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1. 05
“투자와 성적은 비례한다.” 승패를 다투는 스포츠 세계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금언이다. 저마다 우승을 꿈꾸며 대장정을 펼치는 프로 스포츠에선, 더욱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철언(哲言)이다. 한 시즌에 어떤 성과를 올렸느냐가 곧바로 구단의 운명으로 이어지므로 그만큼 투자의 질과 양에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프로 세계다.
구단의 투자량을 가늠하는 대표적 척도로, 얼마나 몸값이 높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손꼽힌다. 이런 선수의 몸값은 곧잘 시장 가치로 나타나곤 한다. 곧, 선수 하나하나의 시장 가치의 총합으로 한 구단의 투자 정도를 엿볼 수 있다.
유럽은 ‘축구 본향’이다. 그만큼 축구 열기가 드높다. 당연히도 가장 큰 축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는 독보적 규모의 시장을 뽐낸다.
20개 클럽으로 이뤄진 PL은 전체 시장 가치가 87억 6,000만 유로(약 11조 8,138억 원)로, 역시 20개 구단을 거느린 스페인 라 리가의 47억 7,000만 유로(약 6조 4,336억 원)의 거의 배에 이른다. PL은 유럽 5대 리그로 꼽히는 그 밖의 이탈리아 세리에 A(20개 팀·47억 6,000만 유로·6조 4,223억 원), 독일 분데스리가(18개 팀·41억 8,000만 유로·5조 6,398억 원), 프랑스 리그 앙(20개 팀·36억 5,000만 유로·4조 9,236억 원)을 역시 모두 큰 차로 압도한다.
그렇다면 과연 PL에서, 투자와 성적은 비례하고 있을까? 한 번쯤은 들여다볼 만한, 시장 가치와 순위의 비례 관계 여부다.
‘영혼의 짝꿍’ 손흥민-케인 내세운 토트넘은 좋은 본보기
결론적으로 PL 마당에서, 투자와 성적은 상당한 비례 관계를 띠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제 후반부에 접어든 PL 2021-2022시즌 5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상위 5개 팀 중 5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을 뺀 1~4위 팀 모두 시장 가치 톱 10에 포진했다(표 참조). 웨스트햄도 11위(3억 5,075만 유로(약 4,731억 원)에 자리해 어느 정도 상관관계에 있음이 엿보였다.
무엇보다도 시장 가치 1위 맨체스터 시티와 2위 첼시는 시즌 순위에서도 똑같이 1~2위일 만큼 완전한 비례 관계를 보였다. 24명의 스쿼드로 이뤄진 맨체스터 시티는 총 9억 9,225만 유로(1조 3,396억 원)로 8억 7,850만 유로(1조 1,860억 원)의 첼시(27명)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물론 평균 시장 가치에서도 맨체스터 시티(4,134만 유로·559억 원)가 첼시(3,254만 유로·439억 원)를 크게 앞질렀다.
개인 최고 시장 가치에선, 첼시가 다소 앞서 뒤지지 않는 투자 역량을 과시했다. 1억 유로(1,349억 원)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는 센터포워드 로멜루 루카쿠를 보유한 첼시가 세계적 공격형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9,000만 유로·1,214억 원)를 내세운 맨체스터 시티를 제쳤다.
세계 최고 명문 구단으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장 가치는 3위였다. 총 8억 6,525만 유로(1조 1,860억 원)로 8억 6,100만 유로(1조 1,623억 원)의 리버풀에 앞섰다. 그렇지만 평균 시장 가치에선, 리버풀이 3,189만 유로(430억 원)로 2,984만 유로(403억 원)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앞섰다.
시장 가치 상층권에 자리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번 시즌에 7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네 속담이 곱씹어진다. 시장 가치에서 밀린 리버풀이 시즌 순위에서 3위를 달리는 점도 이 연장 선상에서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한국인 손흥민이 에이스로 활약하는 토트넘 홋스퍼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토트넘은 두 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5위 웨스트햄에 승점 1점 차로 6위여서 앞으로 곧 완벽한 투자와 성적의 비례 관계를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총 6억 4,325만 유로(약 8,683억 원)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아 잠재력을 갖춘 투자 구단임이 입증됐다. ‘영혼의 짝꿍’ 손흥민(8,000만 유로·1.079억 원)과 해리 케인(1억 유로)이 토트넘의 투자 의욕과 역량을 대변하는 ‘쌍두마차’다.
시즌 4위를 달리는 아스널은 시장 가치에선 토트넘에 한 걸음 뒤진 6위였다. 총액은 5억 6,200만 유로(7,587억 원), 평균은 2,081만 유로(281억 원)로 각각 매겨졌다.
투자와 성적의 상관관계에 균열을 낸 클럽은 에버턴과 애스턴 빌라였다. 시장 가치에서 각각 8위와 9위로 맥겨진 에버턴과 애스턴은 시즌 순위에선 15위와 13위로 전락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에버턴은 4억 3,075만 유로(5,815억 원)의, 에스턴은 4억 2,130만 유로(5,687억 원)의 총 시장 가치를 각각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역설적으로, 이변을 일으킨 구단은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이었다. 총 시장 가치에서 14위(2억 4,510만 유로·3,305억 원)로 평가받은 브라이턴은 이번 시즌 9위를 달리는 돌풍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5월 7일이면 PL 2021-2022시즌이 끝난다. 5개월 뒤 이번 시즌이 대장정을 마칠 때 투자와 성적의 비례 관계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