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욕하면서 감동받고 있구나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있는 나를 본다. 책을 보면서, 뻔한 이야기인데도, 욕하면서 감동받는 나를 본다. 뻔하지만 감동받아 눈물을 쏟아내는 나를 본다.
내 글도 그렇다. 어떤 이에게는 내 글이 명작이고 어떤 이에게는 쓰레기가 된다. 지금 쓰는 이 글도 그렇다. 어떤 이에게는 이 글이 쓰레기 이외의 것은 될 수 없다. 그러나 쓰레기라 욕하면서도 감동받는 어떤 이들을 위해 글을 쓴다. 또한 뻔하다는 걸 다 알면서도, 그럼에도 자극받고 싶어, 또한 그냥 그렇고 그런 감동을 한번 느끼고 싶어 책을 보는 이를 위해서도 글을 쓴다.
누군가는 연명치료를 해 나가면서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가 닿기를 바란다. 지금 절망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어떤 말도 소용없음을 안다.
그런 분들에게 내가 절망의 절정에서 들었던 말들이 너무나 큰 용기를 주어서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절망에 처해 있는 분들의 마음을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시절을 버티게 할 만한 힘은 나누고 싶다.
뻔하지만, 감동받는 글, 울면서 웃는 글, 그런 글을 지금 바로 그대에게 뿌리고 싶다. 인생의 막장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 모두,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지쳐서 웃는 삶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