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초에 수원에서 열린 조촐한 학술행사에 참석했다가 해뜰날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신과전문의 김성수님과 해뜰날센터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김성수님과는 10년만에 얼굴을 봤기에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제가 몇몇 가족/당사자분들을 모시고 해뜰날센터를 방문하겠다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용인-수원-성남방] 모임에서 이를 공지했고, 3월 7일(월요일)에 돌처럼님과 사모님, raum님, 이근형님과 함께 해뜰날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조현병(?) 당사자이면서 용인병원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님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1층부터 3층까지 방방을 안내해 주며, 설명해 주었습니다. (4층 건물인데, 1~3층까지는 당사자 이용공간이고, 4층에는 연구실과 강의실이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1) 입구 홀입니다.
2) 휴게실 입구입니다. 당구대가 있고, 탁구대도 있고, 농구장도 있습니다. (흡연장소도 있어요.)
3) 거실 겸 휴식실입니다. 안쪽으로 남성용과 여성용 수면실이 있습니다.
4) 요리실습실입니다. 인근의 낮병원/센터들 중에서 시설이 가장 잘 꾸며져 있는 요리실습실이라고 자랑하더군요.
5) 프로그램실입니다. 노래방 기계도 있고, 악기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마침 요가시간이어서 몇몇 분이 요가를 하고 계셨습니다.
6) 컴퓨터 교육실입니다.
시설을 둘러보면서 낮병원이나 사회복귀시설은 규모가 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모가 클 수록 다양한 시설을 갖출 수 있을 듯해서입니다. 정부에서 지금보다 낮병원 수가를 대폭 높여주면 시내에 위치한 정신병원들이 입원실을 축소하고 대신에 낮병원을 대거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그렇게 바뀌도록 유도해야겠지요.
벽에 걸린 프로그램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해뜰날센터를 소개하는 리플렛의 표지면과 시설장 인삿말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김성수 센터장님의 인삿말은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실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래에 그대로 타이핑해서 올립니다.
정신질환으로부터의 회복은 가능합니다.
그동안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등의 주요 정신장애는
치유되기 어려운 심각한 질환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소의 잔류 증상이 남아 있더라도
적극적인 역량강화 및 사회 활동에의 도전을 통하여
충분히 의미 있고 보람된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회복(Recovery) 패러다임이
정신의료 전반을 변화시켜 가고 있습니다.
해뜰날센터에서는
장기간 중증정신질환을 치료해 온
용인정신병원의 모든 경험과 자원을 집약한
"회복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하여
정신장애로부터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 이용자 모두가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서로 함께 회복에의 희망과 성공의 경험을 공유해 가고 있습니다.
인본주의 가치에 기반한 치료공동체 철학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적 치료가 어우러지는
해뜰날 센터의 회복 아카데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해뜰날센터는
정신장애로 고통받아온 이들이 다시 용기 내어
재기의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해뜰날 센터는 회복(재기, Recovery) 철학을 기본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설견학 후에 김성수 센터장님, 안내를 맡아준 당사자출신 직원 ○○님, 그리고 당사자 대표 3분과 함께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바쁜 가운데도 2시간씩이나 시간을 내어준 김성수 센터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부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해뜰날센터쪽에서 한 분이 평소에 제가 늘 하던 얘기를 그대로 똑같이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니까. "경청해달라. 이해하려고 노력해달라. 끈기있게 기다려달다."는 요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성수 센터장님께서 재기철학을 센터운영의 기본철학으로 삼게 된 동기와 그 동안의 경험담이 궁금해서 조목조목 질문했습니다. 김성수 센터장님은 99년부터 4년간 아주대병원에서 정신과전공의 수련을 받았는데, 그때 이영문 교수로부터 재활과 재기에 대해서 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인은 당시에는 정신분석에 관심이 더 많아서 그쪽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고나서 다른 병원에 잠시 있다가 용인병원으로 자리를 옮겨서 그동안 10년을 지냈는데, 몇 년 전에 용인병원에서 유학을 보내줘서 1년간 영국 유학을 하게 되었답니다.
정신분석으로 유명한 교수 밑으로 유학을 갔는데, 깜짝 놀랐던 게 정신분석을 전공한 의사들이 조현병 환자들의 재활과 재기에 매우 적극적이었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신분석가들이 1950년대, 60년대에 영국의 재활운동을 주도했고, 이후로 지금까지도 재활과 재기에 매우 적극적인 게 영국의 분위기랍니다. 그래서 본인은 영국에서 1년간 유학할 때 정신분석과 함께 재활/재기를 공부했고, "당사자운동"을 주제로 석사학위논문을 썼다고 합니다.
자신이 연구한 바로는 당사자 운동의 역사는 크게 2단계로 진행되었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반정신의학(antipsychiatry) 이념으로 무장한 당사자들이 주도했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생존자(survivors)라고 불렀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정신의료 서비스를 인정하면서 개혁을 요구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자신들을 소비자(consumers) 또는 이용자(users)라고 불렀답니다. 현재는 후자의 그룹이 당사자운동을 주도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영국에서 유학하고 귀국했는데, 마침 용인병원에서 이전에 없앴던 낮병원을 다시 만들어서 자신에게 책임을 맡겼답니다. 그래서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더군요. 김성수 센터장님이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말하는 회복을 배교수님은 재기라고 번역하고 있다고, 그 둘이 같은 것이라고 설명해줘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2시간 동안의 대담 말미에 해뜰날센터와 [용인-수원-성남방] 모임간에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협력사업을 할 수 있을지를 의논했습니다. 저는 해뜰날센터에서 기능이 좋은 당사자 3인을 1개팀으로 구성해서 거의 집에만 박혀있는 당사자들의 집을 1주일에 한 번 정도 방문해 주면 어떨까를 제안했습니다.
해뜰날센터에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해뜰날센터 내에 "회복연구회"라는 당사자 자조모임(전체회의)이 있는데, 그 모임에 저와 [용인-수원-성남방] 멤버들이 참석해서 "사라의 열쇠" 카페 소개도 해주고, 이런저런 제안도 해주면 좋겠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4월 27일(수요일) 1시~3시에 열리는 회복연구회에 참석하여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회복연구회"에서는 최근에 제가 유튜브에 올려둔 [촛불추천 TED 강연] 동영상을 한 편씩 보면서 토론을 하고 있다고, 제게 좋은 동영상을 많이 올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모임을 마치기 전에 조만간 수원지역에 있는 좋은 기관을 방문하고 싶은데 몇 군데 추천을 해달라고 했더니, 이음병원(원장 정성원)을 제일 먼저 가보는게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더군요. 이유는 수원에서 재활쪽으로 가장 열심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병원이랍니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라는 단체를 방문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느슨한 조직이기는 한데, 정신과전문의 이영문 원장이 시작한 시민단체랍니다. 당사자들의 재활과 재기를 위해서 꼭 필요한 서비스 또는 사업인데도 현재 행해지지 않고 있는 일, 기존의 조직(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사회복귀시설 등)에서는 실천하기 힘든 일을 찾아서 실천하는 걸 목표로 하는 단체랍니다. 그 단체에서 요즈음 대구에서 배교수가 하던 쉼터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의논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김성수 센터장님은 이번에 동행하신 이근형님께 덕담을 건네주셨습니다. 이근형님께서는 투병생활 중 37년간을 정신과전문의 이동식 선생님으로부터 정신치료를 받으신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포함하여 본인의 삶을 "탐(갈애) 진(감정) 치(환상) 60년"이라는 책으로 펴내셨습니다. 김성수 센터장님은 이러한 책은 세계 정신치료 역사에서도 유례없이 귀한 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신치료자가 (고)이동식 박사님인데, 그 분으로부터 장기간 정신치료를 받으신 분이 펴내신 책이기에 학술적으로 매우 가치있는 귀한 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근형님께서는 해뜰날센터에 자신이 저술한 책을 5권 기증하시기로 하셨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나서, 정신과전문의 황태연 박사(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이사장)의 연구실에 들려서 다 같이 잠깐 얘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2시간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많은 얘기가 오갔고, 해뜰날센터에 대해서, 그리고 김성수 센터장님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받은 방문이었습니다. 이후에 김성수 센터장님이 제게 "대니얼 피셔 인터뷰" 동영상을 보내주셨는데, 본인이 번역하고 한글자막을 단 동영상입니다. 제가 카페와 유튜브에 올려 두었습니다. 카페글 주소는 http://cafe.daum.net/saraskey/d12Z/59
저는 본 카페가 "공부하는 카페, 일하는 카페, 서로 돕는 카페"가 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의 [지역방] 모임 또한 그러한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번의 해뜰날센터 방문을 통해 그것이 실현가능하다는 느낌,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듯한 느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용인-수원-성남방]에는 돌처럼님과 제자리님, raum님, 이근형님, 그리고 이외에도 열심히 활동하시는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용인-수원-성남] 지역에는 재활과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좋은 정신과전문의, 정신보건전문요원들도 많습니다. 또한 좋은 시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간에 유대관계가 형성되고 긴밀히 협조되기 시작한다면, 생각지 않았던 실질적인 일들이 이것저것 시작될 수 있을 듯합니다.
만일 [용인-수원-성남방]에서 어떤 가시적인 일들이 시작된다면, 전국 각지의 [지역방]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음 번 해뜰날센터 방문일은 4월 27일 (수요일) 1시~3시입니다. 그때는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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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한 이렇듯 댓글을 남겨주시니 더욱 고맙습니다.
이 글을 쓰고 교정보는데 3시간 넘게 걸렸어요. 휴~ 힘들었어요. 글 쓰느라고 제가 고생을 많이 했지요.
많이들 읽어주시기를 바라고,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희망입니다.
그렇죠? 저도 반갑고 기뻤습니다.
좋은 예감이 드네요~
참... 여러모로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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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늦은 밤인데, 안 주무시고 글 읽고 계시는군요. 편안한 밤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사회복귀시설에서 하지못하는 일을 목표로 하는 단체라니 훌륭합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일찍 일어나셨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입원 병상이 많은 용인 병원내에 이런 시설이 생긴 것은 진실은 항상 살아 용트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의사 선생님김성수의 사명감과 용기를 보았습니다. 이런 시설이 시군구에 많아져야 합니다.
돌처럼님! 이곳 저곳을 다니시고, 이분 저분을 만나시며, 가족과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돌처럼님의 그러한 노력이 이후로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리라 생각합니다.
세종방모임에서 잠시 나눴던 얘기 자세히 들려주셔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도 센터방문을 하기를 원합니다.
김성수센터장님 같은 마인드를 지닌분이 많아질수록 정신질환자들의 삶의 질이 좀더 풍성해질수 있을꺼 같아요.
희망을 보았어요~
태양님~ 모임에서 태양님과 만나는게 늘 반갑고 즐겁습니다. 앞으로 이곳 저곳 센터를 같이 다녀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고 가보고싶습니다^^ 지역방모임도 눈으로는 매일 들여다보면서도 쉽게 발걸음하기가 어렵네요^^
촛불님의 애쓰심이 너무 귀하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지역방 모임에 참여하시기를 권합니다. 어느 지역방이라도 괜찮습니다. 이곳 저곳을 다녀보시다가 마음에 드는 한 두 군데를 정하시면 될 듯합니다. 지역방 모임에 참여하시면 안목이 넓어지고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안해지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촛불 네. 그럴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정말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조현병 환우들의 재기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애써주시고 계시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아직은 용기가 없지만 언젠가 경기권 모임에도 함께 참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좋은 경험들이 하나, 둘 모이면 정말 엄청난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0^
감사합니다.
"가슴이 변해야 사람이 변하고, 사람이 변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지게 된다."
저도 더욱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애써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는 작년 말 해뜰날 1주년 행사에 다녀왔는데요~
김성수 샘은 패밀리링크 가족강사에게 <회복>강의도 해주시고 당사자 회원과 함께 밴드도 하시는 훌륭한 선생님이셔요~ 당사자 출신 정직원은 아마 이성은 샘이신것같아요. 인권강사도 하셔요~ 당사자인 분이 직원이 된다는 것도 매우 놀랍고 성은샘 오구 나서 해뜰날 센터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하네요~
아~ 제가 이름 생각이 안나서 쩔쩔맸는데, 성은샘이셨군요. 맞아요. 성은샘!
해뜰날 1주년 행사 분위기는 매우 젊고 발랄했고(댄스, 합창 등) 자유로운 분위기였답니다^^
배교수님께서 해뜰날 다녀오시고 이렇게 소감문도 자세히 적어주셔서 넘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용인병원이 많이 발전했네요. 교통이 좀더 좋으면 좋을텐데 아쉽네요. 병실이 줄어들고 낮시설이 확충된다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이지요. 용인병원도 더욱 많이 변해야 하고, 전국 모든 병원들이 병상수를 대폭 줄이고, 대신에 낮병원과 외래진료를 대폭 강화하도록 유도해 나가야겠지요. 결국 건강보험수가 액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좌우되는 문제입니다. 당사자와 가족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목소를 크게 낼 때,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바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