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 밭둑을 나름 손일로 고르려고 괭이 삽 빠루 등 공구를 챙겨 맨 위 밭둑으로 간다. 방구 하나가 집채만큼 큰게 하나 있다. 그 옆 주변부터 파기 시작한다. 밭 둑 높이는 1m 정도 된다. 둥치가 큰 참나무 뿌리도 하나 있다.일단 먼저 이 놈을 캐기 위해 주변을 판다. 땅속을 파고 던 뿌리들 톱으로 자른다. 이 뿌리가 자신의 근본 일 텐데. 본연의 기능을 상실되어 있다. 몇 뿌리가 사방 뻗혀 일하는데 장애를 엄청 준다. 파내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다. 한 성깔로 이놈 캐내려고 힘을 더 집중한다. 땀이 비오 듯은 아니고 등허리에 줄줄 타고 흐른다. 이마에도 주렁주렁이고. 힘이 달려 잠시 쉬면서 저놈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기로 한다. 포기라는 결정을 한다? 마음을 바꿔 다시 도전하기로 한다. 하루고 이틀이고 시간차 공격으로 전환이다.
옆 둑을 파기 시작한다. 칡뿌리가 나온다. 불로 소득 취득물. 보약용 재료다. 옆 공지에 모은다. 또 잔 꾸지뽕나무들이 참 많다. 10여 년 전 한 뿌리를 친구에게 구해서 둑에다 심었다. 이 놈이 새끼를 뿌리로 번진다. 사방 10m 굴레로 엄청나게 키워 놓았다. 종자번식을 열매로 하는 줄 알았는데 꾸지뽕은 뿌리로 한다. 뽕뿌리가 당뇨에 좋다나. 나오는 데로 주어 모은다. 한데 대물 하나들 발견했다. 잔대다. 언제 요 물건이 여기서 생터를 잡았을까? 뇌두가 엄청 많다. 십 년? 심을 본 기분이다. 조심해 캐내어 보약 백숙용으로 활용하게 한 곳에 모아둔 약초 더미 옆에다 별도로 둔다. 오전 내내 땅을 판다. 정말 땀을 엄청 많이 냈다. 실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진땀을 내기 위해서다. 땀으로 몸의 독소를 뽑아낸다는 내 식견 체험이기도 하다.
순찰 겸 심심풀이 겸 데스 구리 하나 들고 넘버하나 온다. 분명 무엇인가 캐 놓았을 걸 알고 온 것이다. 모여 있는 물건들. 말도 없이 주섬주섬 주어 담고 말도 없이 사라진다. 땅파기 일은 계속하면서 슬쩍 눈으로 훔쳐가는 걸 구경했다. 실은 통상적으로 해 온 놀이다. 힘들지 않고 획득해 가는 집사람의 나름 만족 스런 일감이다. 오전 동안 내내 땅파기에 몸이 지친다. 몸에 무리가 따를까 걱정에 오늘 힘든 일을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일 하던 도구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둔 채 주변 한 번 둘러본다. 파 낸 돌로 둑 만들어 쌓인 흙더미가 넓고 제법 높게 쌓여 있다. 생각보다 일을 많이 했다. 대견 스레 웃는다. 그리고 모아둔 보약 약초더미 자리를 둘러본다. 남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넘버하나의 욕심 남을 리 없지. 대물 잔대로 보이지 않는다.
중식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정자로 간다. 가지고 온 보약 물건을 둘러보는 데 잔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물었다. "아까 들고 온 약초들은 다 어디 있나?" "씻어 말리는 데 왜?" "아니, 그기 대물 하나 있는데?" "대물이 뭔데?" "아직도 그런 물건 구분 못하나, 잔대 말이야?" "아니 못 봤는데...." 말 꼬리 흘린다. 그리고 잔대는 정말 보이지 않는다. 다시 물었다. "잔대 알기나 하나?" "잔대가 어떤 건데?" "도라지처럼 생긴 것 있잖아. 백숙 만들 때 넣어 먹던 것 말이야." 잔대가 어떤 것인지 모른단다. "그럼 아직도 잔대를 모른다 말이야." 모른단다. 기가차고 맥이 찰 노릇이다. 같이 밭 생활하면서 백숙 만들어 먹기 횟수가 얼마인데. 눈앞에다 보여 주며 설명을 몇 번이나 했는데. 자연인처럼 산 놀이 생활이 십수 년이 넘었는데. 모른다!. 정말 어이가 없다.
오래된 잔디는 산삼 보다 더 좋다고 한다. 그 귀물이 행방불명되었다. 애통이고 분통이 난다. 하다고 보이지 않는 물건을 어떻게 할 수 없다. 혹시나 오다가 흘렸나 되돌아가 보았다. 두 번씩이나 찾아보았다. 없다. 못 찾았다. 아이고 한숨소리가 계곡을 나무 잎을 흔든다. 그때 센 바람이 불어 오네. 그래, 속 잘 식혀 주는구나로 변명거리 찾는다. 그래도 그놈이 자꾸 아른 그린다. 근데 잔대보다 아직도 그걸 몰라 본 넘버하나를 어떻게 해야 하나? 회초리 들어? 쥐어 박고 싸워? 오만가지 성질에 나무 동가리 하나 들고 돌멩이에 내리 쳤다. 뚝 부려지는 나무다. 대타 나무가 뭔 잘못이야. 내가 그냥 참기로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아예 포기하기로 한다. 내 성질 머리 나쁜 놈으로 만들어지지 않기다.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평해진다. 탁자에는 이미 밥이 차려져 있다. 밥을 먹으면서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맹추야 하면서 웃었다. 밥은 맛있게 잘하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냐? 맛난 밥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나. 다시 돌아온 웃음에 얼굴이 커다랗게 보인다.
24. 02. 21. 04. 11.
포기 / 초고
잔대 한 뿌리를 캤다. 크다. 다랭이 밭 땅파기하면서 얻은 부산물이다. 넘버하나 먼저 깨 논 다른 약초들과 같이 홀랑 들고 간다. 중식 밥 먹을 시간이 하던 일 중단하고 정자로 온다. 잔대가 어디 있나 둘러보니 안 보인다. 산 도라지보다 더 귀한 물건이다. 잔대 어디 있느냐고 물어니 모른단다. 잔대가 뭔데 되문는다.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한다. 산 생활 10년이 넘었는데 가끔 백숙 만들 때 넣기도 했는데 모른다? 훅! 성질 오르네. 참는다. 올만에 백숙 보신해 먹어 볼까 하며 챙기려 했는데 포기한다. 그게 편하다. 바람 내려놓으면 홧바람 오르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