서남 능선을 따라 걸었다. 임걸령을 지나고 단풍이 드문드문 드리워지는 피아골로 내려오니 역사의 한 장면을 가슴에 안은 듯 감개가 무량하다. 무지한 산골 농민들을 이념의 갈등 속에 몰아넣어 희생 시킨 위정 자들의 행태에 역사의 심판은 아직도 남았는가 ? 하산길을 제촉하면서 언잰가는 꼭 노고단에서 천왕봉 정상을 종주할 날을 기약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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