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주때부터, 찍기 시작했던 촬영이 끝이 났다.
일요일의 달과 월요일의 태양이 마주볼 때 즈음까지
술을 마시고, 월요일 10시에 눈이 떠졌다.
숙취가 심하지 않는 터라, 폰으로 인터넷 좀 하다가
싰으려 했던 11시 쯤에 전화가 울렸다.
석근 선배였다.
집이 어디냐고 물으시고는, 밥먹으러 가자고
바로 나오라고 하셨다.
이틀 간의 촬영 동안 잘 싰지도 않고 심지어
이도 안닦았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바로 옷만 걸쳐입고 나갔다.
폰은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었다.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막 뛰어가서
차를 타고 갈마동에 있는 어느 뼈다귀 해장국 집에 들어섰다.
가니까 한 10명 정도 분들이 계셨다.
선배가 월요미식회라도 만드셨나보다.
결과적으로는 엄청 맛있었다. 다음에 또 한번 가야겠다.
그런데 이쯤되니 이 수업이 언젠가부터 먹부림 수업인 것 같기도...
하여간 식사를 다 하고 난 뒤, 선배 차에는 일정 인원밖에 못타니
나머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는데...
주변에 지하철 역이 없어서 한 참을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중구의 계룡문구에 도착하니
세미나 실에서 책을 읽어주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이를 못 닦아 양치질을 하다가 세미나에 들어갔는데
읽어주시는 선생님 목소리도 좋고, 특히 책을 넘기는 소리 자체가 너무 좋아서
입에서 칫솔을 빼고 행구지도 않은 채 끝날 때까지 공연을 모두 들었다.
두 가지 책을 읽어주셨는데, <거짓말 같은 이야기>와 <엄마의 마음>으로 기억된다.
잠시동안 유치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릴 때 선생님이 앞에서 읽어주던 그런.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이를 헹구고 돌아가니 수업은 끝나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방황하다가, 카페 쪽에 교수님을 뵙고
같이 지하철까지 걸어왔던 친구들과 앉아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교수님께서 우릴 자신의 예술 공방으로 초대해주셨다.
<주차장>이란 곳이었는데, 실제 주차장을 예술공방으로 리모델링 한 곳이었다.
그 곳에서 다음 수업 때를 위한 연습을 살짝하고,
먼저 가야하는 친구들은 집으로 향하고, 남은 사람과 나는 공방을 나와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은행동에서 맥주를 먹었다. 정말 날씨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