爾時에 舍利弗이 見此室中에 無有牀座하고 作是念하되 斯諸菩薩大弟子衆은 當於何座오하더니 長者維摩詰이 知其意하사 語舍利弗言하사대 云何仁者는 爲法來耶아 求牀座耶아 舍利弗이 言하되 我爲法來오 非爲牀座니다 維摩詰이 言하되 唯舍利弗이여 夫求法者는 不貪軀命이어든 何況牀座이리까 夫求法者는 非有色受想行識之求며 非有界入之求며 非有欲色, 無色之求니라 唯舍利弗이여 夫求法者는 不着佛求며 不着法求며 不着衆求니라 夫求法者는 無見苦求며 無斷集求며 無造盡證修道之求니 所以者何오 法無戲論이라 若言我當見苦斷集하며 證滅修道인댄 是則戲論이요 非求法也니라 唯舍利弗아 法名寂滅이어늘 若行生滅인댄 是求生滅이요 非求法也며 法名無染이어늘 若染於法이면 乃至涅槃이라도 是則染着이요 非求法也며 法無行處어늘 若行於法이면 是則行處요 非求法也며 法無取捨어늘 若取捨法이면 是則取捨요 非求法也며 法無處所어늘 若着處所인댄 是則着處요 非求法也며 法名無相이어늘 若隨相識인댄 是則求相이요 非求法也며 法不可住어늘 若住於法이면 是則住法이요 非求法也며 法不可見聞覺知어늘 若行見聞覺知면 是則見聞覺知요 非求法也며 法名無爲어늘 若行有爲면 是求有爲요 非求法也니라 是故로 舍利弗이여 若求法者는 於一切法에 應無所求니라 說是語時에 五百天子於諸法中에 得法眼淨하니라 爾時에 長者維摩詰이 問文殊師利하사대 仁者가 遊放無量千萬億阿僧祗國이시니 何等佛土에 有好上妙功德으로 成就獅子之座닛까 文殊師利言하사대 居士여 東方으로 度三十六恒河沙國하여 有世界하니 名은 須彌相이요 其佛號는 須彌燈王이라 今現在彼하되 佛身의 長은 八萬四千由旬이요 其獅子座高도 八萬四千由旬이라 嚴飾第一이니다 於是에 長者維摩詰이 現神通力하시니 卽時彼佛이 遣三萬二千獅子之座하사대 高廣嚴淨이라 來入維摩詰室이어늘 諸菩薩大弟子와 釋梵四天王等이 昔所未見이라 其室이 廣博하여 悉皆包容三萬二千獅子座하되 無所妨碍하고 於毘耶離城과 及閻浮提四天下도 亦不迫窄하여 悉見如故러라 爾時에 維摩詰이 語文殊師利하사대 就獅子座하여 與諸菩薩上人으로 俱坐하되 當自立身을 如彼座像이어다하니 其得神通菩薩은 卽自變形하여 爲四萬二千由旬하여 坐師子座하고 諸新發意菩薩과 及大弟子는 皆不能昇이어늘 爾時에 維摩詰이 語舍利弗하사대 就師子座하라 舍利弗이 言하사대 居士여 此座高廣하여 吾不能昇이니다 維摩詰이 言하사대 唯舍利弗이여 爲須彌燈王如來하여 作禮라사 乃可得坐리라 於是에 新發意菩薩과 及大弟子가 卽爲須彌燈王如來作禮하고 便得坐師子座하니라 舍利弗이 言居士여 未曾有也로다 如是小室에 乃能容受此高廣之座하되 於毘耶離城에 無所妨碍하고 又於閻浮提의 聚落城邑과 及四天下에 諸天, 龍王, 鬼神宮殿도 亦不迫窄이니다 維摩詰이 言하되 唯舍利弗이여 諸佛菩薩이 有解脫하니 名은 不可思議라 若菩薩이 住是解脫者는 以須彌之高廣으로 內芥子中하되 無所增減하고 須彌山王도 本相如故하며 而四天王과 忉利諸天이 不覺不知己之所入이로되 唯應度者라사 乃見須彌가 入芥子中하나니 是名不可思議解脫法門이니라 又以四大海水로 入一毛孔하되 不嬈魚鼈黿鼉水性之屬하고 而彼大海도 本性如故하며 諸龍鬼神과 阿修羅等이 不覺不知己之所入하고 於此衆生도 亦無所嬈니라 又舍利弗이여 住不可思議解脫菩薩은 斷取三千大千世界호대 如陶家輪하여 着右掌中하고 擲過恒沙世界之外어든 其中衆生은 不覺不知己之所往하며 又復還置本處하되 都不使人으로 有往來想하고 而此世界는 本相如故니라 又舍利弗이여 或有衆生이 樂久住世而可度者면 菩薩이 卽演七日하여 以爲一劫하여 令彼衆生으로 謂之一劫이라하며 或有衆生은 不樂久住而可度者면 菩薩이 卽促一劫하여 以爲七日하여 令彼衆生으로 謂之七日이니라 又舍利弗이여 住不可思議解脫菩薩은 以一切佛土嚴飾之事로 集在一國하여 示於衆生하며 又菩薩이 以一切佛土衆生으로 置之右掌하고 飛到十方하여 遍示一切하되 而不動本處니라 又舍利弗이여 十方衆生의 供養諸佛之具를 菩薩이 於一毛孔에 皆令得見케하며 又十方國土에 所有日月星宿을 於一毛孔에 普使見之니라 又舍利弗이여 十方世界所有諸風을 菩薩이 悉能吸着口中하되 而身不損하고 外諸樹木도 亦不摧折하며 又十方世界劫盡燒時에 以一切火로 內於腹中하여 火事如故하되 而不爲害하며 又於下方으로 過恒河沙等諸佛世界하여 取一佛土하여 擧着上方을 過恒河沙無數世界하되 如持針鋒하여 擧一棗葉而無所嬈니라 又舍利弗이여 住不可思議解脫菩薩은 能以神通으로 現作佛身하며 或現辟支佛身하며 或現聲聞身하며 或現帝釋身하며 或現梵王身하며 或現世主身하며 或現轉輪聖王身하며 又十方世界에 所有衆聲의 上中下音을 皆能變之하여 令作佛聲하여 演出無常, 苦, 空, 無我之音과 及十方諸佛所說種種之法하여 皆於其中에 普令得聞이니라 舍利弗이여 我今略說菩薩의 不可思議解脫之力이어니와 若廣說者인댄 窮劫不盡이니라 是時에 大迦葉이 聞說菩薩不可思議解脫法門하고 歎未曾有하여 謂舍利弗호대 譬如有人이 於盲者前에 現衆色像커든 非彼所見인닷하여 一切聲聞이 聞是不可思議解脫法門하고 不能解了도 爲若此也라 智者가 聞是하고 其誰不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이리요 我等은 何爲永斷其根하고 於此大乘에 已如敗種고 一切聲聞이 聞是不可思議解脫法門하면 皆應號泣하여 聲震三千大千世界요 一切菩薩은 應大欣慶하여 頂受此法하리니 若有菩薩이 信解不可思議解脫法門者는 一切魔衆이 無如之何리라 大迦葉이 說此語時에 三萬二千天子가 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하니라 爾時에 維摩詰이 語大迦葉하되 仁者여 十方無量阿僧祗世界中에 作魔王者는 多是住不可思議解脫菩薩이 以方便力故로 敎化衆生코저 現作魔王이니라 又迦葉이여 十方無量菩薩이 或有人에 從乞手, 足, 耳, 鼻와 頭, 目, 髓腦와 血, 肉, 皮, 骨과 聚落, 城邑과 妻子, 奴婢와 象, 馬, 車, 乘과 金, 銀, 瑠璃와 硨磲, 碼ꜷ, 珊瑚, 琥珀과 眞珠, 珂貝와 衣服, 飮食이어던 如此乞者는 多是住不可思議解脫菩薩이 以方便力으로 而往試之하여 令其堅固니 所以者何오 住不可思議解脫菩薩은 有威德力일세 故行逼迫하여 示諸衆生의 如是難事라 凡夫는 下劣하고 無有力勢하여 不能如是逼迫菩薩이니 譬如龍象蹴踏은 非驢所堪이라 是名住 不可思議解脫菩薩의 智慧方便之門이니라
그때 사리불이 이 방안에 의자 등 앉을 데가 없음을 보고, 여러 보살과 많은 제자들이 어디 앉을 것인가 염려하자 유마힐이 그 생각을 알고, ‘사리불이시여, 인자(仁者)께서는 법을 위하여 왔습니까? 앉을 의자를 찾기 위하여 왔습니까?’ 하고 물었다. 사리불이 대답하길 ‘나는 법을 위하여 온 것이요, 앉을 자리를 위하여 온 것은 아닙니다’ 하자 유마힐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리불 존자시여, 법을 구하는 이는 몸과 목숨도 아끼지 아니 하거늘 하물며 자리를 구하십니까? 법을 구하는 것은 색(色)과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며, 18계와 12처를 구하는 것이 아니며, 욕계, 색계, 무색계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리불이시여, 법을 구하는 이는 부처님에 애착하여 구하지 아니하며, 법에 애착하여 구해서는 아니하며, 승에 애착하여 구해서는 아니됩니다. 법을 구하는 이는 괴로움을 보고서 법을 구하려고 애쓰지 아니하며, 괴로움의 쌓임인 번뇌를 끊는 것으로 법을 구하지 아니하며, 열반을 이루고 8가지 도를 닦는 것으로 법을 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법에는 쓸데없는 희론이 없거늘, 만일 괴로움의 이치를 보고 번뇌를 끊고 열반을 이루려고 도를 닦는다 하면 이것은 쓸데없는 희론이고,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리불 존자시여, 법을 구하는 이들은 생(生)에서 구하지도 멸(滅)에서 구하지도 않습니다. 법은 본래 고요하고 멸한 것이라 적멸(寂滅)이라 이름합니다. 만일 생멸(生滅)을 행하면 이것은 생멸을 구함이지 법을 구함이 아닙니다. 법은 애착이 없는 것인데 만일 법이나 열반에 애착한다면 이것은 곧 애착이요 법을 구함이 아닙니다. 법을 구하는 이들은 경계의 구별을 하지 않습니다. 법에는 가는 곳이 없는데 만일 법에 가는 곳이 있다면 이것은 경계를 헤아리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에는 취하고 버릴 것이 없거늘 만일 취하고 버린다면 이것은 취하고 버리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닙니다. 법은 처소가 없는데 만일 처소에 집착한다면 이것은 처소에 집착하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닙니다. 법은 형상이 없는데 만일 어떤 형상을 분별한다면 이것은 형상을 구하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머물 수 없는 것인데 만일 법에 머물면 이것은 법에 머무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닙니다. 법은 보고 듣고 깨닫고 알 수 없는 것인데 만일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행하면 이것은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닙니다. 법을 구하는 이들은 유위(有爲)를 구하지 않습니다. 법은 조작함이 없는 것인데 만일 조작함이 있다면 이것은 세속법인 유위법을 구하는 것이지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사리불 존자여, 만일 법을 구하는 이라면 어떤 법에도 구할 바가 없어야 합니다.” 이런 말을 연설할 적에 5백명의 천자들이 모든 법 가운데서 법눈이 청정함을 얻었다.
그 때 장자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지신이여, 당신께서는 한량없는 천만억 아승지 국토들을 다니셨으니 어느 국토에 가장 묘하고 훌륭한 공덕으로 장엄된 사자좌가 있더이까?” “거사님, 동방으로 36항하의 모래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가서 수미상(須彌相)이란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수미등(須彌燈) 부처님이 지금 계시니 그 부처님의 키는 8만4천 유순이요, 사자좌의 높이도 8만4천 유순이며, 장엄하게 꾸민 것이 제일이었습니다.” 그러자 유마힐이 신통력을 나타내어, 저 부처님의 높고 넓고 깨끗하고 훌륭한 사자좌 3만2천 개를 보내어 유마힐의 방으로 들여 왔다. 여러 보살과 큰 제자들과 제석과 범천왕과 사천왕들도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것이며, 그 방도 크고 넓어 3만2천 사자좌를 들여 놓았으나 비좁지 아니하고, 바이샬리성이나 남섬부주의 4천하도 협착하지 않고 예전과 같았다. 유마힐이 말했다. “문수사리여, 이 사자좌에 나아가서 여러 보살들과 함께 앉으시되, 선 키가 저 사자좌와 같게 하시오.” 신통을 얻은 보살들은 즉시 몸을 변화하되 앉은키가 4만2천유순 쯤 되게 하여 사자좌에 앉았으나, 새로 발심한 보살이나 큰 제자들은 모두 올라가지 못하였다.
그때 유마힐이 사리불께 사자좌에 앉으시라고 말하였다. “거사님, 이 평상이 너무 높고 커서 우리는 올라갈 수 없습니다.” “사리불이시여, 수미등왕 부처님께 예배하면 올라 앉을 수 있습니다.” 이에 새로 발심한 보살들과 큰 제자들이 즉시 수미등왕 여래에게 예배하니 곧 사자좌에 올라앉게 되었다. “거사님, 희유한 일입니다. 이 좁은 방에 이렇게 높고 넓은 사자좌를 들여 놓아도 이 바이샬리성이 조금도 방해받지 아니하고, 이 남섬부주에 있는 촌락이나 도시나 이 4천하에 있는 천궁, 용궁이나 귀신의 궁전들도 비좁지 않습니다”라고 사리불이 찬탄하자 유마힐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리불 존자시여, 모든 부처님들과 보살들에게는 부사의(不思議)라 이름하는 해탈이 있습니다. 이 해탈에 머무른 보살들은 높고 넓은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더라도 커지거나 작아지지 아니하고 수미산도 원래 모양과 같으며, 사천왕천, 도리천의 여러 하늘 사람들도 자기 몸이 겨자씨에 들어가는 지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거니와, 오직 제도를 받을 자만이 수미산이 겨자씨에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나니, 이것이 불가사의 해탈법문(不可思議 解脫法門)입니다. 또 사방에 있는 큰 바닷물을 털구멍에 넣더라도 고기, 자라, 거북, 악어 같은 물 짐승들을 요란하게 하지도 아니하고, 큰 바다의 본 성품이 변하지도 아니하며, 여러 용이나 귀신이나 아수라들이 자기 몸이 들어가는 지 알지 못하고 이런 중생을 요란케 하지도 아니 합니다. 또 사리불이시여, 이 불가사의 해탈에 머물러 있는 보살들은 삼천대천세계를 옹기장이의 물레 모양으로 집어서 손바닥에 놓고 항하사 세계 밖으로 던져 보내더라도, 그 세계 중생들은 자기 몸이 가는 줄 알지 못하며, 다시 들고와서 본 고장에 도로 넣더라도 그 세계 사람들은 가고오는 줄 알지 못하며, 세계의 모양도 예전과 같습니다. 또 사리불이시여, 어떤 중생이 오래살기를 좋아하며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보살이 이레를 늘여서 한 겁을 만들어 그 중생으로 하여금 한 겁인 줄 알게 하고, 어떤 중생이 오래 살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며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한 겁을 줄여서 이레를 만들어 그 중생으로 하여금 이레인 줄로 알게 합니다. 또 사리불이시여,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은 한 국토에다 일체 불국토를 장엄하게 꾸미는 모습을 중생에게 보이기도 하고, 또 그 보살이 일체 세계의 중생들을 오른 손바닥에 올려 놓고 시방세계로 다니면서 일체 중생들에게 보이면서도 본 고장을 변동하지 아니하며, 또 사리불이시여, 시방 중생들이 부처님들에게 공양할 공양구들을 보살이 한 털구멍 속에서 볼 수 있게 하며, 또 시방세계에 있는 해와 달과 별들을 한 털구멍에서 볼 수 있게 합니다. 또 사리불이시여, 시방세계에 있는 온갖 바람을 보살이 한 입에 빨아 들이되 몸이 손상되지 아니하고 밖에 있는 나무들도 꺾이지 아니하며, 또 시방 세계가 겁말에 화재로 탈 적에 온갖 불을 뱃속에 넣더라도 불은 변동이 없으면서도 몸에는 해가 되지 아니하며, 또 아랫쪽으로 항하사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를 지나가서 한 국토를 들어다가 윗쪽으로 항하사같이 많은 세계를 지나가서 놓더라도, 바늘 한개로 대추나무 잎 하나 꿰어드는 것 같이 하되 요란하지 아니합니다. 또 사리불이시여,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른 보살은 신통력으로써 부처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벽지불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성문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제석천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범천왕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세간 왕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전륜성왕의 몸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또 시방세계에 있는 여러 가지 소리, 큰 소리, 작은 소리들을 모두 변화시켜 부처님 음성을 만들어서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다는 법문을 연설하기도 하고, 시방 부처님들이 말씀하시는 여러 가지 법문을 연설하기도 하고, 시방 부처님들의 말씀하시는 여러 가지 법문을 그 음성 가운데서 듣게 하기도 합니다. 사리불이시여, 내가 지금 보살의 불가사의 해탈법문의 위신력을 대강 말하였거니와 만일 모두 말하려면 겁이 다 하여도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때 마하가섭이 보살의 불가사의한 해탈법문 이야기를 듣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마치 어떤 사람이 장님 앞에다 여러 가지 빛깔과 형상을 나타내어도 장님은 보지 못하는 것 같이, 온갖 성문들이 이 불가사의 해탈법문을 듣고도 능히 알지 못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지혜로운 이가 이 말씀을 듣고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들은 어찌하여 영원히 대승법에 뿌리를 끊어서 썩은 종자가 되었습니까? 그러니까 일체 성문들이 이 불가사의 해탈법문을 듣고는 모두 부르짖어 통곡하여 우는 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진동할 것입니다. 그러나 보살들은 대단히 기뻐하며 이 법문을 받을 것이며, 만일 보살의 불가사의 해탈법문을 믿고 아는 이는 온갖 마군들도 어찌하지 못할 것입니다.” 마하가섭이 이 말을 할 때에 3만2천 천인(天人)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그 때 유마힐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거룩한이여, 시방에 한량없는 아승지 세계에서 마왕이 되는 이는 흔히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른 보살들이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마왕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 시방 여러 보살에게 어떤 사람이 손이나 발이나 귀, 코, 눈, 머리, 뇌수, 피, 살, 가죽, 뼈며, 촌락이나 성(城)이나 시읍(市邑), 처자, 하인이며 코끼리, 말, 차,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산호, 호박, 진주, 보배며 의복이나 음식을 달라고 하면, 이런 걸인은 흔히 불가사의 해탈에 머문 보살들이 방편으로 그 사람을 시험하여 뜻을 견고케 하기 위함입니다. 왜냐하면 불가사의 해탈에 머문 보살이라야 위엄과 덕의 힘이 있어 이러한 핍박을 해서 여러 중생에게 난감한 일을 보이거니와, 못난이 범부들은 아무 위력이 없으므로 이렇게 보살을 핍박하지 못합니다. 마치 용과 큰 코끼리가 차고 밟는 일을 노새나 나귀는 감당할 수 없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른 보살의 지혜방편문이라 이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