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생각과 이어져 있다. 우린 ‘오른쪽’이라는 언어 없이 ‘왼쪽’을 생각하지 못한다. ‘남색’이란 언어가 없으면 ‘더 짙은 파란색’ 정도로 그것을 생각할 것이다. 언어에 ‘1, 2, 3, …’과 같은 숫자가 없으면 세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럼 만약 언어에 ‘시간’이란 것이 없다면? 시간에 관한 우리의 언어는 시간을 흐르는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우리에게 시간은 흐르는 것이기에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으며, 미래가 있다. 그런데 영화 <컨택트> 속 헵타포드의 언어에는 ‘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시간은 선형적일 필요가 없다. 차례가 없이 나란해서 과거가 현재에게, 미래가 현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헵타포드는 자신이 주는 ‘무기’가 시간을 ‘연다’고 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신이 주는 ‘언어’가 시간을 ‘선형적인 것에서 비선형적인 것으로 벗겨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확 와닿지는 않는다. 더 자세한 이해는 ‘루이스’의 저서 <헵타포드어 해석>을 읽어봐야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모든 게 다 정해져 있는 결정론적인 관점이 왠지 갑갑하고 부정적으로 느껴져서 싫었다. 그런데 결정론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도 있다는 것을 <컨택트>를 보고 배웠다.
"나는 모든 걸 받아들여.
그 모든 순간을 기쁘게 맞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