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를 보는 관점의 왜곡...
성경을 영웅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본디 그 책의 기록 목적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의 꽤나 심각한 왜곡을 가져오는 법인데, 그중에 가장 대표적으로 그런 왜곡이 심하게 이루어지는 책이 바로 사사기이다.
사사기는 기본적으로 여호수아 이후의 '신앙적 추락'을 기록한 책이며, 그래서 사사 중에 초대 사사이자 가장 온전한 사사인 옷니엘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사사인 삼손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신앙적인 추락이 이어지는 것을 순차적으로 기록하고, 그 뒷부분에 미가의 신상 사건과 레위인의 첩 살해 사건을 기록하여 그 추락상을 더 연장해 놓은 책이다.
사사기에 마지막 부분에 기록된 이 두 사건은 오히려 시간상 사사시대의 중간 시대에 있었던 일인데도 그 추락상이 심각하여 이러한 구조 배열을 택한 것이 사사기이므로 이는 명백하게 이스라엘이 점점 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그 신앙 수준이 더 떨어져서 결국에는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구조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사기의 기본적인 기록 의도와 관점을 도외시하고 사사들의 믿음을 중심으로 영웅주의적으로 설교하는 것은 성경의 본질적인 목적을 무시하는 처사가 된다.
특히, 사사기는 이러한 신앙 추락의 가속화를 보여주기 위하여 ‘올라가다’와 ‘내려가다’라는 대비 구도를 1장부터 극단적인 대조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개해야 한다.
그래서, 사사기를 올라감과 내려감의 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상적인 올라감은 하나님께로부터의 내려감으로 대비되는 신앙의 추락상을 보여준다.
사사기는 이러한 신앙적 추락상을 12번이나 반복되는 도식 구조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이 잘 알려진 ‘타락-징계-회개-구원’이라는 도식이다.
사사기의 이 구원 도식은 종종 율법적이라 하여 가벼이 취급하는 경우들이 적지 아니하다. 하지만, 이 구원 도식이 12명의 사사에게서 그대로 반복되는 구조를 사사기가 취하고 있을 때에는 그것이 단순한 율법주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앙생활의 도식을 이루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며, 여전히 오늘날 현대 그리스도인에게도 변함없이 일어나고 있고, 적용할 수 있는 도식인 것이다. 따라서 이 사사시의 도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대적으로 적용하도록 돕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사사기의 도식은 하나님과의 일종의 관계 싸이클인데, 이것이 당시 바알 신화 싸이클에 비하면 차원을 달리하는 싸이클임을 알 수 있다. 바알 싸이클이 단지 신들의 죽음과 환생이라는 신들 간의 관계 싸이클이어서 신화적인 차원에 국한되고, 인간은 그것을 단지 재현하는 비인격적인 관계 싸이클이라면, 사사기의 관계 싸이클은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인격적으로 맺는 싸이클이기에 바알 종교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신앙 패러다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스라엘의 영성의 쇠락의 원인은 바로 가나안 7족속에 대한 하나님의 진멸 명령을 어기는 데서 출발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이 진멸 명령, 곧 헤렘은 단순한 전쟁 개념 상의 ‘성전(聖戰)’의 차원이 아니라 바로 우리 신앙의 안전이라는 차원에서 들어야 할 메시지 기반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하여 사사기 안에는 ‘인클루시오’와 ‘교차대구법’ 및 ‘어희(語戲)’ 구조 등 여러 가지 수사적인 강조 기법들이 수두룩하게 들어 있으며, 그러한 구조를 통해서 사사기가 강조하는 바들은 여지없이 신앙적 쇠락의 문제점들인 것이고, 그런 문제점들은 우리가 신앙적으로 본보기라고 하는 인물에서조차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곧 사사기는 영웅주의적 시각은 아예 철저히 배제하고 이스라엘의 신앙적 쇠락을 경계삼도록 하는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사사기를 바로 보려면 바로 사사기의 세 가지 구조적 특징, 곧 올라감과 내려감의 대비, 헤렘, 구원 도식을 통하여, 신앙적 쇠락상이라는 관점에서 메시지를 전해야 하고,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사사기 본문의 의도를 왜곡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