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하게된 전기자격증 취득프로젝트
기사를 딸까 기능사를 딸까 아님 기능장에 도전해볼까 망서리다 우선 쉽게 건질수 있는 기능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때가 금년 1월 4일
그까짓 기능사쯤이야 누워서 떡먹기지 합격률이 80프로에 이른다는데 내가 설마 20프로짜리는 아니겠지....
필기시험을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
시골구석이라 학원이 잘 없어 겨우 한곳을 수소문 해서 등록을 했는데 수강료가 장난이 아니다
남들은 나라돈 타서 학원을 다닌다는데 나는 쌩돈으로 학원을 다녀야할 형편이다
카드로 할부결제를 하고 원장에게 물으니 시험이 20일밖에 안남았으니 다음 개강때 들으라고 한다
나는 그냥 시험삼아 왔으니 이번 강의부터 듣겠다고 하고 겨우 허락을 받았다
문제는 다음날 부터다
고등학교때부터 수학은 빵점을 달고산 나에게 사인 코사인 벡터등등하며 전기유도가 어떻고 자장이 어떻고 하면서 온통 계산문제만 풀고 있는것이 아닌가
아뿔싸 발을 잘못 디뎠구나 ...
이미 늦었다
학원비로 50만원이 결제된 뒤였기에 울며겨자먹기로 다녀야 한다
강의가 잘 이해가 안되어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았다
마침 무료로 공개강좌하는 곳이 있어 들어보니 인터넷 강의만 잘 들어도 시험은 합격한다고 한다
그런데 강의수가 너무 많다 무려 100강에 육박하는 내용들이다
하루에 한개씩 들어도 3개월 이상 들어야 하는 방대한 양이다
게다가 강사는 절대로 기출문제 먼저 풀지 말고 철저히 기본을 잘 익히라고 한다
맞는 말씀 !
근데 시간도 없고 기억력도 나쁘고 수학도 잘모르는 놈이 어떻게 그걸 이해하노
더구나 시험이 20일 남았다는데....
어차피 시험삼아보자
우연히 서암선생과 통화를 하다 뭐하고 소일하나 물으니 학원을 다닌단다
무슨 학원이냐고 하니 전기학원이란다
나는 차마 학원다닌다는 소리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동지가 있긴 있구나
갖은 짱구 굴리기와 통빡 그리고 벼락치기와 찍기의 내공으로 20일만에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발표날 슬쩍 서암선생에게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니 76점으로 합격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실은 나도 시험을 봤고 내 성적도 76점이라고 이실직고를 했다
참 우연치고는 기막힌 우연이고 인연이다
<인력공단에서 받은 합격통보>
질긴 인연이 실기시험으로 이어지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차피 같은 날 시험을 보게되니까 서로 위로하며 정보를 주고 받자고 약속하고선 그날부터 서로 모르는걸 알려주기시작했다
세상에나 난 카톡이 그렇게 공짜로 수시간 동안 통화를 할수 있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다
하루종일 통화를 해도 공짜라니 그놈들은 뭘 먹고사나
그날부터 매일 몇시간씩 통화를 하며 실기준비에 들어갔다
나는 전기에는 철저하게 문외한이라 학원에 실기등록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문제는 돈이다
또 50만원을 달란다
강도에게 돈 뜯긴 기분으로 또 카드를 긁었다
실기는 나름 재미가 있었다
골치아픈 수학문제도 없고 계산하려고 잔머리 굴릴 필요도 없이 전동드라이버만 열심히 돌리면 되니까 말이다
나름 손재주도 있고 동작도 민첩하니까 그까짓 실기쯤이야 누워서 떡먹기지 필기도 20일만에 통과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재미를 붙여갔다
매일매일 학원가서 밤늦게까지 열심히 실기작업을 했다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면 서암선생의 카톡이 울린다
피곤하지만 가지가지 시험방법이나 자문을 해주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두사람의 수다는 끝난다
<학원에서 연습한 배관작업>
그렇게 그렇게 실기도 잘 준비되고 있고 학원에서도 이제 잘하니까 그만 나오라고 한다
실은 전선을 계속쓰니까 아까워서 그랬는지 모른다
실기시험 당일 1시간 일찍 도착해서 심호흡을 해본다
음 오늘 시험에 통과하면 누구에게 자랑을 할까 아님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까
떨어진 놈들에게 본떼를 보여줘야지...
5시간에 걸친 사투가 끝났다
온통 땀범벅이고 완전히 혼이 나갔다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완성을 했으니 설마 나는 부르지 않겠지 ...
참고로 실기작업후 수험자를 부르면 그건 낙방했다는걸 확인시켜주는 절차다
잘 넘어가고 았는데 갑자기 내번호를 부른다
아니 감히 나를 불러 왜 ?
감독관을 따라 들어가니 내가 만든작품이 탈락이란다
이유는 접지선 부착잘못이란다
뚫어지게 쳐다보니 반대쪽에 접지라인을 꼽았다
니기미
감점 처리해 주시면 안되요 ? 라고 초라하게 애원하는 나에게 던져진 감독관의 싸늘한 시선은 염라대왕 저리가라다
밖으로 나오는 나를 쳐다보는 다른 수험생의 눈초리가 너무 무섭다
저 노인네 왜 시험 보러 왔을까 그 나이에 취직 하려고 ? 꿈도 야무지다 ....
잠시후 전화가 울린다
서암선생이다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다
잔인한 질문이다
천하의 내가 80프로도 더 합격한다는 그까이것 기능사 시험에 탈락이라니...
나쁜 놈들 시험 내는 놈들이 잘못이야 감점처리를 안하고 무조건 탈락을 시키니 말이야
잔뜩 흥분한채로 집에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는 마누라는 직감적으로 눈치를 챈다
한달넘게 연습을 하면서 없는 돈에 연장사고 마누라일도 거들떠 보지도 않으면서 자격증따면 좋은일 있을거야라고 위로했는데
입장이 완전 뒤바뀌었다
실패는 한순간의 미스에서 일어난다
원인은 자만이다
잘난체 한게 화근이다
한마디로 쪽 팔린다
그런데 나에겐 남에게 없는 오기가 있다
나 스스로 나를 미전향장기수라고 부른다
남과 타협없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은 아무리 손해가 나도 오라이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그 와중에 서암선생은 천천히 연습을 더하라고 염장을 지른다
모든게 연습 부족이라고 하면서....
To be continued on tomorrow
첫댓글 지나간 역사를 솔직담백하게 진술하셨군요. 얼마나 성질나고 참담했을까....
어쨋든 2회때 성공한 것을 축하합니다.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