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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4조원대 자수성가한 진보 CEO "무소속 출마" 폭탄선언에 미 정계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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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대선전에 뛰어든 지 이틀 만에 그는 이미 거의 불가능한 것을 이뤘다. 민주당을 통합한 것이다.”
2020년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하워드 슐츠(66) 전 스타벅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미국 NBC방송이 30일(현지시간) 이렇게 전했다. 그만큼 그가 던진 폭탄의 위력이 거세단 얘기다.
스스로 ‘평생 민주당원’이라 부르며 진보적 색채를 보여 온 슐츠는 최근 민주당내 추천을 얻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단 뜻을 비쳤다. 세계 최대의 커피 제국 스타벅스를 세운 ‘4조원 자산가’의 깜짝 선언에 미 정계가 술렁이고 있다. 허를 찔린 민주당원들은 집단 ‘멘붕’ 상태다.
━ #“홀로서기 할 거야” #자칭 ‘평생 민주당원’의 반란?
슐츠는 지난 27일 CBS의 시사 방송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마하면) 양당체제에서 벗어나 중도 무소속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대통령은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민주·공화 양당은 만날 보복 정치에 골몰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가장 취약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사실상 2020 대권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기존 양당과 차별화도 시도했다. “양당이 급증하는 미국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믿는다”면서 “미국이 현재 21조5000억 달러의 빚더미에 앉은 것은 양당이 헌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주의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기엔 취약한 조직력이 무소속 출마로 기울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슐츠는 앞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너무 왼쪽으로 기울어 있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 솔직해지지 못하거나 내가 믿지 않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으로 볼 때 당내에서 진보 경쟁을 벌이는 게 만만치 않다는 계산이 섰을 수 있다.
━ #승산 있다 근자감? #“유권자 10명 중 4명은 ‘무소속’ 성향”
슐츠는 “미 유권자 40% 이상이 자신을 무소속 성향으로 정의한다”며 무소속 출마의 승산을 자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외신들의 분석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유진 스콧은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2%가 양당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들 중 10%만 실제 무소속일 뿐 대부분은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썼다.
NYT의 미셸 골드버그도 “무소속이 중도주의와 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무소속 의원들은 한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년간 무소속 의원들의 성향은 온건하기보단 이념적으로 양극화됐다. 미국엔 두 명의 무소속 상원의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버니 샌더스”라고 했다. 샌더스는 미국 진보진영의 대표급 원로 정치인으로 중도와는 거리가 멀다.
━ #‘공공의 적’ #표 갈릴라 ‘비상’ #트럼프 재선 돕는 ‘X맨’?
슐츠의 폭탄선언으로 민주당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반(反)트럼프 전선이 쪼개지면 결국 민주당 진영이 타격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슐츠가 여전히 자신을 민주당원이라 주장하며 “트럼프의 재선을 돕는 데 관심이 없다”고 하는 걸 성토하기도 한다. 민주당 대선 주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어처구니없는 것은 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해서 대통령직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억만장자들”이라고까지 쏘아붙였다.
민주당계 대선 잠룡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강한 당파성과 선거인단 시스템의 현실을 고려하면 무소속 후보가 승리할 수 없다”며 슐츠의 셈법을 비판하고 나섰다. 블룸버그는 2016년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다 포기하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뉴욕시장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17년 만에 민주당원으로 재등록하며 정치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슐츠가 트럼프를 잡긴커녕 트럼프의 재선을 돕는 ‘X맨’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는 '랠프 네이더 학습효과' 때문이다. 소비자운동가 출신 네이더는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네이더 돌풍은 민주당 표를 잠식한 것으로 분석됐고 간발의 차로 승리는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에게 돌아갔다.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슐츠 출마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캠페인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프로테스트하워드(protesthoward.com)’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슐츠 유세를 훼방놓을 헤클러(heckler·방해꾼)들을 돕기 위해서다. 슐츠는 지난 28일부터 회고록 출간에 맞춰 미 전역서 북 투어를 시작했는데 이 현장에 등장한 한 헤클러는 “트럼프 당선을 돕지마라, 당신은 이기적인 억만장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민주당 의원들은 “하워드! 하지 마!"(“Don’t do it Howard!”)라는 검은 글씨가 인쇄된 스타벅스 컵의 이미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일각에선 스타벅스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힐러리 클린턴의 오랜 자문이었던 미국 진보 센터 대표 니라 탠던은 “민주당 파괴에 도움이 될 ‘허영 프로젝트’가 역겹다”며 “그가 대선에 출마하면 나는 스타벅스 불매를 시작할 것이다. 트럼프가 이기는 것을 도울 남자의 선거 자금에 1페니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 #성공한 커피 황제로
33억 달러(약 4조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슐츠 전 회장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가난한 유대계 트럭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7살 되던 해 아버지가 일하다 사고를 당하며 가세가 기울었다. 당시 회사는 아버지에게 의료보험의 혜택을 주기는커녕 그를 바로 해고했다. CEO의 이런 경험 때문인지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의료보험과 주식을 제공하고 계약직을 포함한 전 직원들에게 필요시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등 사내 복지가 우수한 편이다.
슐츠는 미식축구를 하며 받은 장학금으로 노던미시간대에 입학했지만, 후보 선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제록스 영업사원을 거쳐 시애틀의 작은 커피전문점을 인수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 세계 최대 커피 업체인 스타벅스로 키웠다. 스타벅스는 77개국에서 3만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생활을 공개 언급하지 않는 편이었던 슐츠는 지난 CBS 인터뷰 때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그는 “나의 자존감은 어머니로부터 나왔다”며 “어머니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대선 출마에 대해 말하는) 지금이 가장 멋진 순간일 것”이라고 회고했다.
슐츠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고 2016년 대선 때는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스타벅스를 경영하면서도 인종 차별과 총기폭력, 학생 부채, 소외 계층 청소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이민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했을 때 향후 그가 정계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이유다.
스타벅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을 땐 미국 내 모든 매장의 문을 4시간 동안 닫고 인종차별방지 교육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슐츠는 당시 “트럼프 정부에서 나온 인종차별적 행동과 언어가 사람들에게 그걸 그대로 따라 해도 된다는 면허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현직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과연 슐츠가 트럼프를 잡는 ‘제2의 트럼프’가 될지 민주당의 X맨으로 트럼프의 재선 도우미가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 재미로 풀어보는 오늘의 퀴즈 포스트 트럼프 꿈꾸는 커피 황제 슐츠 2020 대선에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스타벅스 전 CEO Q1 :2020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슐츠 전 회장이 세운 커피브랜드는? Q2 :녹색당 소속으로 2000년 출마해 민주당 표를 잠식한 후보는? Q3 :슐츠가 평소 관심을 표한 사회 문제가 아닌 것은? Q4 :슐츠 전 회장의 경력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정답확인 : https://news.joins.com/article/olink/2293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