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선교] 위령성월 특집
부활의 희망을 노래하는 신앙고백 - 연도(煉禱)
천주교 신자의 장례식장에는 으레 연도(煉禱)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빈소에 오신 신자 분들(특히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두 패로 나뉘어 시편 기도를 주고받습니다. 시편 구절이 서로 오갈 때, 그것을 그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창을 하듯 구성진 가락으로 읊어 나갑니다. 슬픔에 빠진 상주는 물론 비신자 문상객들도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인 연도의 가락에 마음을 실어 슬픔을 달래며 망자의 부활을 기원합니다.
한국의 천주교는 이처럼 연도를 통해 타 종교와는 다른 형식의 장례 풍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죽은 자를 위한 봉사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 곁을 지켜주고 그들을 돕는 봉사 행위도 되는 연도를 경험하고, 그 봉사에 매료되어 가톨릭 신앙을 찾게 된 분들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연도(煉禱) 란 ‘연옥에 있는 영혼을 위한 기도’라는 뜻의 독특한 기도 방식으로 요즈음에는 ‘위령기도’라고도 부르지만, 여전히 ‘연도’라는 용어가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그 유래가 박해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교문화가 뿌리깊이 정착된 당시 조선사회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은 효와 대치되는 것이었지만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인 연도는 이런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돌파구였습니다. 오늘날 가톨릭 기도서에 해당하는 「천주성교공과」에 연도의 내용이 최초로 기록되어 있으며 한국 교회의 첫 상장례예식서인 「천주성교예규」에도 그 내용이 자세히 담겨져 있습니다.
흔히 시편 129편과 50편, 성인호칭기도, 찬미기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도는 본래 성직자 수도자들이 바치는 위령 성무일도에서 시편의 선택과 기도문들이 유래하였습니다. 하지만 기도문에 화음이 들어가지 않은 단성의 가락을 붙여 창을 하듯 노래하는 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외래 전통을 우리 문화 안에 받아들이며 만들어낸 독특한 예식으로 한국 가톨릭 종교문화 가운데 가장 자연스럽게 토착화를 이룬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연도는 초기에는 각 교구마다 연도문이 달라서 혼선을 빚기도 했으나 1991년 처음으로 오선악보에 채록됐고 2003년 주교회의에서 상장예식을 마련하면서 전국이 같은 가락으로 연도를 바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주성교예규」에 “연도는 첫째로 노래하는 소리로서 내 생각을 들어 주께 향하게 하여 내 마음을 수렴하게 하고 더욱 구원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가 죽음의 슬픔 가운데 있지만 우리의 슬픔은 희망 없는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노래로 연도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도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부활신앙으로 들어올리고, 공동체가 함께 끊임없이 기도하는 정신을 이어가는 행위의 하나로 높은 전례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장례기간이나 기일에만이 아니라 평소 자신의 성찰과 회개, 연옥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봉헌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도라 하겠습니다.
[2014년 11월 2일 위령의 날 대구주보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