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나" 활동 일지
작성자 | 박건후 | 참여자 | 태야, 임수빈, 김수현, 김유미, 김정훈 |
일자 | 24.04.11 | 장소 | 문화공간 디디 |
활동시간 | 14:00 - 18:00 | | |
당일은 색칠공부를 하는 날이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의 도안들을 미리 찾아 준비해두었다. 태야, 정훈, 수현, 유미 순으로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초반의 반응은 조금 부정적이었지만 흥미를 끌만한 도안들을 보여주니 이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도안을 유심히 살피고는 '쌤 핸드폰 빌려주세요', '제가 직접 찾아볼래요' 라고 하는 등, 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아닌 스스로 원하는 도안을 찾아 활동을 이어가려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 아이들과 함께 사무실로 이동하여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아이들이 직접 도안을 검색하여 찾게 했고, 아이들이 찾은 도안을 즉석에서 출력해주었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찾아 그리다보니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길게 집중하고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현이 또한 옆에서 재잘거리며 꽤나 적극적으로 임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일부러 대충 했어요~' 하면서도 꽤나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려냈다. 수현이는 언제나 대부분의 활동에서 보통~ 보통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비단 체육활동 뿐 아닌 게임, 창작, 조립, 미술 등 처음하는 활동 치고 다방면에 높은 스텟을 보인다. 여러 분야에 능력치가 고루 분포한 것 같아 응원과 지지, 열정이 동반된다면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자기 인식'이 그 발현을 막는 듯 하다. 수현이는 낯선 분야,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분야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우며, 미리 자신의 능력을 깎아내리곤 한다. 주로 '제가 어떻게 해요', '당연히 못하죠' 등의 이야기를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잘하고 싶고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큰 친구인데, 그만큼 실패가 크게 다가오다 보니 방어적인 자세(최선을 다하지 않기, 자신의 능력을 깎아 내리기 등)로 상처를 막는 듯 싶다. 수현이는 실제로 원치 않는 결과를 맞닥뜨렸을 때 의연하게 넘기는 능력이 많이 늘었는데, 다만 시작에 앞서 상처받을 것을 신경쓰는게 큰 것 같다. 낮은 자기 인식의 원인이 되는 방어기제들을 잘 풀어주면 자존감 또한 자연히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수현이에게 당장 필요한 말은 '잘 할 수 있어' 보단 '잘 하지 못해도 괜찮아', '결과보단 끝까지 하는 게 더 중요해' 같은, 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 "잘 할 수 있어"란 말은 "너가 잘 해내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라는 뜻이기에 수현이 같은 친구에겐 어쩌면 응원보단 부담이 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항상 성과보단 노력 위주의 칭찬을 해야함을 기억해야겠다. + 수현이는 요새 애써 더욱 남자답게 보이려고 할 때가 잦다. '남자 애들은 이런게 당연한거죠' 할 때가 많으며 남자 아이들 특유의 모습을 내면화 하는 것이 보이는데, 너무 그 모습에 경도되어 있는 것도 같다. 항상 여린 아이었기에 그 모습을 극복해내는 좋은 신호로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이 또한 자기 본연의 모습을 감추는 방어적 태도인 것 같아 당분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정훈이는 몇 장의 작품들을 가볍게 그려내고 금방 흥미를 잃었고, 수빈이 또한 늦게 나타나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내다 금새 흥미를 잃었다. 둘은 함께 다른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툭탁대기도 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태야만이 활동에 있어 꾸준히 정성을 들이고 적극적이었는데, 주변 아이들이 활동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덩달아 집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타까운 것은 태야에겐 집중하고 싶은 마음과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는데 주변 상황이 혼란스러워 그럴 수 없다는 점이었다. 자신은 활동을 하고 싶음에도 주변에 이끌려 활동에 손을 놓을 때가 잦다. 또한 다른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태야 혼자 활동을 지속하는 상황일 때 태야의 집중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옆에 붙어 지속적인 관심을 제공해줘야 한다. 태야를 제외한 아이들이 서로 잘 놀고 있다면 문제없이 관심을 제공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모든 아이들은 선생님의 관심과 반응에 고파하며 집중해주길 바라고, 그로인해 곤란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주기 위해 몇 번 신경을 돌리면 태야 또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게되고, 어정쩡하게 활동이 중단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소수의 아이들과 있을 땐 인력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다수의 아이들이 있고 활동의 컨셉이 분명한 때는 인력의 필요성을 느낀다.
유미 또한 교육 이후 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그려냈다. 이제 많이 가까워져 유미는 먼저 말도 곧 잘 걸고 다가와 장난도 자주 친다. 이전부터 유미는 물건을 가져가는 것으로 관심을 끌고싶어 하는 것 같다. 물건을 가져갔을 때나 다이소에 방문했을 때 유미는 유독 무언가를 사달라하거나 하는 등 물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후 아이들과 함께 4월 활동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하고자 함께 다이소에 방문했다. 아이들은 활동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것 위주로 물건을 골랐기 때문에 본래 계획한 재료를 구매하지 못하고 다이소를 나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