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게 2모작 인생을 시작한 2009년
-2009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최동민
기축년을 보내면서 국내외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렵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우리들의 마음이 무겁다. 이제 4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자 개척자의 마음으로 우리 집의 10대 뉴스를 추려 본다.
첫째: 아들의 뒤늦은 유학
우리 집은 위로 딸 아래로 아들이 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온순하고 크게 말썽을 부리지 않고 곱게 자랐다. 3년 전에 결혼하여 좋은 직장에서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때늦게 유학을 가겠다고 공부를 시작하더니 금년 9월 마침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말았다. 걱정도 되고 멀리 떠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러나 자신의 발전을 위하는 일이라 말릴 수도 없었다. 열심히 잘하고 오라고 격려하고 잘 되길 기도할 뿐이다.
둘째: 명예로운 정년퇴직 후 수필과의 만남
1969년 3월 1일자로 교직생활을 시작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실업학교, 인문학교에서 40여년을 보내고 전주고등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하였다. 마음 한 구석에는 허전하고 애틋한 마음도 있었으나 자연의 이치에 따라 미련 없이 새롭게 출발하기로 다짐하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문을 두드렸다. 이것저것 할 것도 많았고 배울 것도 많았다. 그 중에 수필창작반에 입문한 것이 가장 가슴 벅찬 일이다.
셋째: 외손자 황시우 초등학생이 되다
딸과 사위가 직장생활을 하는 터라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출근길에 교문 앞에 내려주어 학교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출근해 버렸다. 그러나 첫날부터 무엇에 눈이 팔렸는지 입술이 깨지도록 넘어져 큰 소란을 피운 것 같아 안쓰러웠다. 외갓집에서는 운동이나 음악을 주로 하여 놀아주고 친가 쪽에서는 그리기, 종이접기 등 정적인 것을 주로 하는 것 같았다. 한 때는 하수구, 공룡, 종이접기, 그리기를 좋아하였고 말을 또박또박 조리 있게 잘 한다.
넷째: 안골노인복지관 4과목에 등록하다
퇴직하니 이것저것 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과목을 골라 보았다. 고른 것을 시간표에 짜 넣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로 했다. 전에 근무하는 것이나 별 다를 바 없었다. 그 중에 한국화. 명심보감, 영어회화, 수필반을 선택했는데 수필반이 제일 활기가 넘치고 적극적이었다. 수필을 선택하기 잘 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기로 다짐했다.
다섯째: 시민텃밭에 참여하여 주말농부가 되다
어느 날 아파트 출입구에 시민텃밭 분양 안내 광고를 보았다. 곧 바로 완주군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았다. 지금은 미분양 된 게 없다며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얼마 후에 분양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신청하여 10평의 땅에 쌈 채소, 고추(청양, 오이, 피망), 토마토, 가지 등 여러 가지를 심고 주말마다 물과 거름을 주며 가꾸어 왔다. 갈 때마다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가슴이 뿌듯하였다. 그래서 이웃과 나누는 정, 거두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러나 고추가 손가락보다 더 굵고 길게 자라는 것을 보고 이 번 김장은 이 고추로 해야겠다고 아껴 놓았다. 그런데 장마가 지고 받침대가 잘못되었는지 쓰러지고 떨어지며 병이 들고 말았다. 참으로 속이 상하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것을 경험 삼아 내년에는 고추도 풋고추로 먹기로 하고 병충해에 강한 땅콩이나 토란 등 손이 덜 가고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심기로 작정하였다.
여섯째: 빗속의 변산 해수욕장 가족피서
8월 초 우리 가족은 모두 변산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하기로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여 변산으로 향했다. 마침 일기가 좋지 않다는 예보를 들었으나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 안에서 지내다가 답답해서 우산으로 가리고 밖으로 나와서 비치파라솔 아래서 점심을 펴 놓고 먹기 시작했다. 걱정스러웠으나 그래도 맛있게 먹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일곱째: 아내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다
8월 31일 퇴직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찾기로 했다. 탁구, 배드민턴, 당구, 기타를 생각하고서 아내의 의견을 물었다. 다행이도 모두 다 하겠다고 하여 전주시에서 주관하는 생활체육에 등록하도록 했다. 그러나 가까운 탁구장은 이미 정원이 차서 접수가 어려웠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탁구장에 바람도 쏘일 겸 들러 봤다. 마침 관장이 군산기계공고시절 제자였다.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받아주는 것은 물론 내 친구까지 받아주며 나에게는 날마다 부담 없이 놀러오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탁구가 이제는 우리 부부가 가장 즐기는 운동이 되었다. 그밖에 배드민턴, 당구도 계획에 따라 꾸준히 해오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주춤하고 있다.
여덟째: 우리 부부 기타를 배우다
올 3월, 내가 기타나 배워야겠다며 홈풀러스 문화센터를 찾았다. 그런 뒤 며칠 안 되어 아내도 기타반에 등록을 하였다. 6개월을 같이 배웠는데 아내가 더욱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았다. 아들은 엄마가 기타 치는 것을 보더니 기타가 치매 예방에 좋다면 적극 권장하였고, 그것을 받아 들였는지 지금은 나보다 더 기량이 좋다. 연습하다 보면 한두 시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다.
아홉째: 외손자의 19단 외우기
외손자가 한 때는 하수구, 한 때는 공룡, 한 때는 종이접기, 한 때는 공룡을 그려 책 만들기를 좋아하더니 내가 수학선생인 줄 알고 수학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덧셈과 연관하여 구구셈을 알려 주었다. 쉽게 구구단을 외우더니 지금은 19단을 외운다고 자랑하였다. 아이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보인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어린이들의 능력을 보고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열 번째: 전라고 제자들의 초청
전라고등학교 19회(3-1)졸업생 들이 ‘졸업 2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그 당시 은사들을 모신다는 전화를 받았다. 11월 21일 토요일 오후 6시에 리베라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그 당시 동료교사들을 만나 환담을 나누었다. 식이 시작되었는데 감개가 무량했다. 눈에 익은 제자가 꽃다발과 선물을 안고 인사를 하며 찾아왔을 때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며 작은 보람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식이 끝나고 음악홀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길 잃은 아이를 찾은 것처럼 얼싸안고 감격의 노래를 불렀다. 어떤 제자가 찾아와 조그만 선물을 하나 내 손에 안겨주면서 선생님 덕분에 수학을 열심히 해서 한의대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하였다.
미약하나마 저에게 펜을 들게 해주신 문우님과 지도해 주신 김학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새로운 출발에 이어 열심히 문예활동에 참여하여 조금이라도 문예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