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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에 이틀간에 걸쳐서 "MMPI-2 다면적 인성검사" 워크숍 강의를 했습니다. 제게 매달 한 번씩 심리검사 수퍼비전을 받고 있는 십여명의 심리상담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장소는 본 카페 운영자인 옥다리와 불쏘시개가 각각 원장과 부원장을 맡고 있는 대구의 "연세심리상담클리닉"이었습니다.
저는 석사논문 주제가 "MMPI 나쁘게 왜곡하기 탐지책략"이었고, 이후 MMPI에 대한 논문을 5~6편 정도 썼습니다. 또한 지난 25년간 학교수업으로, 외부특강으로, MMPI에 대해서 많은 강의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동영상으로 녹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불쏘시개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녹화해주었는데, 초고화질로 녹화하였기에 용량이 커서 유튜브에 올리는데 꼬박 3일하고도 반나절이 더 걸렸습니다. 그래도 다 올리고 나니 뿌듯합니다.
유튜브 주소는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CB0jOJ9HDTkH_23_8Q_iEqUUDK7EOAJr
이 강의동영상은 "진단적 심리검사"를 배워서 활용하고자 하는 전공자나 전문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즉 심리학이나 심리상담 분야의 학부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 전문상담교사 등을 위한 동영상입니다.
저는 "정보의 공개", 즉 "정보의 개방"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와 가족들만 정보 부재에 허덕이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들도 정보의 부재에 허덕입니다. 공부하고자 해도 쉽게 공부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진단이나 치료에 대해 제대로 배우려면 대학이나 대학원 수업만으로도 부족해서, 비싼 돈을 내고 이런저런 워크숍에 수도 없이 쫓아다녀야 합니다.
이 강의동영상이 다루고 있는 "MMPI-2 다면적 인성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저기에서 워크숍이 개최되는데, 이틀짜리 워크숍의 경우 참가비용이 최소 30~40만원 정도 됩니다. 그렇게 돈을 내고 배워도 알듯 모를듯 오리무중이기에, 또 돈을 내고 또다른 분의 강의를 들으러 다녀야 합니다.
임상심리 전공자들은 그래도 좀 수월합니다. 대학원 수료 후에 "정신과 병원"에서 1년내지 3년 수련을 받는 동안에, 해당 병원 내에 임상심리전문가가 수퍼바이저로 재직하고 있기에 "진단적 심리검사"를 제대로 경험하고 지도받을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 진단을 위한 심리검사를 통상적으로 "풀배터리"라고 하는데, MMPI-2를 포함하여 6~7 종류 정도의 핵심검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심리 전공자들은 "진단적 심리검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고, 제대로 가르쳐줄 수퍼바이저도 없습니다.
상담심리사나 전문상담교사의 경우, 풀배터리까지는 아니라도 간단한 "진단적 심리검사"를 취급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더욱이 병원에서 첨부되어 오는 심리검사보고서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적 심리검사"를 자신이 직접 실시하고 해석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심리검사보고서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지식은 갖추었으면 하는 욕구들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MMPI-2 다면적 인성검사"는 진단적 심리검사들 중에서도 매우 핵심적인 검사입니다. 특히 첫 발병 환자들의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검사이고, 재발하여 재입원할 때에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검사입니다. 더욱이 환자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경우에도 흔히 이 검사를 하도록 요구받는 검사입니다. "정신과적 진단"에서는 그만큼 기본적이고 핵심적이고 중요한 검사입니다.
우리 카페 회원들이라면 당사자든 가족이든 이 검사를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받아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567문항의 질문으로 구성된 지필지형 검사인데, "예" 또는 "아니오"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검사를 받아본 기억이 나시나요? 우리 카페 회원들이라면 당연히 받아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이 검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검사를 몇 시간에 걸쳐서 끙끙대고 열심히 했는데, 그 결과를 제대로 설명받으신 적이 있나요? 제대로 설명받는다는 것은 최소 50분의 면담시간 동안 심리검사 결과만 두고 면담한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이렇게 설명받으신 당사자나 가족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비싼 돈내고, 시간들여서 끙끙대며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설명을 제대로 못들었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요? 곰곰 생각해 봐야겠지요.
제 생각에는 "정보의 독점"과 관련됩니다. "정보"는 "힘"이지요. 거기에서 "지위"가 나오고, "돈"이 나오고, "권위"가 나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간에도 "정보 공유", "정보 공개", "정보 개방"이 안 됩니다.
정신과적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실시하는 심리검사, 즉 "진단적 심리검사"의 전문가는 "임상심리전문가 또는 임상심리사"들입니다. 이들은 상담심리사들에게 자신들의 "정보"를 내어놓지 않으려 합니다. "진단적 심리검사에 대한 정보 독점"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러니 임상심리사를 제외한 나머지 전문가들, 즉 "의사", "상담심리사", "사회복지사", "정신간호사"들은 때로 갑갑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첨부된 심리검사 결과자료와 심리검사보고서"의 내용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때도 있고,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는데, 임상심리사들은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검사결과가 그렇다."고 믿으라고만 하지요. 전문가들끼리의 사정이 이러하니, 당사자와 가족들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정보 독점"과 "정보 부재"는 대등한 위치에서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합니다. "정보 부재" 상태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그냥 믿거나, 아니면 무작정 불신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또 하나 질문을 던집니다. 조현병이나 조울증은 "뇌의 병", 즉 "생물학적 질병"이라고 하는데, 진단을 내리는 방법에서는 "뇌에 대한 검사", 또는 "생물학적인 검사"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MRI, PET, 또는 뇌파검사 등으로 진단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만일 그러한 검사들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정신과"가 아니라,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뇌의 병"이라고 하는데, "뇌에 대한 검사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뇌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그건 정신질환이 아니다. 뇌질환이다."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이상하지 않나요?
그러면 검사법이 없는데 어떻게 진단을 내리는가? 의사의 "면담과 행동관찰"로 진단을 내리지요. "외래"에서의 면담과 행동관찰만으로 확신이 들지 않으면, "입원"을 시켜서 좀 더 집중적으로 면담하고 좀 더 집중적으로 행동관찰을 합니다. 그리고 진단을 내리지요. 그래도 미심쩍으면 임상심리전문가나 임상심리사에게 "진단적 심리검사"를 해서 그 소견을 "심리검사보고서"로 제출하게 하고, 그걸 참고해서 진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혈액검사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신체검사를 하고, MRI, PET, 뇌파검사 등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신체질환"이나 "뇌질환"이 있나없나를 알아보려는 것이고, 환자가 보이는 증상이 "신체질환"이나 "뇌질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확증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결과적으로 "신체질환"이나 "뇌질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면, "진단적 심리검사" 결과를 참고하고, "면담과 행동관찰" 결과에 입각하여, 진단을 내립니다.
이때 DSM(진단 및 통계편람)이라는 책에 나오는 기준에 입각하여 진단을 내립니다. DSM이 "정신질환 진단"에서는 일종의 "성경"인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이 책도 수상쩍은 데가 많은 책입니다.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정신질환의 종류는 더욱 많아지고 대상자 범위는 넓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전국민 중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의 수는 점차 늘어납니다. DSM-IV 기준으로 전 국민의 20~30% 정도가 치료대상인데, 현재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고 곧 적용될 DSM-5를 적용하면 전 국민의 40% 정도가 치료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병원에 다니면서 약 먹어야 할 사람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지요.
DSM이 어느 정도 믿음직한 책인지는 제쳐 두더라도, 어쨌든 "정신질환"의 경우, 진단은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원칙과 방법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마다의 실력차이나 취향과 가치관 차이, 환자에 대한 관심의 정도와 진단을 위해 정성을 기울인 정도의 차이 등에 따라서, 최종진단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진이 횡행하게 되고, 진단명이 수시로 바뀌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 의사들이 그걸 미안해 하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의사들이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모두가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한다 해도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즉 이 경우에도 진단을 두고 벌어지는 의사들 간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이 "진단을 확정할 수 있는 검사법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생물학적 질병이라고 "주장"하면서 생물학적 검사법은 "없다." 만일 생물학적 검사법으로 어떤 이상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정신질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은 생물학적 질병에 속하는 "뇌의 병"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심리적 질병"이 아니라고 하면서 유일하게 참고하는 검사는 "심리검사"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단지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진단은 DSM이라는 일종의 "성경(?)"에 입각하여, "의사의 판단"으로 내려집니다. 그렇게 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듯 "정신과적 진단"과 관련된 수상스럽고 이상하고 복잡미묘하고 애매한 세계 속에 "진단적 심리검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검사"라고는 하지만, 생물학적 검사에 비하자면 검사로서의 정확성과 "권위"가 매우 떨어지는 검사, 또한 검사해석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서 검사결과가 기술되고 검사결과보고서가 작성되는 검사, 그러한 수상쩍은 검사가 "진단적 심리검사"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매우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검사가 "MMPI-2 다면적 인성검사"입니다. 유튜브에 제가 올린 동영상은 그것의 해석법, 즉 응답결과를 채점하여 얻은 결과수치를 보고 환자의 정신병리적 특징을 "판단"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보"는 지위를 낳고, 돈을 낳고, 권위를 낳습니다. 따라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또한 대다수 전문가단체는 "정보 독점"을 추구합니다. "정보 독점"과 "정보 부재", 이것은 대등한 관계를 불가능하게 하고, 의존적, 종속적 관계를 가져옵니다. 그것이 "정보 독점"을 추구하는 전문가들이 원하는 바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보 독점"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 관계 속에서 지위와 돈과 권위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의존과 종속을 심화시킬 수록 전문가들의 권익은 더욱 확대되고 강화됩니다.
"정보의 독점"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정보의 부재"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전문가들 간의 관계도 그렇고, 전문가와 환자, 전문가와 가족들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MMPI-2 다면적 인성검사"는 그 세계 속에 있습니다. 비록 약물이라는 골리앗에 비하면 엄청나게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영향력만 지녔지만, 달리 말하자면, 정보독점에 따른 이득이 약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또 달리 말하자면, "진단서 발급권한"에 비하자면 "MMPI-2를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은 엄청나게 작은 권한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권한을 두고도 "정보 독점"을 원하는 사람과 "정보 부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신보건 분야만이 아니겠지요. 우리 사회 전체에 "정보 독점"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저는 저 자신만이라도, 우리 카페부터라도, 이러한 움직임을 되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급적 많은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카페에 올리는 게시글과 유튜브에 올리는 동영상들은 별다른 필요를 못느끼시는 분들에게는 별 게 아닌 거지만, 그것을 필요로 했던 분들에게는 "귀한 정보"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번에 올린 "MMPI-2 다면적 인성검사" 동영상도 누군가에게는 매우 반가운 선물이 되겠지요.
워크숍을 개최한 정환선 선생님과 워크숍에 참가해준 대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상담심리 전공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장소를 제공해준 옥다리 조옥형 원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녹화해준 불쏘시개 김민혁에게 각별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모두의 도움에 힘입어 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 강의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흐뭇하고,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니 무척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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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강의동영상을 보실 때 참고하십사, MMPI-2는 아니지만, 이전의 MMPI에 대해서 제가 쓴 원고를 첨부합니다. 이 자료는 비록 정식출판을 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쓴 심리검사 책의 제 2장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책 제목은 "심리검사: 전문상담교사를 위한 강의교재, 배정규 편저, 2010, 미간행" 이며, 우리 카페의 "자료실 21. 촛불논문/저서(8편)" 게시판에 올려져 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 파일은 그 중의 제 2장으로서, 13쪽 분량입니다.
첫댓글 오랫동안 애써서 축적하신 귀중한 자산을 늘 아낌없이 나눠주시는 촛불님,
참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귀한 선물이 될 것이 분명한 동영상 꼭! 보아야겠습니다.
교수님, 실존주의 철학자 얄롬은 상담자들을 위해 서신을 썼고 그것이 이후 출판되었잖아요, ㅡ치료의 선물ㅡ, 이렇게 유튜브로 올려지고 교수님 글을 읽으니 마치 얄롬이 준 선물처럼 느껴지고, 교수님께서 강의마치시고 기진맥진하셨지만 행복해보이셨는데 그 장면과 겹치며 깊이 감동받습니다.
저희에게 훌륭하신 선구자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촛불님 동영상 시간 날 때
꼭 볼게요 정보의 독점이 아니라
공유로 나아가는 사라의 열쇠
파이팅입니다
저도 병원에서 심리검사며 뇌MRI 검사며 뇌파검사며 다 했는데 한번도 그 결과에 대해 듣지 못했지요... 정말 공감가는 글이에요.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도움되는 유트뷰 정말 감사해요~^^
유트부 들어가서 재생 눌렀는데 제컴에서는 재생이 안되네요. 제컴이 문제가 있는걸까요?
예... 방금 다시 확인했는데 재생에 문제가 없네요. 아마도 희망찾아님의 컴에 문제가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