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英祖)가 친히 임하여 왕비 고를 때 사대부 여자들을 궁중에 모으고 여자들에게 묻되,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깊은가?”라고 묻자, 어떤 이는 산이 깊다고 하고, 어떤 이는 물이 깊다고 하여 여러 대답이 한결같지 않거늘, 왕후만이 혼자 말하기를, “사람의 마음이 가장 깊습니다.” 한데, 임금이 그 까닭을 물으니, 왕후가 대답하기를, “물건의 깊이는 잴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잴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또 왕이 묻기를, “무슨 꽃을 가장 아름다운가?” 하니, 어떤 이는 복숭아꽃이라 하고 어떤 이는 모란꽃이라 하며 어떤 이는 해당화라 하여 대답하는 것이 한결같지 않거늘, 왕후만이 혼자 말하기를, “목화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다른 꽃은 한때의 아름다움에 지나지 않으나 오직 목화는 옷을 만들어 천하를 입혀 따뜻하게 해주는 공로가 있습니다.” 라고 하였다.
英廟親臨揀擇, 聚集士夫女子於宮中, 問衆女子, 何物最深, 或言山深, 或言水深, 衆論不一. 后獨曰, 人心最深. 上問其故, 對曰, 物深可測, 人心 不可測也. 上又問, 何花最好, 或言桃花, 或言牡丹花, 或言海棠花, 所對不一, 后獨言曰, 棉花最好. 上問其故, 對曰, 他花, 不過一時之好, 唯棉花 衣被天下, 有溫煖之功也.
출처 : ≪대동기문(大東奇聞)≫ : (姜斅錫, ?-?)
《대동기문(大東奇聞)》
1926년 강효석(姜斅錫)이 편찬한 조선조 역대 인물들의 전기·일화들을 뽑아 엮은 책으로, 4권 1책이다. 윤영구(尹寗求)와 이종일(李鐘一)이 교정하여 한양서원(漢陽書院)에서 처음 간행하였다. 이 책에는 태조대 배극렴(裵克廉)으로부터 시작하여 고종대 민영환(閔泳煥)에 이르기까지 총 716항이 실려 있다. 이어 부록으로 ‘고려말 수절제신(高麗末守節諸臣)’편에 정몽주(鄭夢周) 이하 98항이 덧붙어 있어 총 814항목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