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둘째날
이끼숲 소길에서 싱그런 바람 맞으며 차 한 잔을 하고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는 억새 명소를 찾아 나선다.
폭염에 시달린 산굼부리 억새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았기에.
어음리 산 68-5
좁은 도로를 타고 가다 주차할 만한 곳으로 들어 서니 차들이 몇 대 주차되어 있다.
우리랑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우와, 억새 천지.
넓게 차지하고 있는 광활한 억새밭.
산굼부리보다 훨씬 싱싱하게 자란 억새들이 춤을 추고 있다.
손길타지 않은 야생의 건강미가 돋보인다.
새별오름이랑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름들이 뒷배경이 되어 지켜보고 있다.
커다란 풍력발전 풍차들도 근사한 풍경을 연출하도록 한 몫 거들고 있다.
길이 닦인 게 아니라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로 만들어진 짧은 길을 걸어 들어가 억새들이랑 하나가 된다.
훨씬 풍성하고 만족스런 억새와의 만남이다.
식사 후 목적지 상가리 야자숲을 찾아 가는 길 느닷없이 만난 더럭초등학교.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라 핸들을 틀어 학교 주차장으로 향한다.
함부로 들어 가면 안되겠단 생각에 돌봄지킴이를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잠시 들여다 보다 한 걸음 쑥.
교실 건물들이 참 예쁘다.
알록달록.
천연잔디 운동장은 달려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화단에는 앙증맞은 꽃들이 피어나 있고, 작은 연못에는 철 지난 연꽃이 붉게 피어 있다.
커다란 벚나무 옹이진 나무 줄기에는 이름 모를 초록잎 풀이 수염이 난 것처럼 돋아나 있다.
살짝 엿본 건물 안쪽에 도서실마냥 책들이 빼곡히 꽂힌 책장이 보인다.
자유스럽게 둘러 앉아 책보기 좋겠는 걸.
뒷켠으로 돌아서니 독서하는 소녀상이 있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참 보기 힘든 풍경이다.
여기가 정문인가 보다.
큰 곰솔 두 그루가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서있다.
이런 곳이라면 한 달 쯤 기간제 교사로 근무해도 좋지 않을까.
상가리 야자숲.
1953년 대한민국 최초로 야자수씨와 묘목을 재배하며 실패를 거듭하다 20년전 상가리에 야자슾을 조성했단다.
그다지 큰 면적은 아니지만 야자수가 있는 공간에는 무척이나 울창하게 야자수들이 자라고 있다.
그저 둘러 보기만 한다면 25분쯤 걸린단다.
우리는 찬찬히 살펴보며 걷기.
종려, 황금 바나나, 다양한 야자수들이 하늘을 향해 쑥쑥 뻗어 있다.
야자나무 기둥으로 덩굴을 뻗으며 기생하는 식물들이 참 많다.
줄기에 뿌리내리고 앉아 자라는 풀들도 있다.
빨간 칸나와 더불어 푸른 하늘이랑 어울리고 있는 야자수 무리들도 퍽 아름답다.
야자수 잎들은 정성들여 가꾼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
반짝반짝 윤이 나며 생기 넘치는 진초록이다.
튼실하게 자란 야자수에는 주렁주렁 열매들이 맺혀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이 참 많다.
빨간 전화 부스, 돌하르방, 열대지방을 느끼게 하는 야자수 잎 테이블과 의자들, 돌탑이랑 여기 저기 놓여진 다리 긴 의자와 벤치들.
쉼없이 사진을 찍으며 야자숲을 누빈다.
8,000원이나 하는 입장료가 비싸다 싶은 장소임에 분명하나, 커플이나 가족들이 함께 찾는다면 하하호호 웃으며 사진찍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첫댓글 인생은 육십부터~ 환갑 !!!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롭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인생 황금기가 열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부터,
낭만 한 페이지를 열어 가는 거에요.
맞아요
예순, 젊은 나이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