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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50 주년 기념 미주 행사 뒷 얘기
김행영 동기회장이 행사 참가기를 올리면서 주최측에서도 한마디 하는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고 “작은 거인” 의 거역할 수 없는 무게감을 느껴 이 글을 씁니다. 김회장이 워낙 날짜별로 행사의 상세 내용을 소개해 저는 이 행사에 얽힌 뒷 얘기 몇 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나름대로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기에 자화자찬도 있겠지만 웃자고 하는 얘기려니 하고 너그럽게 넘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행사 확정까지의 우여 곡절
지금 고백하건대, 이 번 미주 행사는처음엔 저 자신이 불발되기를 바랐고 실제로 그럴 뻔 했는데 아래와 같은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이 곳 엘에이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동기들 몇 몇이 매주 목요일 마다 모여 골프 한 번 친 후 가볍게 한잔 하고 헤어지는 모임이 있습니다. 일명 “목요 골프회” 죠. 10년 전 쯤 골프 치는 뽄새가 비정상(irregular)을 넘어 불법적(illegal)이라는 소리를 듣던 이희충, 김동호, 유재환이 같이 한조를 이뤄 치던 중 서로 “네 폼이 더 엉망이다” 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심판을 봐주겠다고 나선 정형채가 끼어 시작된 이래 홍순철, 홍형빈 등과 최근엔 시카고 출신인 구현서가 중심이 되어 얼마 전 400 회 회동을 기록한 “대단한” 모임이죠. 정기적으로 모이게 됨으로 이 곳의 모든 행사는 일단 이 모임이 중심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동안 불참하던 이 모임에 2 년 전 은퇴를 계기로 다시 참가하기 시작한 후 작년 7 월 경 사정 상 1-2 주 빠진 뒤 나갔더니 갑자기 제가 졸업 50 주년 기념 미주 행사 준비 위원장이라는 거창한 자리에 만장 일치로 뽑혔다는 겁니다. 그 것도 이미 타주 동기들과의 합의를 거쳤다 하면서.
당연히 완강하게 거부했지요. 왜냐고요? 돈 걷어야 하고 시간 쏟는건 기본일테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여러 뒷소리 들을게 뻔한데 이제 겨우 유유자적 하려 은퇴한 마당에 골이 비었습니까? 그런데 뉴욕의 열성 분자 “금” 아무개가 미주 전체 동기들에게 이 사실을 멜로 보내고 엘에이의 “정” 아무개는 아예 “이 위원장 만세” 라는 멜로 화답하며 대못을 박음으로써 저의 저항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제가 취할 수 있었던 유일한 꼼수는 어떻게든 이 행사를 취소하거나 최악의 경우 최대한 축소하는 명분을 만들도록 몰아가는 거였죠.
어쨌든, 금년 1 월 부터 어쩔 수(?) 없이 미주 동기들을 상대로 행사 안내 겸 비용 마련을 위한 모연문을 돌렸지만 역시 예상대로 초기 반응은 미지근. 얼씨구나하고 “신형조” 서울 본행사 준비 위워장에게 “50 주년이란게 숫자에 불과한 건데 꼭 기념 행사를 여기서도 해야 하냐. 상황이 이러 이러하니 공식 행사는 없는 것으로 하고 미주 동기들만의 골프 행사 위주로 축소 진행하겠다 “ 는 것 으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미주 동기들 중 몇몇 열성 분자들이 “졸업 50 주년 기념 행사를 어떻게 제대로 안하고 넘어 갈 수 있느냐” 하면서 기금 조성과 다른 동기들의 참여 독려 캠페인을 무지막지하게 펼친 결과 그 기세에 눌렸는지 아니면 감동했는지 기금 약정과 참석 희망자들이 여기 저기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사정 상 참석도 못 하면서 행사 비용을 찬조하는 동기들까지 나오게 되어 제 꿈은 결국 깨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본격적인 행사 준비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투명했던 행사 개최 가능성과 잠시 오락 가락했던 행사 일정으로 인해 참석을 포기한 동기들이 여러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자리를 빌어 그 분들께 송구한 마음을 전하는 바입니다. 또한 결과적으로 귀한 동기들이 모여 뜻깊은 행사를 가능하게 해 준 여러 열성 분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주 행사장(호텔/골프 2 회) 의 선정 과정
처음부터 교통, 환경, 행사 진행의 편리등을 고려 시 이번 행사를 치룬 Pacific Palms Resort 가 최적으로 선정되었으나, 문제는 비용으로 초기에 기금 조성이 지지부진할 때는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기금 모금이 궤도에 오르면서 가능성이 보여 협상을 시작했는데 처음 호텔 측 상대는 백인 여성으로 저의 39 년 미국 생활 영어로도 도대체 씨가 먹히지 않는 거였습니다 . 두번의 협상 끝에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Sales 부서의 막내인 듯 싶은 아가씨 하나가 보기에 딱했던지 여기 Senior Sales Manager 중 하나가 한국 여성인데 그 여자와 한 번 만나 보겠느냐 하는 거예요. 옳다구나, 다음 날 이 한국 여성과 약속을 하고 만나보니 30 대 후반, 40 대 초반의 쭉쭉빵빵이 아니겠어요? 이런 여성을 만나면 무릇 남자라면 비록 나이는 70이 다되었어도 실력 이상의 기술이 나오는 법, “우리가 이젠 거의 모두 은퇴해 자금력이 딸린다, 대신 우리 동문이 엘에이에 엄청나게 많아 앞으로 매년 이런 행사는 여기서 하도록 적극 광고를 하겠다” 고 설레발을 쳤더니 이 아가씨(혹은 아줌마) 가 “서울 고등학교는 한국의 대표 명문인데 도와 드려야죠” 하는게 아니겠어요? 다음은 불문가지.
좋은 조건으로 아침 buffet 까지 포함된 착한 가격으로 계약을 맺게 되었다는 얘기.
-방 배정 뒷 얘기
애초부터 마눌씨 동반없이 혼자 오는 친구들은 둘을 한 방에 배정하면서 나이 들면 변할 수 있는 “성적 취향” 을 고려해 불상사가 없도록 침대가 둘인 방(deluxe double) 으로 배정해 줄 것을 호텔 측에 부탁했는데 문제는 예상과는 달리 부부 동반 팀도 압도적으로 똑 같은 방을 요구하더라는 겁니다. 물론 핑계는 서로 코골이가 심해서라곤 하나 ,침대 하나의 경우,분위기에 취한 마눌씨의 돌발적인 명령에 부응하기 어려울 수 있는 우리들의 애환이 전해지는 것 같아 짠했습니다. 어쨋든 17 개 객실을 모두 침대 두개의 방으로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여기에 밝힐 수 없는 말로 호텔측을 설득, 관철하였습니다. 부부팀들 고마와 하세요.
-방에 얽힌 또 하나의 뒷 얘기,
부부팀의 경우 거의 모두에게 엘에이의 유명 산맥인 San Gabriel Mountains 과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있는 방이 배정된 것으로 압니다. 이 것도 “늙으막에 멀리서 온 노부부가 분위기있는 방에서 같이 있게 해 주는 것도 큰 공덕이 아니겠느냐” 고 호텔측을 구슬려 획득한 전리품입니다.
-술에 얽힌 얘기
1) 결론부터 얘기하면 애초 예상했던 술 예산의 배가 들어갔습니다. 우리 예상은 이제 나이들도 있고 하니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애당초, 술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미국 환경에서 주량이 쪼그라진 우리들을 기준으로 한 게 잘 못인지 모르겠으나, 행사 기간 매일 추가 술을 조달했는데도 행사 후 남은 술은 싸구려 “참이슬” 14 병 뿐입니다. 대단한 실력들에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덕분에 본국 동기회에 보내기로 한 행사 비용을 제한 기금 잔액이 상당히 줄게 되었습니다.
2) 가장 인기있던 술이 Johnny Walker 에서 근래 출시한 Green Label whiskey 이었습니다. 한국에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blended whiskey 인 다른 Johnny Walker 와는 달리 15 년산malt whiskey 입니다. 술깨나 좋아하는 저도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목 넘김이 상당히 부드럽고 가격 대비 괜찮아 여러분들 모두에게 한번 시음을 권합니다.
3) 만찬 용으로 준비했던 포도주 중 주종은 Robert Mondavi Winery 의 cabernet sauvignon 이었습니다. France 나 Italy 의 유명 brand 를 제치고 요즘 한창 뜨는 California Napa Valley wine 의 시조격 이죠. 그런데 저도 인지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실을 만찬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신형조 50 주년 행사 위원장이 발견했던 겁니다. 아 글쎄, 이 wine 병의 label 에 50th anniversary 라고 쓰여있지 않겠어요. 우연은 눙치면 필연이 된다더니 얼른 마이크를 잡고 이번 50 주년 행사를 위해 제가 친히 Napa Valley 로 날아가 50 주년 기념이라는 문구를 Label 에 넣어 가져왔다고 발표를 해버렸죠. 실은 이 winery 가 공교롭게도 올해 우리와 같이 창사 50 주년임을 표시한 건데 참석자들의 반 정도는 사실로 믿는 것 같네요. (김행영 회장 포함?)
또 다른 brand 의 wine 은 역시 Napa Valley 의 “ Carpe Diem “ 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구호를 상표로 정한 것도 인상 깊었지만 실제로 국제 Wine 시음 경시대회에서 “가성비” 최우수 상을 받았던 wine 이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Robert Mondavi 보다는 못하다는 건데 물론 각자의 미각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기타
1)박준민의 안타까운 사연
이 행사의 결실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뛴 동기들중 하나인데 막상 본인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사정 상 행사 후반(금,토) 에 참석키로 되어 있었으나 출발지의 기상 악화로 공항에서 무려 8 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입니다. 재삼 애도의 말씀을 전합니다.
2) 같은 사정으로 조재종 부부는 예정보다 7 시간 정도 늦은 목요일 새벽 2 시에 호텔 도착했으나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고 관광 일정에 참석하였습니다. 그 열정과 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이번 행사와 관련된 얘기 몇 개를 올려 봤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episode 가 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귀한 동기 여러분 모두 건강에 유의 하시고 특히 이번 행사에 멀리서 참석해 준 서울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엘에이에서
이희충 드림
첫댓글 LA에서 있은 50주년 행사 참관기를 김행영회장이 자세히 기록 카페에 올렸더니 LA현지 추진위원장인 이희충동기가 LA동기 입장에서 또 생생한 뒷얘기를 김행영회장한테 보내와서 제가 대신 올렸습니다. 모두 글을 참 잘 쓰십니다. ㅎㅎ
김행영회장의 참관기가 자세하고 Real하여 흥미진진하였고 이희충위원장의 Behind Story는 007 첩보 소설같네요.
이희충위원장을 위시한 미주행사 요원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잊지못할 졸업50주년 미주행사가 가능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You should be proud of yourselves in the history of Seoul High School Alumni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