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발전 기금 유치의 기억들....
서 길 수 명예교수(전 총장,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대학의 장단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전략 수행에 필요한 투자 재원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 재정 수입은 크게 등록금, 정부지원금, 교수 연구비, 기부금, 기타 수입(임대료 등) 등으로 나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 자원이 축소되고,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이 10여 년간 시행되면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한데다 교수 연구비 수주나 정부지원금(글로컬사업 등, 국가지원사업) 수주가 제한받는 상황에서, 기부금 유치는 대학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의 수입을 재원별로 분석할 때,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59.8% △기타 17.6% △국고보조금 16.1% △법인전입금 3.8% △기부금 2.7%의 비율을 보인다(우리나라 사립대의 평균치). 즉 대학의 과도한 등록금 의존율과 재원의 다양성 부족 때문에 대학의 발전기금 유치는 대학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기금은 기부자가 사용 용도나 집행 부서를 지정하지 않고 출연하는 ‘일반발전기금’과 기부자가 사용 용도나 집행 부서를 지정해 출연하는 ‘지정발전기금’으로 구분되는데, 일반발전기금은 경영전략의 중요도에 따라 기금을 운용하고, 지정발전기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른 지정 분야에 기금을 운용한다. 이에 총장 시절( 2017년 2월~2021년 1월) 유치한 몇 가지 지정발전기금 유치의 기억을 더듬고자 한다.
<낙동강천리도> 복원 사업
<낙동강천리도>는 1970년 당시 세계적 캠퍼스 건설을 추진 중이던 영남대의 원대한 비전과 염원을 담아 완성한 길이 2,360cm, 폭 105cm 크기의 대형 수묵산수화로 낙동강 발원지에서부터 남해 하구에 이르기까지 1천300리 길 낙동강과 주변 전경을 총 9폭에 담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민경갑 화백의 그림에 노산(鷺山) 이은상(1903~1982) 시인이 지은 ‘낙동강’ 시를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 서예가의 글씨로 마무리한, 당대 최고의 화가, 시인, 서예가가 합작한 유일무이한 수작으로, 영남대의 교화(校畵)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당시 민경갑 화백은 영남대 교수였다.
<낙동강 천리도>는 1970년 4월 영남대 대명동 캠퍼스 도서관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1976년 8월 영남대 경산 캠퍼스 중앙도서관 제3열람실 서편으로 옮겨졌으며, 2005년 2월 중앙도서관 리노베이션 공사를 완공하면서 제2열람실 북편 위치로 옮겨 전시 중인 작품이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림이 많이 상하여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018년 당시 도서관장은 경영학과 박종무 교수로 미술 작품에도 조예가 깊은 분이었기에, <낙동강천리도>를 복원하기 위한 견적을 알아본 결과, 교비로 충당하기엔 불가능한 높은 가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이가 24m나 되는 대작이고, 작품이 많이 상하였기 때문이다.
삼일방직 노희찬 회장님은 화공과 출신으로 영남대학교 총동창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시면서 학교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회장님을 만나 영남대 교화(校畵)로서의 <낙동강천리도>의 중요성, 복원의 시급성을 말씀드리면서 복원기금을 지원해 주시길 부탁드렸고, 흔쾌히 승낙해 주신 데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그런데 복원작업은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2018년 봄에 시작된 복원작업은 거의 1년이 걸려, 2019년 1월에 제막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2018년 가을, 서울에서 열린 동창회 회의장에서 우연히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님(현 영남대 총동창회장)께 <낙동강천리도> 복원을 진행 중이라고 말씀드리니, 회장님은 깜짝 놀라시면서 그 자리에서 이 사실을 민경갑 화백께 직접 알렸다. 알고 보니 윤 회장님과 민경갑 화백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이후 우리 대학 홍보팀은 민 화백 화실을 찾아가 <낙동강천리도>와 관련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듣고 촬영도 해 두었다. 민 화백께서도 그림 제막식에 꼭 참석하겠노라고 하셨는데, 그의 마지막 소원인 <낙동강천리도> 복원을 보시지 못하고, 2018년 12월 하순쯤 별세하셨다.
2019년 1월, 복원 기금을 지원해 주신 노희찬 회장님, 민경갑 화백 가족들을 모시고 박종무 도서관장의 주관으로 <낙동강천리도> 제막식을 거행하였다. 좀 더 일찍 복원되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민경갑 화백 가족들도 그림을 복원한 영남대에 대해 감사의 표시로 민 화백의 그림 2점을 기증해 주어 현재 도서관 1층에 전시되어 있다.
그림 2점을 기증받으면서, 민 화백이 남긴 그림 전부를 영남대가 기증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가족이 그림을 보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또 상속세도 생각해야 하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민경갑 화백 아들(민지홍 씨)과 협의가 잘 이루어져 민경갑 화백의 유작 150여 점 전부와 작품 도구, 화첩 등 도서 일체를 기증받아 현재 우리 대학 박물관이 소장하게 되었다. 민 화백의 작품 당 그림 값을 고려하면, 전체 유작의 그림 값은 엄청나다. 한국예술원장을 역임한 민경갑 화백 그림 연구를 하기 위한 후학들은 반드시 영남대를 찾아올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대학이 민 화백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렇게 많은 그림을 학교에 오도록 길을 열어준 노희찬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2. <요시다 유타카, 석오문고>
2020년 2월 어느 날, 일본 '평화헌법'을 바꾸려는 우익진영을 향해 역사 바로보기를 주장하며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온 요시다 유타카(吉田裕·65) 히토쓰바시(一橋)대 대학원 특임교수가 그간 수집해온 역사 자료를 한국에 기증하겠다는 뜻이 있다는 언론 기사를 보고, 이런 역사적 자료를 우리 대학이 기증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요시다 교수는 일본 근대기에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는 물론이고 당시 군주이던 쇼와(昭和) 일왕의 책임 등을 연구해온 학자로, 평생의 연구 과정에서 옛 일본군 병사의 일기와 체험기 등 귀중한 역사 자료를 많이 모았는데, 퇴직 후에 이것을 한국의 대학에 기증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이 기증을 받는다 해도, 당시는 코로나 상황이고, 일본으로 사람을 파견하여 자료 목록을 만들고, 세밀하게 포장하여 한국으로 보내고, 기증에 대한 사례금도 지급하는 등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기에, 이를 교비로 충당하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 대학 동문 중에서 역사에 가장 관심이 많은 기업인은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님이다. 윤 회장님은 일본으로 유출됐던 우리 문화유산인 <수월관음도>를 사비로 구입해 국립박물관에 기증하셨으며, 이순신의 조력자인 “80세 현역 정걸 장군”이라는 책과 ”기업가 문익점“ 이란 책도 출간하는 등, 나라 사랑과 역사의식을 직접 실천하는 기업인이다.
윤 회장님을 만나 요시다 유타카 교수의 자료가 영남대학에 올 수 있도록 요청했고, 윤 회장님은 한일 관계 역사학 발전에 도움을 주시기 위해 요시다 교수의 장서를 인수하여 흔쾌히 영남대 도서관에 기증하셨고, 이는 현재 중앙도서관에서 ‘요시다 유타카·석오문고(吉田裕·石梧文庫)’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올해 발간된 목록집을 보면, 이 문고는 8,934책에 이르는 방대한 장서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한 번 윤동한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3. 이종우 과학 도서관과 약대 신축 및 기계관 삼익 THK홀
우리 대학 기계과 출신이며, 영남학원 재단 이사이신 이종우 회장님의 호는 송암(松岩)이다. 이 회장님은 자신의 호인 송암의 의미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잘생긴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송암이 아니라, 바위에 붙여 긴 세월 겨우겨우 연명해가는 힘든 소나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회장님께서는 많은 부를 축적하시면서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많은 희사를 하셨지만, 정작 본인은 지금도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시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으로서 그의 자서전에 그분의 인생 역정이 잘 그려져 있다.
당시 우리 대학의 재정 형편은 어려웠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관리가 아주 중요한데 다행스럽게 우리대학에는 유능한 직원이 많다. 나의 총장 시절에는 배재완 예산팀장이 철저한 예산관리를 하여 4년 내내 균형 예산(흑자 기조)를 이룬 데 대해 그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없는 형편에 그나마 남은 건축기금을 활용하고 약대 동문의 지원만으로 약학대학을 신축하려고 했기에 과학도서관을 리노베이션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당시 과학도서관 건물 역시 낡아 D등급 레벨이었기에 보수가 필요한 때였다.
영남학원 재단 이사님들뿐만 아니라, 본부의 모든 처장과 직원들도 학교 재정이 어려워 학교 시설 개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약대를 신축해야 하고, 과학도서관도 손봐야 하고, 건물마다 학생들이 앉아 쉴 공간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건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협력처는 동분서주하면서 많은 동창을 만나 이런 사실들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러 다녔다. 사실 이런 업무를 추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대학을 위해 노력해준 당시 허창덕 대외협력처장(현 부총장)과 대외협력처 손대형 팀장, 총장 비서실의 하정애 선생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과학도서관을 KAIST나 DGIST, 서울대 도서관처럼 최근의 트랜드에 맞추어 도서관 내부 시설을 혁신적으로 하려면 약 1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그 정도의 예산이면 우리 대학도 자랑할 만한 과학도서관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 이종우 회장님께서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즉 과학도서관을 직접 살펴보니,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의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것은 맞다. 그런데 100억 원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인생에서 처음 장만한 공장(서울 시내에 있음)을 기부하겠다. 나머지 부족분은 학교 예산으로 충당해서 리노베이션을 하는 게 어떻겠나? 알아보니 공장부지 가격은 50억 원은 된다고 하더라...
우리 대학에서 이렇게 많은 기금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TFT를 만들어 공장 부지를 기부 받는 데 필요한 모든 절차 연구와, 새로운 도서관에 들어갈 각종 시설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에 들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에 들어가고, 약 100억 원이 투입되는 리노베이션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종우 과학 도서관”이 준공될 때까지 약 2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 서울 공장부지 가격이 50억에서 100억으로 올랐다고 한다. 역시 부동산이 최고인가 보다. 우리 대학도 이종우 회장님께 뭔가 고마움을 표시해야겠는데, 뭐가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국민훈장을 서훈 받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부에 이종우 회장님의 훈장 서훈에 대한 관련 자료를 올리고, 주호영 의원을 만나 서훈 요청을 하였다. 이미 많은 동문이 이 회장님의 선행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주 의원님 역시 이걸 잘 알고 있었기에 흔쾌히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훈장 서훈 프로세스를 잘 몰랐는데, 알아보니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긴 여정이었다. 긴 시간 끝에, 정부에서는 이종우 회장님께 “국민훈장 모란장”의 서훈이 결정되어 영남대 동문이 모두 기뻐하였다. 참고로 국민훈장은 5등급으로 나누어지는데, 무궁화장, 모란장, 동백장, 목련장, 석류장 순이므로, 모란장은 2등급이다.
과학도서관 리노베이션과 비슷한 시기에 지은 약학대 신축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해 두고자 한다. 당시 약학대 신축은 약대 교수들과 동문들의 숙원 사업으로 교수들과 동문들도 많은 기금을 내고 있던 때였다. 학교에서도 어렵지만 예산절감액과 건축기금 일부를 활용하고 발전기금을 모아서 건물을 짓기로 한 상황 속에서, 약대 건물 신축 관련하여 약대 동문인 박재돈 한국파마 회장님을 만났다. 박재돈 회장님은 나와 같은 경북고등학교의 선배였기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쉽게 나누었다. 약정한 발전기금도 받았고, 한국파마가 상장되면(지금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지만 당시는 상장 준비 중) 영남대에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하셨고, 골프도 함께 쳤는데, 지금은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하다고 하신다. 빨리 완쾌되길 기원한다. 최근 박재돈 회장님의 흉상이 약대에 설치된 것은 아주 기쁜 일이다.
우리 주위에는 영남대 출신은 아니지만 영남대를 좋아하는 많은 분이 계신다. 그 중 한분이 삼익THK 진영환 회장님이시다. 진 회장님은 과거 영남학원 이사를 역임하신 적도 있다. 삼익THK는 과거 삼익줄, 삼익쌀통으로 명성을 알렸고, 지금은 산업 자동화로 그 명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대구의 굴지의 기업으로, 영남대 동문도 많이 입사해 있다. 또 삼익정공의 진문영 사장과 나는 고등학교와 KAIST 선후배 사이며, 특히 대학원은 같은 실험실 출신이다.
한편, 우리 대학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인 기계동은 잘 지은 건물이지만 수업 중간에 학생들이 쉴 공간이 없었다. 물론, 이것은 다른 건물도 마찬가지다. 기계동은 학생들이 드나드는 1층 로비가 상당히 넓지만 텅 비어 있는 게 흠으로, 그곳을 학생들이 쉬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신재균 학장도 하고 있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삼익THK 진연환 회장님을 만나 학생들이 쉬면서 토론도 가능한 로비를 만들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상당한 발전기금을 받아 지금의 기계관 1층을 삼익THK 홀로 꾸몄다. 진연환 회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참고로 기계관 4층에는 이종우 회장님(과학도서관 지원하신 분)이 지어주신 “송암홀”이라는 대형 강당이 있다.
4. <영남 라이프 아카데미>와 각종 기금강좌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특히 전국적으로 세미나 연사를 초청하기 위해서는 기금이 필요하며, 이를 학교가 모두 지원해 주기에는 어려움이 많기에, 외부에서 기금을 받는 기금강좌를 만들면 더 나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내가 근무한 화공과에서는 오래 전부터 심강 박원규 교수님의 후원으로 “심강 세미나”를 통해 수많은 학자들의 특강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게 오늘날 화공과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일로, 지금까지 세미나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는 박원규 교수님의 후손들(박종무 교수님 포함)에게 감사드린다.
한편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님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과 가치관을 갖게 하고, 공동체의 중요성과 세계의 변화를 제대로 알려주어 정확한 나침반을 갖게 하기 위해 폭넓은 독서와 토론을 권장하고, 선배들의 다양한 강연을 통해 통찰력을 길러주고 유연한 사고로 다양성을 수용하는 인재가 되도록 물적 지원을 하는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김 회장님은 전남 땅끝마을 출신으로, 수산대학(현 부경대학)을 졸업하신 후 전 세계를 누빈 분이시다.
영남대 학생들을 위한 <라이프 아카데미>를 개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김재철 회장님을 만나 영남대 지원을 부탁드렸다. <영남 라이프 아카데미>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에게는 토론에 필요한 모든 책을 무료로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하는 관계로, 이 강좌는 가장 인기가 있고, 이에 수강 신청하기에 어려운 강좌가 되었다고 한다.
같은 모형으로 철학과 최재목 교수가 진행하는 “스무 살의 인문학”이라는 기초교육대학 교양강좌가 있다. 이 강좌는 영남대에서 수강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출석 확인이 어렵기에 우리 대학 전산원이 전국 최초로 핸드폰으로 출석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다. 지금은 모든 수업에서 핸드폰으로 출석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작동 중이다. “스무 살의 인문학” 강좌는 학기마다 열 분 이상의 외부 강사를 모셔야 하기에 외부 기금이 필요한 강좌로, 대구CC 우기정 회장님이 지원하는 기금강좌이다. 우기정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또, 같은 유형으로 경영대의 “21세기 지식 특강”, 문과대의 '경계를 넘는 인문학' 역시 매 학기 많은 연사를 초청하기 위해서도 기금이 필요하다. 이 강좌는 영남학원 이사이신 이시원 회장님이 지원하는 기금강좌로, 이시원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5. 장학금
장학기금은 장학금 용도로 기부하는 기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후원되고 있으며, 네 분의 기부자가 생각난다.(더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모두 언급하지 못함을 용서해 주길 바란다.)
먼저, L.A.의 한인 대형 의류업체, ‘액티브 USA’를 운영하시는 이돈 회장님이 떠오른다. 선비 같은, 학자 같은 풍모를 느끼게 하는 분이시다. LA에서 처음 만나 식사를 하면서 “양동마을” 출신이라고 하시기에, 자연스럽게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 이야기, ‘회재 이언적 선생’ 이야기, 옥산서원과 독락당, 양동마을의 여러 고가들(백서당, 향단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옥산서원의 정문인 “亦樂門”의 “亦樂”을 좋아한다. 식사 중 나는 영남대 학생들의 ‘해외 인턴’이 가능하도록 L.A.지역에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하였다. 취업을 원하는 모든 학생에게 인턴 생활은 아주 중요하며, 특히 “해외 인턴”, “미국 인턴”은 좋지 않은가! 이 회장님의 주선으로 그 해 L.A. 중앙일보에 약 열 명의 우리 대학 학생을 인턴으로 보냈다. 그리고 학교 장학금으로 100만 불을 보내 주셨다. 지금도 이 회장님의 장학금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으니, 다시 한 번 이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경영과 서인덕 교수님 덕분에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님을 알게 되었다. 요즘 군위에 있는 “사유원”이 핫플레이스인데, 이 수목원을 만드신 분이 유재성 회장님이시다. 일평생 뜨겁게 철을 연마해온 철인의 뜻밖의 외도라고나 할까. 엄청 넓은 면적의 (30만 평이 넘을 듯) 수목원 안에 자연과 더불어 생각하길 권하는 공간이 많다.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축가 승효상ㆍ알바로 시자, 조경가 정영선ㆍ카와기시 마츠노부 등 당대 걸출한 명인들이 모였고, 20년째 다듬어 가고 있는 중이다. 모두 가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그건 그렇고, 유 회장님은 지역의 문화예술 후원자로 유명하신 분으로, 호는 史野이다. 이 말은 논어에 나오기에, 회장님은 문질빈빈(文質彬彬) 즉 ‘외형의 형식과 내면의 본질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번 만나면서 예술대학 특히 음악대학생을 위한 많은 장학금을 기부해 주셨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콩쿠르를 열려고 했었는데,,,, 음대 교수님 특히 최윤희 학장의 수고가 많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유재성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롯데그룹 총괄사장을 역임한 김병일 사장님도 기억난다. 김 사장님은 경영학과 출신으로, 롯데그룹에 입사한 후 평생을 롯데 그룹 발전에 헌신하신 분이다. 따라서 김 사장님은 사업을 하여 돈을 모으신 게 아니고, 월급쟁이로 평생을 모은 돈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신 분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졸업 후 롯데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과장, 부장을 거쳐 사장까지, 그리고 그룹의 총괄사장까지 승진하기가 절대 평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셨고, 은퇴 후 인생을 돌아보니 영남대가 고맙다고 많은 장학기금을 보내 주신 분이다. 학교에서는 김병일 사장님께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하여 상경대 건물에 김병일 강의실을 네이밍해 드렸다.
에이플러스에셋 곽근호 회장님은 화공과 출신이시다. 화공과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험회사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자사의 상품만을 전속으로 판매하는 기존 보험회사와는 달리 우리나라 여러 생명보험 · 손해보험사와 제휴하여 보험 상품의 보장내용, 사업비, 투자수익률, 상품 가격 등을 고객 관점에서 철저하게 분석, 고객 분들에게 합리적인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선진국형 독립판매법인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금융 판매 전문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참고로 곽 회장의 화공과 동기 중에는 김성조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3선 국회의원, 한국체육대학 총장 역임)도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졸업 후에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학창 시절 그들을 잘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곽 회장님 역시 후배들을 위해 많은 장학기금을 내시고, 후배들에게 취업 등 인생 항로를 가르쳐 주고 계신다. 또 참고삼아 말하자면, 내가 가장 부러운 행사는 매년 영남대 서울동창회의 모든 동문이 서울에 취업한 학생들(사회 초년생)을 위한 파티를 열어주고, 맨토링을 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대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미국에 동창회가 조직되어 있는 대학도 영남대, 고려대 정도이다. 끝으로, 화공과에는 2개의 네이밍이 된 강의실이 있다. 하나는 노희찬 강의실, 또 하나는 곽근호 강의실이다. 네이밍된 강의실은 원한다고 만들어 주는 게 아니지 않은가!
6. 도서관 외관 시계와 정문 분수
대학에서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수업 시간을 정해놓은 것은 교수와 학생 간의 약속이자 규율이다.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서 시간 엄수는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 내의 모든 사람은 누구든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은 아주 높기 때문에 그곳에 시계를 달면 누구나 쉽게 시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The 10 Tallest University Clock Towers”라는 사이트와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 높이를 비교해보면, 우리 대학은 세계 10위 내에 들어가는 시계탑을 갖고 있는 대학이다.
최혁영 회장님은 토목과 출신으로, 수많은 토목 현장, 중동 건설 현장을 누빈 분이시다. 대형 건물을 짓기 때문에 대형 시계나 분수 등 건물 부속 시설에도 관심이 많다. 과거 중앙도서관 옥상의 구조를 생각해 보면 큰 창문이 있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현재 옥상 동쪽과 같은 모양). 창문을 막고, 대형 시계를 단다는 게 경비도 많이 들고, 작업도 순탄하지 않았다. 최혁영 회장님의 재정지원을 통해서 중앙도서관 현재의 자리에 시계를 달게 되었다. 학교 인근을 지나면서 얼굴만 들면 시간을 볼 수 있으리라.....
과거 우리 대학 정문 입구는 무미건조했었다. 이에 분수를 설치하면 좋겠다고 판단하고, 특히 분수는 기존의 지상으로 뿜는 일반적인 분수가 아닌, 터널 형식의 분수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최혁영 회장님께 지원을 요청,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분수 공사를 하였다. 물줄기는 허창덕 처장(현 부총장)의 아이디어로 108개로 하였다. 나는 처음 막연히 100개 정도 하려고 했는데, 108개면 스토리텔링도 되기에..... 분수 속으로 옷이 젖지 않도록 걸어갈 수 있게 터널의 높이와 낙하지점의 거리를 계산하고, 또 경관 조명도 첨부하여 공사 발주를 하여 현재의 분수를 만들었다. 최혁영 회장님, 대형 시계와 분수 지원을 해 주시어 감사드린다.
7. 기타
생과대 앞에는 누구나 아는 거울못이 있다. 거울못이라는 이름은 예쁜데, 당시 거울못은 갈대가 우거진 그저 그런 연못이었다. 한편 우리나라 연못은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고 해서, 연못의 가운데에 둥근 섬을 만들어 두는데 거울못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이 못을 정비하면서 가운데 섬을 만들고, 경관 조명을 두면 좋겠다고 판단했지만, 교비로 하기엔 부담이 되어 발전기금을 받아 공사를 하였다. 물을 전부 뽑아낸 후, 약 3m의 깊이를 2m로 줄이고(흙을 많이 넣었음), 가운데 섬을 만들고, 물이 빠지지 않도록 바닥 표면을 고운 흙으로 덮고, 경관조명 공사를 하고, 섬에 나무를 심고 공사를 완료하여 지금은 영남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변모하였다. 발전기금을 주신 분과 경관조명이 가능하도록 조명등을 제공해주신 이태영 기민전자 사장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묵묵히 공사를 직접 해 준 우리 대학 직원인 김현경 씨에게 감사드린다.
당시 상경대 건물의 등은 모두 형광등으로 어두웠다. 따라서 이걸 LED 등으로 바꾸어 줄 필요성을 느꼈다. 저녁에는 교실이 밝아야 하니까.... 경영대 건물이기에 경영대학원 AMP에 지원 요청을 하여 상경대 건물 전체의 등을 LED로 교체하였다. 당시 이 일을 앞장서 처리해 주신 이주섭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공대 운동장은 원래 맨땅이었고, 장마가 오면 오리가 뛰어놀던 곳이었다. 이곳을 지금의 잔디 구장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잔디를 심으면 배수 시설도 해야 하고, 물을 뿌리는 스프링쿨러 시설도 해야 하므로 상당한 경비가 소요된다. 그렇지만 학교 예산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 대학 법률 아카데미 정연환 원장에게 요청하여, 법률 아카데미 동문의 모금으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법률 아카데미 동문들에게 감사드린다. 참고로 나도 법률 아카데미 동문이다.
중앙도서관에서 자연대 쪽으로 데크가 있었지만, 오래되어 데크 교체 공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한편 솔밭 가운데 섬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었지만, 학생들의 접근이 어려워 거의 버려진 시설물이었다. 따라서 솔밭 전체의 데크 공사를 한다면 학생들이나 직원들이 아주 편하게 이용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 또한 교비로 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이에 외부에서 발전기금을 받아 필요한 각종 자재를 구매하고, 공사는 캠퍼스 관리팀 김현경 씨, 김찬호 씨가 직접 했는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 외 정문 축구장 사면의 꽃잔디, 야구장 부근 로터리의 꽃잔디, 현재 기부자 공원의 꽃무릇, 문과대 정원의 구절초 정원을 만드는 데 기금을 주신 분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본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주신 ㈜세원의 김문기 회장님께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문과대 강당 인근의 “뉴턴 사과나무”를 무료로 기부해 준 한국표준연구원에도 감사드리고, 언급에 빠졌지만, 발전기금을 내 주신 수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