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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百年第一人, 萬事人
스무 쌍의 눈동자!
시퍼렇고 도저히 인간의 눈이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는 그 눈!
그 눈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럴 수가?"
"이봐! 천마, 우리가 지금 산 사람을 보고 있나, 죽은 사람을 보고 있나?"
"죽은 놈은 아닌 것 같다!"
"맞다. 산 놈이야. 봐라, 저놈은 우리를 봤다."
"그렇군. 오고 있다. 이리로……."
"어린 놈이야, 잘 생겼는데!"
시퍼런 눈동자들은 호기심을 가득 담고 지켜보고 있었다.
천후, 그는 보았다.
열극천담에서 약 오십 장 거리에 있는 작은 암굴 속의 눈동자들을…….
'사람이다!'
직감적으로 느낀 것은 분명히 그것이었다.
'인간의 눈이 아니다.
야수도 저런 눈을 지니지 않는다.
한(恨)과 독(毒)을 품은 눈이다!'
그것은 천후의 심장과 피부로 느낀 감정이었다.
천후는 잠시 스무 쌍의 눈을 바라보다 주저없이 그쪽으로 걸어갔다.
야수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물들고 있었다.
'저것은 오랫동안 인간을 구경하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다!'
천후의 직감은 비교적 정확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다가가던 천후의 걸음은
어느새 암굴 앞 오 장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암굴 속의 눈동자들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순간, 천후의 두 눈은 무섭게 흔들리고 있었으며 오히려 분노까지 담고 있었다.
'저…… 저럴 수가? 저런 상태로도 인간이 살 수가 있다는 말인가?'
괴인(怪人)들, 한마디로 그들을 인간으로 여기기엔 너무나 처참했다.
정확히 모두 열 명이었다.
또 모두 똑같은 형태였다.
먼저 얼굴을 가득 덮은 모발은 이미 발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것은 평생 단 한 번도 씻지 못한 듯 헝클어지고 뒤엉켜 썩어가고 있었다.
의복은 아예 없었다.
짐승의 가죽 같은 것으로 간신히 비소(秘所)만 가릴 수 있을 정도였다.
몸은 어떠한가?
단 한 번도 씻지 못한 듯 새까만 때가 가득 끼어있으면서도
햇빛을 받지 못해 파르스름하다.
무엇보다도 처참한 것은 그들의 몸에 꽂힌 굵은 쇠사슬이었다.
새까만 빛이 번뜩이는 쇠사슬!
그것은 그들의 비파골을 뚫고 석벽에 박혀 있는데,
그 끝은 암반에 깊숙이 박혀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 있었다.
도저히 그들의 힘으로는 절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참했다.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서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참담지경이었다.
천후의 지극히 무심한 듯한 시선도 그때 만큼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괴인들!
그들은 천후의 변화를 보았다.
"이런 제길… 저놈은 우리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다!"
"크크크! 천하의 지마(地魔)가 오늘 이런 꼴을 보이게 되는군."
"호호호! 지마야! 이런 꼴은 이미 이십 년 전 십마지황(十魔之皇)에게 먼저 보였다."
"으드득! 요마(妖魔) 이 계집애야, 왜 또 그놈들을 들추어내서 속을 긁어 놓는 거냐?"
"호호호…지마, 관두자! 괜히 속만 상한다."
"입닥쳐라, 모두! 저놈이 안으로 정말 들어오려나 보다."
"그러면 안되지. 죽여버리자!"
"그래, 그러자…"
"아니야, 저놈의 근골을 봐라!"
그 말에 괴인들의 두 눈이 일시 천후의 전신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다음 순간, 괴인들은 저마다 경탄과 탄복을 번갈아 하며 입을 쩍 벌렸다.
"오오…!"
"천품(天品)이다. 저건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났다."
"됐다…됐다. 우리 저놈을 죽이지 말자!"
"그래…저놈을 키워 우리가 당한 복수를 하자!"
"그래, 그러자!"
그때, 그들 중 유난히 냉막한 음성을 지녔던 괴인이 냅다 소리쳤다.
"이런, 썩어 빠진 것들! 세월이 흘렀다고 이제 눈까지 멀었느냐?"
"잘 봐라! 저놈의 근골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두 눈은 물처럼 고요하니 이미 등봉조극지경(登峯造極之境)을 넘어섰고
, 백회혈(百會穴) 부근에 은은히 어리는 저 찬란한 오색광을 보니
이미 천지교태지신을 이루었고,
저 침착한 태도와 태산 같은 기도는
이미 일가(一家)를 이룬 종사(宗士)의 몸가짐이다."
"과…과연…"
"맞다. 이제보니… 그렇다!"
"오오…"
괴인들은 비로소 천후의 모든 것을 본 듯
전보다 더한 경탄과 탄성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한 괴인이 제의하고 나섰다.
"어때, 시험해 보자. 각자 오성의 공력으로 저놈을 공격해 보자!"
"좋다. 그렇게 해보자!"
"좋은 생각이야."
찬성!
대다수 인물들이 찬성했다.
그들의 새파란 안광이 번뜩이는 눈들은 다시 묘한 호기심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들의 눈에선 칼날 같은 빛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했다.
천후는 걷다말고 흠칫했다.
'암경! 무서운 암경이 다가온다!'
그렇다. 그것은 아주 음유한 암경이 틀림없었다.
암굴의 입구에서부터 아주 서서히 밀려드는 부드러우면서도 가공할 암경.
그것은 천후의 전신을 서서히 감싸
천후로 하여금 더 이상의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천후는 일시 흐릿하게 웃었다.
'나를 시험하고 있다!'
다음 순간,
그는 서서히 공력을 끌어모아 엄청난 그 암경을 막기 시작했다.
괴인들의 눈이 일순 부르르 떨렸다.
그 눈은 얼마 있지 않아 경악으로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며 탄성을 발하고 말았다.
"미…믿어지지 않는다!"
"꾸…꿈이다. 아무리 각자 오성공력밖에 펼치지 않았다 해도…"
"아니야, 나 화마는 몰래 육성공력을 펼쳤었다!"
"이런…제길, 나만 육성공력을 펼쳤는 줄 알았는데."
"그…그렇다면…총 얼마의 공력이었단 말인가?"
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하며 스스로 공력을 회수했다.
천후의 몸이 일순 부르르 떨렸다.
그것은 가공할 암경이 자신의 몸을 휘감다 말고
스르르 풀려질 때 생겨나는 현상이었다.
천후의 두 눈은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엄청난… 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 열극천담에 빠진 이후
나의 공력은 이미 측량할 수도 없는 경지에 이르러 있거늘…'
그랬다!
열극천담의 신비한 열극지기(熱極之氣)를 모조리 흡수한 바 있는 천후!
그는 이미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공력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단 세 발짝밖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도대체 저들이 누구인가?'
천후는 스스로 암경을 회수한 괴인들의 처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나, 이미 호기심으로 충만한 그의 마음은
서서히 다시 암굴로 그를 인도하고 있었다.
그러던 한순간, 그의 신형은 어느새 암굴 앞 삼 장까지 이르렀다.
순간, 암굴의 괴인들 중 두 눈이 유난히 시뻘건 괴인이 입을 열었다.
"꼬마야, 너는 누구냐?"
다른 괴인들의 눈도 그렇게 묻고 있었다.
천후는 괴인의 물음에 반문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이놈아, 내가 먼저 물었다."
천후의 입가가 묘하게 말아 올라간 것은 그때였다.
"후후후! 당신들은 염치도 없구려?
남의 집에서 무단기거를 하는 주제에 주인도 몰라보고 큰소리 치다니…"
천후의 말은 이곳은 마곡(魔谷)이고, 또 그가 마곡의 후예이니
당연히 자신이 주인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사실, 그 말은 맞는 것이었다.
무제의 서신에서 그는 마중천존의 손자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데, 괴인들은 같잖다는 듯
한마디씩을 주고 받으며 저희들끼리 다투기도 했다.
"크크크! 세상에 별 미친 놈도 다 있구나
주인이 버젓이 있는 집에 들어와 제가 주인이라고 설쳐대다니…"
"흐흐흐! 생긴 것은 반반하게 생긴 놈이 아깝게도 조금 간 듯 하다."
"카카카! 이럴 땐 저놈을 죽여야 하나? 말려 죽여야 하나
, 아니면 산 채로 껍질을 홀랑 벗겨… 통째로 구워버려야 하나?"
"호호호! 그럴 땐 껍질을 홀랑 벗겨 나에게 다오."
"끼끼끼! 요마, 나이를 생각해라.
지금 너는 아직도 이팔청춘인 줄 착각하고 있나본데…"
"뭐야?"
그때, 예의 그 냉막한 괴인이 버럭 소리 질렀다.
"조용히 해!"
괴이하게도 괴인들은 그 괴인에게는 끽소리 못했다.
괴인은 얼음 같은 눈을 들어 천후에게 조용히 물었다.
천후가 괴인들이 떠드는 사이
한가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못들은 체 하고 있을 때였다.
"너는 누구이기에 이곳의 주인이라고 하느냐?"
얼음 같은 괴인의 질문은
천후가 어떻게 마곡의 주인이냐 하는 것을 묻고 있었다.
천후는 문득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두 쌍의 눈이 허공의 한곳에서 무섭게 부딪쳤다.
하나는 마치 얼음을 보는 듯 싸늘하고 냉막한 눈이었고,
하나는 마치 잔잔한 수면처럼 고요한 눈이었다.
시간은 길었다.
두 쌍의 눈은 한동안 그렇게 상대의 눈을 뚫어질 듯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한순간, 얼음 같은 괴인의 눈이 일순 부르르 떨리고 말았다.
'무…무서운 눈이다.
어디 한 군데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무섭도록 고요한 눈이다.
감히 더 이상 쳐다볼 수 없는 눈이다!'
괴인은 끝내 시선을 가볍게 돌리고 말았다.
상황을 주시하던 다른 괴인들의 눈은 어느새 경악으로 파동치고 있었다.
그때서야 천후는 입을 열었다.
"당신들에게 묻겠소. 이곳이 마곡이 틀림없소?"
지극히 잔잔한 음성이긴 하나
그 속엔 감히 항거할 수 없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얼음 같은 괴인,
그는 그 순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천후의 말을 시인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천후는 그들의 시인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소! 그럼 이곳의 주인은 누구요?"
마곡의 원래 주인이 누구냐는 것이다.
괴인들은 잠시 망설이는 눈치였다.
하나, 뭔가를 느낀 듯 얼음 같은 괴인이 입을 열었다.
"이곳의 주인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그분은 무제라는 분이셨다."
그의 음성에는 다분히 옛날에 대한 회상과
무제에 대한 존경심 등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때, 천후의 눈빛이 가볍게 출렁였다.
그것은 예상했던 것이긴 해도
이 괴인들이 무제에 대해 갖는 공경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나, 그는 내색치 않고 다시 물었다.
"그분은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그분이 돌아가셨으면 또 다른 주인이 있을 것 아니오?"
"그분들도 돌아가셨다. 이미 이십 년 전에…"
"그럼, 그 다음 후계자는 없었소?"
"계신다! 바로 우리의 주인이 되셨을 소천존(少天尊)이 계셨다.
그러나…!"
일순, 괴인의 두 눈에 아련한 그리움과 아울려 분노의 광채가 번뜩였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드러난 것이다.
하나, 천후는 짐짓 다시 물었다.
"그 소천존은 어떻게 됐소?"
괴인의 눈빛에 고통의 빛이 스쳐갔다.
다른 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눈빛은 다시 분노로 변하고 다시 처절한 원한의 빛으로 변해갔다.
"우리의 소천존은 이십 년 전에 우리의 손에 의해
마곡의 열류에 실려 인세에 보내졌다."
"열류? 저 밑을 흐르는 뜨겁고 급한 열류를 가리키는 것이오?
그럼 죽었겠군!"
천후가 짐짓 그렇게 말하자
괴인들의 두 눈에 분노의 살광이 빠르게 스쳐갔다.
"이…이놈, 용서할 수가 없다!"
"이…이런 찢어 죽일 놈! 감히 소천존 보고 죽었을 거라니…!"
"으으……놈이 소천존을 무시하고 악담을 하다니!"
그것은 여느 때와는 다른 무시무시한 살기이며 분노였다.
그리고 그들 중 성질 급한 괴인은 당장이라도 덮쳐 올 듯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해랏!"
그때, 얼음 같은 괴인이 다시 버럭 소리를 지른 후 천후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나, 그분은 살아계실 것이다.
그리고 그분 스스로 자신의 신세내력을 아시게 되면
반드시 이곳에 찾아와 우리를 구해주실 것이다!"
믿음[信]!
그의 말속에는 강한 믿음이 깊이 스며있었다.
그 순간, 천후의 가슴이 어떻겠는가?
격정과 충동이 성난 파도처럼 일고
,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을 밝히고 싶지 않겠는가?
하나, 그는 참고 다시 물었다.
"당신은 그를 매우 믿는 모양인데,
이곳은 밖에서는 도저히 들어올 수 없게 되어있지 않소?"
괴인의 두 눈에 일순 의혹이 스쳤다.
그것은 네가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 라고 묻고 있었다.
"그렇다. 마곡의 입구엔 가공할 하나의 절진이 가로 막혀 있다.
그것은 생사무회불귀진(生死無回不歸陣)이라는 것이다
하나 우리는 믿는다. 그분은 반드시 우리를 구한다."
"후후후! 우습군. 내가 알기로는 설사 그가 하늘을 통해 들어왔다 해도
그 진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는 없을텐데…"
"맞다. 그것은 영원히 파해할 수 없는 사진(死陣)이다.
하나 소천존이 가지고 계시는 천마지환은 그것을 깨뜨릴 수 있다."
"천마지환?"
"그렇다. 그것은 일종의 마(魔)의 결정체로써
천하만물의 그 어떠한 마의 기운도 파해할 수 있다.
생사무회불귀진은 도의 마정(魔精)으로 만든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기운으로도 파해할 수 없으나
천마지환의 마정(魔精)으로는 파해시킬 수 있다."
"그럼 만일 당신들의 소천존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기만 하면
쉽게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겠구려?"
"그렇다. 하나 우리는 곤란하다!"
"왜 그렇소?"
"우리의 모습을 봐서 알겠지만 우린 만년묵철(萬年墨鐵)로 묶여 있어서
그분이 마종도를 지니고 계시지 않는 한 쇠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겠구려. 한데, 내가 볼 때 그것은 이 검으로 가볍게 자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천후가 태양검을 앞으로 내보였다.
순간, 괴인들의 눈에 경탄과 희망이 수없이 엇갈리고 있었다.
"오오… 태양검이 아닌가?"
"과연…"
"저…전설의 저 신병(神兵)이 인세에…"
"저것이면 된다. 저것이면…"
그때, 얼음 같은 괴인이 침착하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태양검이면 간단한 일이다. 한데 네가 그것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냐?"
일순, 천후가 흐릿하게 웃었다.
"오오…"
"저놈의 말이 사실일까?"
"엇…그럼…우리는…?"
괴인들은 다시 탄성과 희망을 눈에 담고 천후를 뚫어질 듯 주시했다.
"도… 도대체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냐?"
얼음 같은 괴인은 다시 물었다.
천후는 그런 괴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이 물었다.
"그것은 당신들이 누구냐는 것을 말해 주기만 하면 대답하겠소."
괴인의 두 눈에 다시 의혹의 빛이 스쳐갔다.
하나,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너는 우리의 명호를 말해줘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발짝도 세상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네가 알고 싶다고 하면
우리는 마중십마(魔中十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오오… 마중십마!
그들의 명호는 무제의 서신에서 등장한 적이 있다.
천후의 두 눈에 일시 격동이 일었다.
하나, 그는 그것을 숨긴 채 태양검을 뽑았다.
챙
태양빛이 없는 데도 태양검은 시뻘건 광휘를 발한 채 번뜩거리고 있었다.
"오오…!"
"과연 다시 없는 명검이다!"
"그런데… 저… 놈이 왜 저것을…?"
괴인들의 눈에는 이번엔 경탄과 의혹이 빠르게 스쳐가고 있었다.
얼음 같은 괴인이 급히 물었다.
"너는 지금 우리를 구해주려고 하느냐?"
"그렇소!"
"그 이유는?"
천후는 대답 대신 문득 왼손을 들어 보였다.
이제까지 뒷짐을 지고 있던 그의 왼손이 괴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중지에 끼어 있는
섬뜩하면서도 낯익은 하나의 반지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새빨간 광휘가 유난히도 선명한 혈옥환(血玉環)!
오오…천마지환!
그렇다. 그것은 천마지환이 틀림없었다.
순간, 곡내가 떠나갈 듯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 소천존!"
"소천존!"
발악을 하듯 힘차게 내뱉는 음성에는 어느새 축축한 물기가 젖어 있었고,
그 감격에 찬 음성은 한동안 계속해서 마곡을 휩쌌다.
꽈 꽈르르꽝!
우르르르릉!
무시무시한 굉음이 군산전체를 휩싸 돌았다.
그것은 너무나 엄청나 세인들은 또다시 화산이 폭발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크하하하하핫…"
"카카카카카!"
"크크크크큿…"
엄청난 광음이 들린 직후 들려온 괴이하고 섬뜩한 광소가 천지간을 꿰뚫자,
세인들은 숨을 죽이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용기가 조금 있는 자가 군산이 멀리 보이는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군산의 하늘 위로 섬뜩한 열한 가지의 각기 다른 형체의 광휘가
섬전처럼 솟구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하나의 창조가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또 하나의 무림창조의 역사가…
* * *
강호에 일대경사가 발생했다.
백년제일인의 탄생.
바로 그것이었다.
급기야, 이번 군산에서 열렸던 백년제일인지회에서
최종 승자가 탄생한 것이다.
만사인(萬事人)!
영예의 백년제일인, 그의 이름은 그렇게 불리워졌다.
두개골이 보통의 일반인 보다는 다섯 배나 크다는 괴인한 인물.
그가 지닌 지혜와 박식한 학문은 가히 만천하를 뒤덮을 정도라고 했다.
만사인, 그는 오회(五會) 중 야회에 출전했었다.
지혜와 그 지닌 학문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사인,
그가 결승까지 진출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만사인과 결승에서 겨루게 된 인물은
신비방파인 만통회의 귀제갈이라는 일대귀사였다.
그러나 만사인은 귀제갈 역시 가볍게 물리친 후, 야회의 우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오회의 최종비무에서
검회의 우승자인 검혼(劍魂)이란 인물과 겨루어 역시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한데, 그 대결 방법이 실로 기이했었다.
논검(論劍)!
검이나 창 등 무기를 쓰지 않은 채 말로써 초식을 전개해 서로 겨루는 대결.
만사인은 바로 그 논검으로써 검혼을 물리쳐
당당하게 백년제일인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백년제일인지회에는 한가지 석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백년제일인의 유력한 후보자들 중 몇 명,
그들이 갑자기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뜻밖의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었다.
이에, 참관자들은 물론 관람객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
대체 그 누가?
짙은 의혹과 함께 그들은 불안감으로 몸을 떨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강호에 실종사건이나 혹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반드시 커다란 혈겁이 몰아쳤기 때문이었다.
경험에 의한 직감, 즉 피의 직감을 느낀 것이리라.
어쨌거나, 군산의 백년제일인지회는 막을 내렸다.
백년제일인을 탄생시킨 후…
* * *
숭산(嵩山).
낙양과 개봉의 중간에 위치한 거산(巨山).
중원오악 중의 하나인 중악(中岳)으로 불리우는
명산(名山) 중의 명산이었다.
더구나, 이곳 숭산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대소림사(大少林寺)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숭산, 지금 이곳은 때아닌 인산인해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백년제일인으로 탄생한 만사인
, 그가 바로 내일 소림사 내에 위치한 영웅탑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강호의 군소방파를 비롯한 수많은 인파가 숭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영웅탑으로 들어가는 만사인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영웅탑(英雄塔).
지금까지 총 아홉 명의 백년제일인이 들어갔다는 영웅탑,
그곳에는 그들의 모든 무학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했다.
절세의 무학과 신비가 묻혀진 전설지탑(傳說之塔)!
드디어 내일, 영웅탑은 그 신비를 벗는 것이다.
만천하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숭양현(嵩陽縣).
이곳은 숭산의 입구에 위치한 제법 큰 현이었다.
더우기 이곳이 번창해진 이유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소림사가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많기 때문이다.
숭양객점.
이곳은 숭양에서 최고로 크고 화려한 객점이다.
평소에 소림사로 불공을 드리러 가는 고관대작이나 명가의 부녀자들은
거의가 이곳 숭양객점에서 묵고 간다.
그런 관계로 이곳은 매우 깨끗하고도 고급스럽게 꾸며져있다.
때는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밤.
그럼에도 숭양객점은 아직도 시끌벅적했다.
수많은 주객들은 밤 깊어가는 것도 잊은 채 마시고 떠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삼층누각.
창가로는 지극히 냉막한 인상의 서생이 홀로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싸늘할 정도의 무심한 표정으로 창밖만을 내다보며…
주루내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시끄럽기 그지 없었다.
그들 중에서도 유난히 목청이 큰 세 사람이 있었다.
그들이 떠드는 소리는 주루 전체를 울렸다.
"많기는 많다. 백년제일인의 행렬이 이토록 많은 인파를 끌고 온 것이겠지?"
삼각눈을 지닌 자가 주루 내를 훑어보며 탄성을 발했다.
비쩍 마른 인물도 한마디 거든다.
"강호군소방파의 인물보다는 구경꾼들이 더 많아."
"하긴 백년제일인이니 안 그렇겠나?
더구나 이 기회에 얼굴보기 어려운
구대문파를 비롯한 강호 삼천 개의 군소방파 종사들을 볼 수 있으니…"
체격이 매우 뚱뚱한 중년인도 끼어들었다.
그때 삼각눈의 인물은 주위를 둘러보며 조금 작은 음성으로 말했다.
"한데 이봐! 이번 백년제일인지회의 실종사건에 대해 들어 보았나?"
"그럼, 그것은 보통 사건이 아니었지 않나?"
"하긴 그렇지. 백년제일인 후보자 열 명 중 다섯 명이 죽거나 실종되었으니…"
비쩍 마른 인물은 자세히 사건의 내용을 설명한다.
"그래 소림의 법공 여제갈 등은 비참하게 죽었지.
그 뿐인가? 독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자인
독서생과 검회의 검서생, 음회의 아몽녀 등 또한 실종되었지 않나."
삼각눈의 인물은 그 날카로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나직하게 뇌까린다.
"그래서 말인데…그때 참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번 백년제일인이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더군."
비쩍 마른 자는 곧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사실이 그래. 백년제일인의 최종승부에서도 검회에 출전했던 검혼이란 우승자는
규칙상 검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도 논검을 벌여 패했다고 하지 않나…"
"그랬지. 장회의 우승자인 귀장(鬼掌)도 만사인과 논검을 하다가 패했고,
음회의 우승자인 옥소공자는 실종자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그대로 잠적해 버렸으니…"
"사실 그때 참관했던 자들은 모두가 검서생이나 독서생을 우승후보로 꼽았다더군."
뚱뚱한 체격의 중년인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그들은 모두 실종되어 버렸는데…"
삼각눈의 인물은 몸을 움츠리며 투덜거렸다.
"젠장… 그래서인지 요사이는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상한 생각? 그것이 뭔데…?"
비쩍 마른 인물이 재빨리 반문했다.
"이러다 나도 곧 죽거나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삼각눈은 자신의 생각에 정말로 겁에 질린 듯 우울한 표정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돌연하게 울리는 세마디 비명성,
그리고 곧 피를 흘리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마는 세 인물.
"크…아…악!"
"악!"
"으…억!"
그들의 이마에는 한결같이 젓가락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떠들어대던 세 명, 그들은 삼각눈의 인물이 직감했던 그대로 죽고만 것이다.
삼각눈의 겁에 질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그가 염려했던대로 자신의 죽음이 바로 코앞에 닥쳤음을 감지했었단 말인가?
실로 공교로운 일이었다.
그 순간, 주루내의 주객들은 일제히 경악하고 만다.
"오오… 살인사건이다!"
"사람이 죽었다."
주객들은 기겁을 하며 앞을 다투어 주루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술과 음식을 먹다만 채로…
그로 인해 주루안은 갑자기 크게 혼란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때, 창가에 홀로이 앉아 자작자음하던 냉막한 인상의 서생,
그의 싸늘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불사성의 인물이었어.
비록 호들갑을 떨며 주객들 속에 섞여 사라졌지만
그 신법은 분명히 불사성의 그것이었어…!'
오오… 불사성, 그들이 왜?
나직하게 내심 뇌까리는 이 서생, 그는 바로 천후였다.
무면환형으로써 그는 그렇게 자신의 용모를 변장한 것이다.
입가에 어리는 그 특유의 흐릿한 미소,
그리고 허리에 매여진 피처럼 붉은 검(劍),
즉 태양검, 바로 그것들이 그 서생이 천후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흐릿한 미소를 일시 지워버리는 천후,
그는 곧 칼날처럼 싸늘한 눈빛을 번뜩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안다. 천면후!
네놈이 만사인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창조해 백년제일인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문득 그는 시선을 거두어 또 한 잔의 술을 거칠게 들이마신다.
술잔에 어리는 그의 두 눈,
그곳에는 시퍼런 분노와 피처럼 붉은 원한의 광망이 번뜩인다.
'검서생은 바로 설매란이었고, 아몽녀는 월미옥이었다.
그녀들은 결국 네놈의 흉계에 의해 실종되었을 것이야!'
급기야 그의 두 눈은 섬뜩한 살기로 가득차 올랐다.
천후의 두 눈, 그것은 늘상 무심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그 무심한 두 눈에 떠오른 지금의 살기는
소름끼치도록 으스스하기 그지 없었다.
능히, 그 눈빛만으로도 살상이 가능할 듯한…
그때였다. 한 소리 지극히 무심한 음성이 그의 귓전을 울린다.
감정이 전혀 없어 도무지 사람의 음성 같지 않았다.
"합석해도 되겠어요?"
천후는 어느 사이 무심으로 돌아온 눈빛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의 전면, 그곳에는 흑의인영이 우뚝 서 있었다.
칠흑 같은 흑의에 흑의면사까지 길게 드리운 여인,
그 순간 천후의 두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흑봉! 설매란의 말로는 이 여인이 바로 천상사화 중 흑매라고 했지!'
오오… 무림오봉의 한 명인 흑봉.
그녀가 바로 천상사화 중의 흑매였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한데, 그녀 흑봉이 이곳에는 대체 어인 일인가?
천후는 곧 무심히 말했다.
"앉으시오."
흑봉은 대답없이 앉았다.
천후는 그녀의 면사속에서 번쩍이는 두 눈을 바라본다.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그 눈이 지극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그때 흑봉이 먼저 입을 떼었다.
"공자님은 조금 전의 상황을 보셨나요?"
조용하게 흘러나온 그녀의 음성,
무심한 그 음성은 여전히 일말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천후는 그녀보다 더욱 무심한 음성으로 말한다.
"봤다. 한데, 그대의 호칭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
나는 그대 주인인 설매란의 부군이야.
앞으로는 주군(主君)으로 부르도록."
순간, 흑봉의 면사가 부르르 떨린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단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천후는 다시금 무심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대가 흑매라는 것은 설매란에게서 들었다."
흑봉은 듣고만 있을 뿐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제 나를 찾아온 용건을 말하라."
그는 말을 마치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흑봉은 잠시동안 두 눈에 기광을 담은 채 그러한 천후를 지켜보았다.
이어 그녀는 조용히 입을 떼었다.
"주군으로 부르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주군은 자신의 아내를 부를 때
항상 설매란, 설매란 하면서 이름을 부르나요?"
실로 뜻밖의 반문이었다.
일시, 천후는 툴툴 웃었다.
"그대도 지금 설매란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의 억지스런 말에 흑봉은 그만 참지 못한 채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킥…"
너무도 천진하여 귀엽기조차 한 그 웃음,
그것은 싸늘하고 냉막한 흑봉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때, 흑봉은 자신의 그런 모습을 깨달은 듯 급히 웃음을 거둔다.
어느새 그녀의 고개는 밑으로 깊숙이 떨구어진 채…
천후는 빙긋 미소지으며 천천히 술잔을 들어올린다.
"그대에게 그런 면도 있었다니… 뜻밖이군."
흑봉의 고개는 더욱더 밑으로 떨구어진다.
면사에 가려지지 않은 채 드러난 그녀의 유난스레 새하얀 목덜미,
그것은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고 만다.
그러다가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그녀의 태도는 몹시 부자연스러웠다.
천후는 그녀의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흐릿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궁주님의 실종사건에 한가지 단서를 잡았어요."
천후의 두 눈에 그 순간 처음으로 긴장의 빛이 떠오른다.
흑봉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천후를 응시했다.
"궁주님은 실종 당시 백련… 월미옥과 함께 있었어요."
천후의 안색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보통일이 아니군.
그 두 사람의 무공은 강호에서 적수가 드물 정도로 뛰어난데…"
그러다 다음 순간, 그의 신색은 곧 담담하게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그녀들을 제압할 정도의 인물들은 바로 사중천밖에 없다."
그의 추괴는 비교적 정확했다.
그러나 흑봉은 곧 고개를 저었다.
"또 있어요. 바로 신비의 비봉도…."
천후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그러나 그들은 그녀들을 데려갈 이유가 없다.
한데 그대의 말을 들어보니 비봉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흑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래요. 당시 궁주를 지키던 본 궁의 제자들 중 한 명이 살아 남았는데,
그녀의 말로는 처음에는 화화공자가 왔었으나,
그 다음에는 면사여인과 두 명의 노인이 나타났었다고 하더군요."
"그들이 바로 비봉도의 인물이다."
"저도 알아봤어요. 그들은 비봉도주와 남해이선이라는 사람들이었어요."
이렇게 되면 추측은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닌가?
실로 괴이한 일이었다.
비봉도와 사중천,
대체 그들 중 누가 설매란과 월미옥을 납치해 갔단 말인가?
그때 흑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사실 저는 계속해서 사중천과 비봉도의 인물들을 찾고 있어요."
이어 그녀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조금 전 벌어졌던 상황은 바로 불사성과 관계가 있을 거예요.
어서 그들의 뒤를 쫓아야 해요."
말을 맺는 흑봉, 그녀는 곧장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한데 그녀가 몇 발자국을 떼었을까?
"이봐, 흑매!"
천후의 부름이 그녀의 발목을 묶었다.
하나 그녀는 고개를 돌려 돌아보지는 않았다.
천후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조심해라."
밑도 끝도 없는 한마디, 순간 흑봉의 전신이 부르르 떨리고 만다.
그리고 한참 후,
그녀는 짤막한 인사말을 남긴 후 급히 걸음을 옮겨 주루를 나섰다.
"고마워요."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하는 천후,
그의 입가에는 기이한 미소가 어린다.
"여인은 자고로 그래야 하는 거야."
무슨 소리인가?
혹시?
그는 또 하나의 숫자놀음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
만약 한다면, 흑봉 그녀의 숫자는 제 칠(第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