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한국관구 팟캐스트, 2015년 성탄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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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천 관구장님 당신께서) 얼마 전에 공동체 방문 일정으로 여주와 홍천에 갔습니다. 여주에는 외국인 신부님이 꾸려가는 수행자들의 공동체가 있습니다. 한국불교를 전공한 불교학 박사인 이 신부님은 10여 년 전부터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 불교 신자들과 함께 수행을 해왔습니다. 불교와 가톨릭을 결합한 기도 수행과 노동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수행자들의 모입니다. (여주시 도전리 산골에 있는) 돌밭공동체라는 이름처럼 거친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내려는 생명공동체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 예수회 한국관구 정제천 요한 관구장님의 말씀 중에서 발췌
정제천 관구장님의 2015 성탄 강론 전문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가장 좋은 선물 -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이 평화의 선물을 받으시길 빕니다.
이 선물을 기쁘게 받아 가슴에 품고 살아가십시오.
가장 낮으로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이 하느님의 영광이고 세상의 평화입니다.
우리 마음에, 우리 가정에, 우리 생활에 아기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깃들이고 말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온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그날 밤 하느님이 세상에 오셨지만 세상에는 그분을 맞이할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성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로 오신 하느님의 아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나그네였습니다. 그분은 세상이 마지못해 내준 끝자락을 타고 오셨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말구유 탄생은 이 세상과 하느님 나라 사이의 긴장을 보여줍니다.
하느님 나라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 변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을 캄캄한 암흑천지와 같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을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고, 언론을 믿기도 어렵습니다. 공무원까지도 최소한의 중립을 지켜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조차 할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을 아무렇게나 대합니다. 어디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서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말구유 탄생은 우리에게 이러한 불멸의 희망을 일깨워줍니다. 우리의 희망은 이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혀 뜻 밖에 말입니다.
얼마 전에 공동체 방문 일정으로 여주와 홍천에 갔습니다. 여주에는 외국인 신부님이 꾸려가는 수행자들의 공동체가 있습니다. 한국불교를 전공한 불교학 박사인 이 신부님은 10여 년 전부터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 불교 신자들과 함께 수행을 해왔습니다. 불교와 가톨릭을 결합한 기도 수행과 노동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수행자들의 모입니다. (여주시 도전리 산골에 있는) 돌밭공동체라는 이름처럼 거친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내려는 생명공동체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홍천에 사는 신부님은 2년 전부터 산골짜기를 개간하여 7000평의 황무지를 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혼의 쉼터를 위한 집도 지었습니다. 거기를 다녀온 형제들은 한결같이 좋은 인상을 전해줍니다. 입소문을 탔는지 교구의 신학생들이 오겠다고 한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농사일을 시작하여 해가 지면 일을 마칩니다. 이 형제가 한 말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습니다. “몸을 움직이면 정신이 돌아옵니다.”
저는 변두리에 있는 두 형제들에게서 예수회의 희망을 봅니다. 세속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 한국천구교회의 희망을 봅니다. 희망의 빛은 이처럼 변두리에서 비추어옵니다. 평화가 가장 낮은 곳에서 옵니다. 그러니 이 성탄에는 우리의 눈을 돌려봅시다. 중심을 우러러보는 눈을 돌려서 변두리로, 그리고 높고 화려한 곳을 쳐다보던 시선을 돌려서 가난하고 낮을 곳을 바라봅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의 선물을 받으십시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