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5년 4월 4일(토)
o 날씨: 맑은후 흐려짐 (강풍)
o 산행경로: 소석문 - 덕룡산 동봉 - 서봉 - 주작산475봉 - 작전소령 - 오심재
o 산행거리/소요시간: 11.4km / 7시간 45분
o 일행: 나홀로
o 덕룡산 주작산 산행정보: 덕룡산 주작산
오늘의 산행지는 호남의 공룡능선 덕룡산과 주작산이다. 오늘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 망설이다가 오후늦게부터 비가온다는 소식을 보고 새벽일찍 길을 나섰다. 들머리 소석문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5시. 운좋게 주차할 자리가 있어 주차를 하고 보니 버스를 타고 온 산객들이 벌써 들머리를 메우고 있다.
남도의 설악이라 불리는 눈부신 절경, 용틀림하며 굽이치는 능선마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기암이 숲을 대신하고 있어 남도의 설악으로 불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산꾼들은 덕룡산 구간을 공룡능선, 주작산 구간을 용아장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주작과 덕룡능선은 우리나라 5대 진달래 명산이기도 하다.
아직 어둠에 잠겨있는 덕룡산을 헤드라이트에 의존한채 걷고 있노라니 헤드라이트 불빛에 잠깐잠깐 보이는 진달래꽃들이 여기가 진달래의 명산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어렴풋한 산의 모습과 강진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보고자 핸드폰 카메라를 연달아 눌러 보지만 여의치 않다. 가슴에 담아 보는 수 밖에....
동봉에 도착하기 전에 일출을 맞이하게 되었다. 강진만에서 떠오르는 저 붉은 태양을 보며 만사가 형통하기를 빌어본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가눌수 조차 없을 지경이다.
드디어 동봉이다. 동봉까지 오는데도 몇개의 암릉을 거쳐야 한다. 산이 높지 않고 초반이라 아직 기력이 좋아 암릉을 타는 재미가 솔솔하다.
덕룡 주작의 암릉은 우회로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저 암릉들을 직접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해야 한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두륜산까지 주파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서봉에 올라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뒤로 멀리 두륜산이 보인다.
서봉이다. 서봉을 오르는 길은 약간 어렵다. 특히 내려가는 길은 거의 60~70도의 암벽을 타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서봉에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 있다. 우회로를 따라 서봉을 지나칠뻔 하였는데, 다른 산객의 안내를 받고 서봉을 올랐다. 오른쪽 뒤로 멀리 월출산이 보인다.
서봉을 내려와서 뒤돌아 본 모습. 내려오는 길은 '오 마이갓'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 보이는 암릉길이 마치 공룡의 등뼈를 그대로 묻어놓은 모습이다.
저 공룡의 등뼈줄기를 일부는 넘기도 하고, 일부는 우회도 하고....
멀리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주작산이다.
공룡의 등뼈 능선을 지나면 수양마을삼거리까지는 억새 평원이 한동안 이어진다.
암릉을 오르고 내리는 산객들이 적지 않다. 상당구간은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게다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풍때문에 능선을 넘을때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몸이 날려 기우뚱하는 순간에는 천길(?) 아래로...
지나온 길을 다시 뒤돌아 보고....
뽀족 튀어나온 저 바위는 무슨 바위일까? 촛대 바위일지. 하늘을 향해 내가 No.1 이라는 표시일런지....
덕룡의 공룡능선을 지나면 길고 부드러운 능선(억새밭)이 있어 기암괴석의 화려한 향연을 즐기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해준다. 설악의 공룡능선과는 다른 여기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뒤돌아 본 모습
덕룡, 주작능선은 대부분 시야가 활짝 열려있어 어디에서나 다도해의 섬들이 아련하고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해남의 들녁과 크고 작은 구릉지들이 멀리 월출산 아래까지 펼쳐져 있어 광활한 남도특유의 풍광에 흠뻑 빠지게 된다.
드디어 도착한 주작산 475봉. 강풍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도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진달래꽃이 유난이 붉고 꽃잎도 큼직하다.
주작산은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지닌 산이다. 겉으로 드러난 암맥은 곳곳에 길에 암릉을 형성하고 있어 멋진 조망을 제공하고 산행에 재미를 더하지만 때때로 위험한 곳은 노출시키기도 한다. 주작산은 주작이 머리를 서쪽으로 돌린 형상을 하고 있어 멀리서 보면 덕룡산처럼 날카롭지 않고 두루뭉실하다. 그러나 직접올라보면 첩첩 이어진 날카롭고 거친 암릉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옛부터 이산에는 8명당이 있다고 하여 풍수지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데, 장군대좌(將軍大座), 노서하전(老鼠下田), 옥녀탄금(玉女彈琴), 계두혈(鷄頭穴), 정금혈(井金穴), 월매등(月埋燈), 옥등괘벽(玉燈掛壁), 운중복월(雲中覆月) 등의 8개 대혈을 일컬음이다.
우리나라 5 대 진달래 명산 이라는 이름값을 하느라 선홍빛 진달래꽃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은 덕룡 주작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진달래가 밭을 이룬 모습이 아니라 암릉 사이로 피어 있는 진달래의 모습이 너무 조화롭다.
무릉도원이 따로 있으랴....
진달래 꽃에 취해 정신이 혼미하지만 현실은 저 암릉을 계속해서 오르고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씩 다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두륜산까지 10시간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무리한 탓도 있고, 쉽지 않은 암릉코스 때문이기도 하다.
왼쪽이 강진만이다.
작천소령 삼거리 부근. 여기에서 간식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왼쪽으로 가야 주작산 정상인데, 오늘은 시간상 체력상 직전이다. 바람은 점점 거세치고, 날씨도 흐려지기 시작한다. 두륜산까지 주파할 수 있을려나....
작천소령을 뒤돌아 보고....한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넘어가야 할 주작능선. 멀리 두륜산이 머리에 구름을 쓰고 있다.
주작능선이 덕룡에 비하여 암릉과 진달래의 조화가 훨씬 아름답다.
뒤돌아 본 모습. 거친 암릉의 파고를 헤치고 넘어온 것이다. 다리가 점점 마비되는 느낌이다.
강진만. 오른쪽 뒤로 멀리 보이는 섬이 완도다.
두륜봉이 점점 가까워 진다. 그럴수록 다리에 힘은 풀려가고, 날씨도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갈수 있을려나....
가도 가도, 걸어도 걸어도 암릉의 연속이다.....
암릉 사이사이에 핀 진달래꽃.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장장 7시간 40분에 걸쳐 덕룡과 주작능선의 산행을 마치고 보니 오후 2시경, 두륜산을 오르기에는 체력에 한계가 왔고, 날씨마저 흐려지면서 두륜산 정상은 이미 구름으로 덮혀 보이지를 않는다. 두륜산은 다음기회에 다시 와보기로 하고, 콜택시를 불러 주차해둔 소석문으로 되돌아와 익산으로 돌아왔다. 해남을 떠난지 얼마되지 않아 장대같은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만약에 두륜산 산행을 강행했더라면 흠뻑 비를 맞을 뻔 하였다. 무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덕룡 주작 능선은 설악 공룡능선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못지 않게 다이나믹한 구간이다. 또 진달래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덕룡과 주작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오늘 산행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매년 진달래꽃 피는 4월에는 덕룡과 주작이 그리우리라...