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는 미래완료라는 말이 그렇게 슬퍼. 언테부턴가 난 알았던 것 같아. 엄마가 집을 나갈 거라는 걸. 엄마가 나간 다음에 나 혼자 엄마 없이 살 거라는 걸. 나 고2 때 엄마가 진짜 이혼하고 나갔잖아? 내가 상상한 그대로 미래완료가 된 거야. 나 혼자 집에 있고 엄마는 집에 없고. 그렇게 될 줄 다 알면서 모른 척 살아온 거 같았어. 그러고 얼마 안 있다가 더 나쁜 미래완료가 생겨난 거야. 아직 안 일어났지만 일어난 것 같은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미치겠어. 어느 날 엄마가 죽고 없는데 나 혼자 낯선 길 위에 서 있는 거야. 어떤 때는 캄캄한 방에 누워 있는데 엄마는 죽고 없는 거야. 그러면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숨을 못 쉬겠어.
-<실버들 천만사, 77 >
- 그건 무엇이었을까. 내 속에서 예기치 않게 발사된 것은.
지금의 내 생각에 그건 아마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어두운 정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물네 살의 삶이 품을 수밖에 없던 경쾌한 반짝임 사이에서 빚어진 어떤 비틀림 같은 것, 그 와중에 발사되는 우스꽝스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어지간한 고통에는 어리광이 없는 대신 소소한 통증에는 뒤집힌 풍뎅이처럼 격력하게 바르작거렸다. 턱없이 무거운 머리를 가느다란 목으로 지탱하는 듯한 그런 기형적인 삶의 고갯짓이 자아내는 경련적인 유머가 때때로 내 삶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사된 건 아니었을까.
<기억의 왈츠, 218 >
- 죽어, 버릴까........ 죽여, 버릴까........
나는 여자의 말투를 흉내낸 게 아니라 내 속에 오랫동안 고여있던 가래 같은 말은 내뱉은 것이다. 학대의 사슬 속에는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밖에 없다. 학대당한 자가 더 약한 존재에게 학대를 갚는 그 사슬을 끊으려면 단지 모음 하나만 바꾸면 된다. 비록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모음이라 해도.
<기억의 왈츠,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